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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새것의 세련됨과 옛것의 푸근함 사이 그 어디쯤 '만리재로'

'서울로 7017' 공중정원 즐기고 소소하게 맥주 한잔하기 좋은 '길'

2018.10.26(Fri) 17:47:01

[비즈한국]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가 된 시대.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직장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맞았다. 그들을 위해 퇴근 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한다.


1970년에 처음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에 공원이자 보행로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로 7017’이다. 서울역 앞, 산업시대를 상징하듯 빠르게 흘러가는 차들로 빽빽하던 고가도로 위에 이제 꽃이 피고 사람들이 웃는다. 말하자면 공중에 떠 있는, 공중공원이다. 1970년부터 2017년까지 47년간 고가를 내달리던 차들 대신 이제 그 자리를 한가롭게 거니는 삼삼오오의 사람들이 채운다. 

1970년에 처음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에 공원이자 보행로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로 7017’이다. 서울역 앞, 산업시대를 상징하듯 빠르게 흘러가는 차들로 빽빽하던 고가도로 위를 이제 삼삼오오의 사람들이 채운다. 사진=서울시 제공


찻길에서 사람길이 된 ‘서울로 7017’은 그야말로 서울 한복판 차들의 전쟁 속에 살아남은 숨 쉬는 길이다. 2013년 안전 불합격 판정을 받아 더 이상 찻길로서의 역할은 못하게 됐지만 서울시는 철거가 아닌 재생을 선택했다.  

서울역 뒤 만리동부터 남대문시장이 있는 퇴계로까지 뻗어있는 고가는 645개의 화분이 식재된 원형의 구조물로 정비됐다. 2015년에 착공한 공사가 2017년에 마무리 되면서 길은 목적과 외형을 바꾸더니 더불어 주변의 공기까지 바꿔놓았다. ‘서울로 7017’ 위에 카페테리아와 작은 전시 공간 등이 마련됐고 여행자카페, 수국식빵, 정원교실, 목련무대, 달팽이극장, 방방놀이터 등 여러 쉼터도 자리한다. 

‘서울로 7017’은 지상에 있는 공원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전망과 멋을 자랑한다. 서울역과 철길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왕복 15차선의 도로를 발아래 둔다. 어둑해지면 거대한 서울스퀘어빌딩 전면에 미디어파사드가 펼쳐지고 대도시는 불을 밝혀 화려하게 치장한다. 주변 길들과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연결된 17개의 보행로가 있어 지상에서 오가기도 쉽다. 

‘서울로 7017'은 주변 길들과 17개의 보행로로 연결되어 있어 지상에서 오가기도 쉽다. 사진=서울시 제공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서울로 7017’의 양 끄트머리에서 퇴계로(남대문) 방향, 혹은 만리재로쪽으로 다시 소박한 길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남대문 방향으로 가거나 서울스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현대적이고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들에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서울역 뒤쪽 만리동광장에서 시작하는 만리재로는 좀 더 소박하고 푸근하다. 퇴근 후 들러 조용하게 식사를 하거나 맥주 한잔하고 가기 딱 좋다. 

과거 청소차고지였던 곳이 만리동광장으로 단장됐고 ‘서울로 7017’의 지선을 왼쪽에 끼고 흔히 만리재길이라고 불리는 작은 길이 펼쳐진다. 짧은 이 길에는 작은 디저트 카페와 수제맥줏집, 막걸리집, 와인바, 라멘집, 비스트로 등이 사이좋게 들어서 있어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긴다. 가게들의 규모도 작고 주인과 대화를 하게 되는 일도 잦아 동네 앞 가게처럼 친근하다. 펍 앞으로 내놓은 테이블과 바 의자는 노천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만리재로에는 작은 디저트 카페와 수제맥줏집, 막걸리집, 와인바, 라멘집, 비스트로 등이 사이좋게 들어서 있어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이송이 기자


식당은 오래된 한식 맛집부터 새로 들어선 비스트로와 바까지 다채롭다. 길 초입의 ‘유즈라멘’은 옛 전파사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외관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지날 때마다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맛집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오후 3시까지 점심 장사만 하는 걸로 봐서 자신감도 엿보인다. 

이름마저 매력적인 ‘빠져나갈 구멍’은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잔하고 갈 수 있는 곳이다. 맥주창고처럼 여러 종류의 병맥주를 선택해 마실 수 있고 술과 안주 등을 직접 가져다 먹으니 정말 동네 술집 같다.  

이 길이 아직 단장되기 전부터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는 ‘VERY(베리)’는 오래된 벽돌로 지은 외관부터 옛 분위기 물신 풍긴다. 1910년에 병원으로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길거리 음식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메뉴를 구성한 것도 이색적이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한강쌀롱’은 예쁜 분위기에서 리조또와 파스타로 배를 채우며 여자들이 수다 떨거나 데이트 하기 좋은 장소. 그래서인지 여자끼리나 커플손님이 대부분이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한강쌀롱’은 예쁜 분위기에서 리조또와 파스타로 배를 채우며 여자들이 수다 떨거나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그래서인지 여자끼리나 커플손님이 대부분이다. 사진=이송이 기자


생맥주와 피자를 곁들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만리재비스트로’로 들어가면 칵테일부터 위스키까지 술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거리를 거닐다 재지한 음악과 어두운 조명에 홀려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O'HARE22(오헤어)’도 식사 후 2차로 들르기 좋은 바다. 노천테이블이 매력인 ‘만리199’에서는 바이젠부터 에일과 IPA까지 다양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음식은 좀 더 입에 맞는 한식으로 가고 싶다면 ‘종종서울’도 좋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와 함께 육회와 연어장, 파전 등의 안주로 배까지 채울 수 있다. ‘리즈너블한 식당’에서는 닭볶음탕과 함께 다양한 주류를 즐길 수 있으니 밥이냐 술이냐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길에 들어서면 누구나 새것의 세련됨과 옛것의 푸근함 사이 그 어디쯤에서 잠시 길을 잃기도 하고, 잃었던 길을 다시 찾아내기도 한다. 옛 것 위에 새 것이 조화롭게 들어앉은 만리재로에서는 신구가 어울리듯 모르던 사람들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치고 어울린다.  

‘리즈너블한 식당’에서는 닭볶음탕과 함께 다양한 주류를 즐길 수 있으니 밥이냐 술이냐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진=이송이 기자


만리재길 오가는 길에 작은 여행도 계획해 볼 수 있다. 인근에는 오래전 모습을 비교적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길도 있다. 1925년 서울역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염천교수제화거리에서는 1970~1980년대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때때로 ‘서울로 7017’ 공원에 수제화 부스를 설치해 전시와 판매를 하기도 한다. 국내 아름다운 성당 1위로 꼽히는 약현성당과 걷기 좋은 손기정기념공원도 놓치기 아쉽다.  

오랜만에 옛 서울역사도 들러보자. 1925년에 지어진 옛 서울역사는 이미 2011년부터 ‘문화역서울284’로 재생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파동쪽으로 내려가면 빨간색으로 대변되는 국립극단의 열린 문화공간도 만날 수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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