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회장 후보 선출 방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지주사 회장직 겸임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각종 예측이 오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행장을 비롯해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김종운 전 우리금융 부사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을 지주사 회장 후보군으로 꼽는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김장학 전 광주은행장 등도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간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을 찬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고 경영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8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우리은행 노조·위원장 박필준)가 손 행장에게 회장직 겸임을 건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주사 승인만 받았지 아직 지주사가 된 게 아니기에 당장 회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며 “지주사 회장은 향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여러 계열사가 생겨서 계열사 간 분리 업무를 할 때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도 손 행장이 회장직을 겸임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변수가 생겼다. 정부가 경우에 따라 지주사 회장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18.43%를 갖고 있어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의사 표시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6년 말 우리은행 지분 51.06%를 보유했던 예금보험공사는 한국투자증권 등 7개 과점주주에게 각각 지분 4~6%를 매각해 현재는 18.43%만 갖고 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 측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해지했다”며 “새로운 과점주주들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최대주주는 여전히 예금보험공사다. 지난 3월 배창식 예금보험공사 인재개발실장이 우리은행 비상임이사로 취임해 우리은행 경영에 관여할 여건도 마련돼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기에 최종구 위원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 회장이 결정될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 22일에는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지배구조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고 앞으로 고민해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예금보험공사가 지주사 회장 선임에 참여하면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내부에서 큰 반발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우리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주사 회장 인선에 참여한다 해서 손 행장이 회장직을 겸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우선 목표이기에 지주사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적임자를 선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나 전문성 없는 사람이 회장에 오르는 건 막을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은행 이사회와 정부 모두 목적이 우리금융 가치 극대화이기에 크게 특이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다음 이사회인 11월 23일 전까지 회장 후보를 결정해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어떤 인물이 회장직에 오를지 현재로는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아직 논의 중이며 결정된 건 없다”고만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
우리은행 금융지주 전환과 케이뱅크, 은산분리 '삼각함수' 풀이
·
'은퇴 수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앤장 상임고문 사퇴
·
'위니' 전산 교체 완료 우리은행, 한때 온라인뱅킹 접속 지연
·
채용비리 막으려 도입한 우리은행 공채 필기시험 '파열음'
·
'우리은행이 또!' 잦은 시스템 사고에 고객들 불안감 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