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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불리는 카카오메이커스 '중소기업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다른 판매처와 같은 제품에 수수료 더 높아…여행상품까지 취급해 '카카오 T' 전철 우려

2018.10.25(Thu) 18:39:49

[비즈한국] 카카오에서 만든 주문생산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누적매출액 500억 원을 넘겼다.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메이커스는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운영한다. 주문을 받은 뒤에 생산하기에 제조업체는 재고와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아이디어 돋보이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메이커스 페이지를 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 다수 보인다. 또 여행상품으로 카테고리를 넓히면서, 택시에서 시작해 대리운전, 카풀로 뻗어가면서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는 카카오 T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주문생산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는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은 첫 제품의 첫 고객이 되는 경험을 드립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카카오메이커스 캡처

 

지난 24일 카카오메이커스 페이지에 들어가봤다.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소시지, 한경희생활과학의 스마트 체중계, 퀸메이드 에어프라이어 등 대기업 제품을 비롯해 다른 사이트에서도 판매되는 제품이 여럿 눈에 띄었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있는 참신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모토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메이커스 측은 “MD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 있고 아이디어 돋보이는 제품을 엄선한다”며 다른 판매 플랫폼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의류나 일부 전자기기 등의 제품은 특별히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하자, “적어도 재고가 남지 않도록 주문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답했다.

 

타 사이트와 동일한 제품이 판매된다는 지적에는 “처음에 메이커스에서 출시한 중소기업 제품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다른 판매루트로 넘어간 경우도 있다. 단독으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메이커스만의 특별한 구성이나 혜택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카카오메이커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제품들.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소시지, 한경희생활과학의 스마트 체중계, 퀸메이드 에어프라이어 등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사진=카카오메이커스 인스타그램 캡처


이 제품들 가운데 한경희 스마트 체중계를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봤다. ​메이커스만의 특별한 구성이나 혜택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무려 53곳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동일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 또한 메이커스가 500원가량 싼 정도에 불과했다.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도 처음엔 공동구매를 통해 ‘주문이 일정 물량에 도달하면 가격이 더 내려간다’는 논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싸게 파는’ 상품판매 플랫폼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메이커스의 입점 수수료가 싸지 않다는 증언도 나온다. 메이커스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판매하려 했던 한 사업자는 “첫 판매 수수료를 판매가의 30%나 요구했다. 두 번째 판매부터 25%로 낮춰준다고 했다”며 다른 판매 플랫폼의 수수료가 보통 10% 내외라는 것을 감안할 때 수수료가 너무 비싸니 박리다매를 해야 하거나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판매조건에는 ‘최저가보상’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어 임의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동일한 한경희 스마트 체중계를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보니 53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 또한 메이커스와 500원 정도 차이에 불과했다. 사진=네이버쇼핑 캡처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판매하는 한경희 스마트 체중계(위)를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보니 53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 또한 메이커스와 500원 정도 차이에 불과했다. 사진=네이버쇼핑 캡처

 

메이커스는 최근 여행상품도 선보였다. 중소여행사의 테마여행상품을 시범운영한 것. 시범운영업체로 선정됐던 여행사 대표는 “마케팅이나 홍보에 비용을 쓰기 어려운 소규모 여행사로서는 카카오톡 사용자에게 노출된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와 상품홍보가 된다”며 “​단순한 판로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라는 대기업의 신뢰도를 업고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는 시범운영이 종료된 상태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예상 수요와 고객 만족도, 여행상품 판매에 적합한 시스템 구축 등 다각도의 검토를 거쳐 재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미리 고객을 확보한 후 상품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모객에 대한 불안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일반적인 여행상품 역시 따지고 보면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다. 항공과 호텔, 현지여행 등을 선점했다가 결제를 진행해야 하는 TL(Time Limit)까지 모객이 안되면 취소 후 환불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시범운영업체로 선정됐던 여행사 대표는“마케팅에 비용을 쓰기 어려운 소규모 여행사로서는 카카오톡 사용자에게 노출된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와 상품홍보가 된다”며 단순한 판로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사진=카카오메이커스 캡처

 

일각에서는 카카오 T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카카오 T​는 카카오택시로 시작해 블랙, 대리운전, 카풀까지 진출하면서 ‘공생관계’였던 택시기사들과 최근 갈등을 빚고 있다. 메이커스에 상품을 올리려고 시도했던 한 여행사 대표는 “아직 시범운영 중이라 얼마의 수수료를 부과했을지 모르지만 여행상품은 마진율이 좋은 편이 아니다. 수수료율을 높이면 상품이 비싸져 경쟁력을 잃거나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최근 홈쇼핑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했다가 여행사의 폐업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일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판매 중개자인 카카오메이커스를 믿고 상품을 구매할 때 메이커스는 판매자의 신뢰도와 제품의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카카오메이커스 측은 “업체의 판매이력과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판매업체를 신중하게 선택할 뿐 아니라 만약 판매과정에서 문제나 불만사항이 발생하면 메이커스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개선할 방침”이라며 “판매중개자이긴 하지만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자와 함께 충분한 사전검증과 논의를 거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메이커스의 플랫폼 하단에는 “(주)카카오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며 상품의 주문, 배송 및 환불 등과 관련한 의무와 책임은 각 판매자에게 있습니다”라고 공지되어 있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는 판매업체와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원래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라는 카카오의 사업부였다가 올해 3월에 카카오로부터 분사해 카카오의 자회사가 되었다. 2016년 2월에 서비스를 처음 시작해 2018년 8월까지 1361개 업체의 255만여 개의 상품을 판매했다. 누적 고객은 60만여 명. 분사 이후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카카오톡의 ‘더보기’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따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메이커스가 ‘대량생산 대신 낭비 없는 생산과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라는 사업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지 않고 중소기업의 주효한 판로가 될지, 아니면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의 한 단면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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