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9년 소비 트렌드로 ‘1인 마켓(세포마켓)’을 꼽았다. 인플루언서 및 개인이 자신의 팔로어를 대상으로 블로그·카페·SNS 등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1인 마켓이 새로운 소비 흐름을 만들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1인 마켓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이용 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8명(86.4%)이 SNS를 이용하고, 10명 중 5명(51.6%)은 SNS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SNS 이용자의 절반가량은 1인 마켓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해외 상품이나 인플루언서가 본인의 SNS에서만 판매하는 자체제작 상품 등을 구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해서 등의 이유로 1인 마켓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마켓은 소비 트렌드로 지목될 만큼 주목받고 있으나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사업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아 사업자 등록, 세금 신고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익명성은 소비자에게도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 있다.
# 지금은 ‘마켓중’…현금영수증 No, 카드 결제 No
SNS에서 물건을 구매하려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 가격을 비공개로 하고 있어 댓글로 가격을 문의해야 한다.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사업자도 상당수인데, 이럴 경우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계좌번호 역시 댓글로 받은 뒤 입금 후에는 확인 요청 댓글을 또 남겨야 한다. 일반 쇼핑몰에 비해 배송이 느리고, 환불이나 반품도 어렵다.
최근 A 씨는 블로그 마켓에 의류 가격을 문의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라고 했지만, 카드 수수료는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업자는 ‘본인이 현금으로 물건을 구입해 오기 때문에 카드 결제로 구입을 하려면 카드 수수료는 고객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사업자가 내야 할 카드수수료를 당당히 고객에게 요구해 황당했다”면서 “찝찝한 마음이 들어 결국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켓에서는 ‘10만 원 미만 상품은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해 현금영수증을 요구했으나 사업자에게서 “블로그 마켓 특성상 현금영수증은 발급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의류, 신발 등의 패션 관련 아이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건강보조제 판매량도 늘고 있다. 그런데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직접 복용해보니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인 마켓에서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입해 복용했다가 간 수치가 올라 입원했다는 사례가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식약처가 SNS 마켓에서 다이어트와 독소 제거로 입소문난 일명 ‘클렌즈 주스’가 일반 과채주스와 차별성이 없다고 발표한 일도 있었다. 최근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 97곳을 적발했다. 추후에는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광고 중인 ‘곤약젤리’의 열량과 나트륨 등의 영양성분을 분석해 공개하고 전문가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SNS 쇼핑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은 498건이다. 2017년 상반기 대비 18% 증가했다. 네이버밴드와 인스타그램이 2배 이상, 카카오스토리에서 1.5배 이상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꼼수 마켓 제재 어려워, 소액이라도 신고해야
김호성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장은 “경찰이 모든 도둑을 잡을 수 없듯 일일이 마켓을 하나씩 찾으며 사업자 등록 여부를 물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꼼수 마켓을 모두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소액이라도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김 과장은 “신고 후 조사가 들어가면 사업자를 제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사업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인 마켓 피해 사례는 좌판에서 물건 구입 후 문제가 있더라도 구제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식화된 쇼핑 플랫폼에 비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소비자가 인지하고 피해가 생기더라도 모두 구제받을 수 없다는 자기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인 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믿을 만한 곳인지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추후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거래 기록이나 화면 등을 캡처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우버 창업자의 '공유주방' 한국 상륙, 라이벌은 백종원?
·
[단독] 최순실 옥중 재테크? 하남 부동산 팔아 1.4억 시세차익
·
인텔은 어쩌다 '14나노 반도체만 깎는 노인'이 되었나
·
'대통령이 업어준' 한화큐셀 이직률 46.2%, 다른 대기업은?
·
"생리휴가 이틀 전에 내라" 생리컵 스타트업 '잡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