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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수입 사상 첫 '300조 돌파 페이스'의 아이러니

세금 증가 덕 재정 건전성 좋아지는 반면 경기 부양 효과 상쇄 우려

2018.10.19(Fri) 22:11:27

[비즈한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투입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민간에서 거둬들이는 세금 역시 급증하면서 재정 확장 정책 효과를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심해진 고용난과 경기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재정 확장 정책이 세금 증가로 인해 효과가 상쇄되면서 경기 부양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는 정부로서는 세금 증가 덕에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줄어드는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 가계와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올해 국세수입이 사상 처음 30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8월 국세수입은 23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조 2000억 원 늘어났다. 1~8월 누계로는 213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9조 5000억 원)보다 23조 7000억 원이나 늘었다. 이는 최저임금 상승과 부동산 거래 증가로 소득세가 7조 7000억 원 증가했고,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가 9조 3000억 원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세수입 증가분이 정부 예상치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국세수입이 268조 1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8월까지 거둬들인 세금 213조 2000억 원으로 이미 예상치의 79.5%에 도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75.5%)보다도 빠르다. 

 

이 속도대로 세금이 들어온다고 단순 계산할 경우 올해 국세수입은 319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당초 예상치보다 51조 7000억 원이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6년간 국세수입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302조 5000억 원으로 예측된다. 단순 계산치보다는 낮지만 역시 사상 첫 300조 원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경연 전망치 역시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국세수입보다 34조 4000억 원 늘어난 것이다. 이런 예측에 대해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만약 단순 계산치나 한경연 전망치대로 국세수입이 늘어날 경우 올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늘려놓은 예산액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된다. 올해 정부의 예산액은 428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예산액 400조 5000억 원보다 28조 3000억 원 늘어났다. 정부가 늘려놓은 예산보다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이 더 많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재정 확장 정책이라며 예산 투입을 늘렸는데 세금이 이보다 더 많이 걷히면서 사실상 재정 긴축 정책을 펴버린 셈이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5년 국세수입(217조 9000억 원)은 정부 예상치(215조 7000억 원)보다 2조 2000억 원 더 걷히는데 그쳤지만, 2016년에는 예상치 초과 국세수입이 9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는 예상치 초과 국세수입이 14조 3000억 원까지 늘었다. 2016년 정부 예산(386조 4000억 원)이 전년 대비 11조 원, 2017년 정부 예산(400조 5000억 원)이 전년 대비 14조 1000억 원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 증액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었다. 

 

특히 예산 증가액보다 세금 증가액이 늘어난 2017년부터 재정 투입에도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1%였지만 마지막 4분기에 -0.2%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한국은행이 18일 2.9%에서 2.7%로 하향조정하는 등 정부의 재정 투입에도 경기 전망은 깜깜해지고 있다. 

 

취업자 증가 수 전망도 급락했다. 한국은행은 또 올해 하반기 취업자 증가 수가 4만 명에 그치면서 올 한 해 전체 취업자 증가 수는 9만 명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전 전망치였던 올 하반기 취업자 증가 수 21만 명, 올해 전체 취업자 증가 수 18만 명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또 올해 취업자 증가 수 전망치는 지난해 취업자 증가 수 32만 명에 비하면 28.1%에 불과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예산을 증액했는데 이보다 세금이 더 많이 걷힌다면 정부의 재정 확장 효과가 나타날 수가 없다”며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세액공제감면 범위를 확대하거나 소비세나 유류세를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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