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성 친화적 기업’을 내세워 적극 홍보해온 생리컵 유통·판매 스타트업 A 사 대표 B 씨가 직원들에게 ‘생리휴가’를 월경 시작 이틀 전에 내라고 강요하는 등 직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생리대가 가격 논란에다 발암물질까지 검출되면서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생리컵이 그 대안으로 떠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타트업 A 사는 최근 해외 제조사가 만든 생리컵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A 사 제품은 출시 전부터 크라우드펀딩과 입소문으로 여성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탔다. A 사는 여성 친화적 기업임을 내세워 소비자인 여성들의 마음을 샀다.
A 사 대표 B 씨는 여성이 소유하고 운영한다는 ‘여성기업 확인서’와 전 직원이 여성이라는 점을 각종 인터뷰에서 적극 홍보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채용기준은 ‘월경의 어려움을 얼마나 많이 공감하느냐’다”라며 “월경컵은 여성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팀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B 대표의 ‘여성’ 마케팅은 효과를 봤다. 한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목표액을 뛰어넘었다. A 사 제품을 소개한 유명 유튜버 영상은 7만 6000번의 조회, 5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유튜버 역시 A 사가 ‘여성 친화적’ 기업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반면 국내 최초로 생리컵을 제작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획득한 한 기업은 남성이 운영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매 운동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지난 9월부터 불거졌다. B 대표는 직원 C 씨와 업무 배분 문제로 마찰이 생기자 시말서를 요구했다. C 씨가 반발하자 B 대표는 “다음 주부터 나올지 말지 생각해보자”라며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다. 이를 중재하고자 회의를 요구했던 직원 D 씨에게도 마찬가지로 ‘해고’를 언급했다.
A 사 이사진의 중재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후 B 대표의 회사 운영 방식이 달라졌다. 직원들에게 ‘월경휴가’와 병가 계획서를 휴가 시작 이틀 전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 또 법인카드로 결제하던 점심 밥값을 직원이 사비로 내게 하는 한편 전에 없던 일일·주간·월간 업무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C, D 씨는 B 대표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계속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B 대표는 지난 9월 말 자신의 남자 후배 E 씨를 중간관리자로 고용했다. C, D 씨에 따르면 E 씨는 직원과 대표의 중간에서 서로의 말을 전달하고, 대표의 결재가 필요한 서류를 처리하는 등 대표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 또 다시 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출근을 이어가고 있는 D 씨는 “여성을 강조하는 회사에서 월경휴가를 이틀 전에 내라고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해고 사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통지서도 없는 부당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자 직원 채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여자만 일한다고 홍보한 회사에서 고객을 속이는 것이다. 대표는 남자 직원에게는 고객 전화를 받지 않게 했다. 이건 양심이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는 퇴사한 C 씨는 “대표가 여성 관련 사업을 지속할지 의문이 들었고, 수평적인 분위기라고 듣고 입사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느껴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대표는 “업무 때문에 연락하면 월경휴가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휴가를 썼다. 그래서 그렇게(월경휴가 계획서를 이틀 전에 내라고) 조치했다”며 “우리는 현재 4인 미만 사업장이기에 D 씨를 해고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D 씨는 대표의 결재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 (C, D 씨가 요구한) 회의는 배송이 밀려 있어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B 대표는 또 “남자 직원을 고용한 게 무슨 불법인가. 배송을 돕게 하려고 잠깐 고용한 것뿐이다. 대외적으로 숨길 생각은 없었다”며 “여성 교육 사업은 이어나갈 계획이다. 내가 감수성이 부족한 건 인정하지만, 중요한 건 메시지다. 기사가 나간다면 명예훼손 등 직원 상대로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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