[비즈한국] 역세권이라고 무조건 부동산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역세권이 된 후에도 부동산 시세 상승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입지가 꽤 많다. 지역마다 역세권으로서의 가치가 다르다.
역세권으로 부동산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다. 그리고 서울까지 올 수 있는 교통망이 있는 지역이다. 서울 부동산 입지 평가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이 교통 편리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체적으로 교통 여건이 편리하면 입지 조건이 좋다고 평가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나 일반 소비자도 부동산을 매수할 때 우선적으로 보는 조건이 역세권 유무일 것이다.
교통 편리성이 부동산 가치 평가의 전부는 아니다. 교육환경, 상업시설 유무, 자연환경 같은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에는 교통 편리성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하다.
교통 편리성 평가 시 고려하는 요소는 대중교통 이용 편리성과 도로 이용 편리성이 있다. 대중교통은 버스와 전철을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것은 전철 이용 편리성이다. 소위 역세권 프리미엄이다.
하지만 모든 역세권을 같은 프리미엄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역세권 이용 가치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역세권의 의미가 무엇일까? 전철역까지 도보로 5분 이내? 10분 이내? 전철역에서 반경 500m 이내? 1km 이내? 역세권의 정확한 정의는 없다. 전철역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는, 전철역을 이용할 수 없는 입지보다 시세가 높은 경우가 많고, 그 차이가 역세권 프리미엄이라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전철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역세권으로서 가치가 높다. 특히 이용 인구가 꾸준히 많은 지역일수록 프리미엄이 높다. 매일 이용 인구가 다른 유동인구보다는, 규칙적으로 이용하는 인구가 많아야 프리미엄이 더 높다.
‘전철역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상적인 조건은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다. 직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지나는 전철 노선일수록 가치가 높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다. 종로구와 중구가 그 뒤를 잇는다. 영등포구 여의도도 많은 기업들이 밀집된 곳이다.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는 금천구와 상암 DMC가 있는 마포구도 기업체 밀집 지역이다. 이 지역들과 연결된 전철 노선의 입지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근하는 직장인 수로 지하철 노선의 프리미엄 등급을 나누면, 일일 130만 명이 넘는 직장인이 출퇴근하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권 노선이 1등급이 될 것이다. 70만 명 전후가 출근하는 종로구·중구, 30만 명 전후가 출근하는 여의도·금천구·마포구와 연결되는 노선은 2등급이 될 것이다.
그 외 지역으로의 출퇴근 노선은 3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 노선이 아니라 단순히 역세권으로만 규정되는 지역은 4등급이 될 것이고, 아예 역세권이 아닌 지역은 5등급이라 평가할 수 있다. 역세권이라고 해도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별로 프리미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권을 지나는 1등급 노선으로 2호선, 3호선, 7호선, 9호선, 신분당선이 있다. 이 노선들은 다른 노선들보다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다. 이 노선들은 경우 이미 시세에 가치가 반영되어 있어 더 오를 여력이 당장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세가 빠질 때 상대적으로 늦게 빠지고, 시세 상승기에는 많이 오를 수 있는 잠재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메인 노선에 연장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선 연장이 확정되면 시세가 오르고, 준공 후 이용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시세가 한 번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교통 확장 가능성이 있는 노선의 미래가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그 입지를 이용할 수 있는 수요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호선은 가장 많은 강남권 출퇴근자가 이용하는 노선이지만, 순환선이기 때문에 연장 확장 가능성이 없다. 현재의 높은 교통 프리미엄 가치는 꾸준히 유지되겠지만 서울도시철도 3, 7, 9호선이나 광역철도인 신분당선만큼의 확장 잠재력은 없다. 9호선과 신분당선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추가 연장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강동구나 고양시 삼송신도시가 최근 2~3년 동안 시세가 상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가 연장을 추진하는 지자체에서도 교통 편리성이 좋아지는 것으로 지역 홍보를 하고, 실제 이용하게 될 미래의 전철 이용자들에게도 관심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연장 노선에 대한 지자체의 홍보와 이용 고객의 관심도만큼 시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현재 개화역부터 종합운동장역까지만 운행되는 9호선은 2018년 12월부터 송파구를 지나 강동구 보훈병원역까지 연장된다. 9호선의 이용 수요에는 이제 송파구와 강동구가 포함된다. 광교에서 강남역까지만 운행되는 신분당선은 현재 신사역까지 연장 공사를 하고 있으며, 용산 미군부대가 2018년 12월까지 이주를 마무리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용산역 및 삼송역까지 연장을 추진하게 된다.
역세권인데도 시세 상승기에 시세가 오르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지역은 대부분 출퇴근 노선이 아닌 4등급 지역의 역세권 노선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전철역이 없던 지역에 전철이 들어간다는 자체는 의미가 있고 지역 내 부동산 활성화에 반영이 되겠지만, 출퇴근 수요층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기 때문에 부동산 미래 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역세권으로서 가치가 상승하려면 새로운 역이 생김으로써 인구 유입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하철 개통으로 인해 그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역세권 프리미엄은 역만 생긴다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역을 통해 출퇴근하는 수요층이 관심 가질 만한 다른 입지 여건이 있는지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다른 입지 조건이 좋다면 상승할 것이고, 아니라면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다. 주택 소비자는 그만큼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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