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와 택시업계는 원래 협력관계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이빨을 드러낼 줄은 몰랐죠.”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결의대회’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자는 분통을 터트렸다. 택시·대리운전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가 최근 카풀 서비스를 내놓으며 대중교통 분야에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까닭에서다.
택시업계는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에 경계감을 드러내며, 카풀 서비스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이날 집회에는 전국 택시업계와 운송사업자 5만 명이 결집했으며, 서울 택시 7만 대는 오전 4시부터 19일 오전 4시까지 24시간 동안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따르면 카풀 서비스는 제한적 합법이다. 81조 1항은 택시면허가 없더라도 출퇴근 시라면 승용차 주인이 운송료를 받고 운행할 수 있도록 돼있다.
카카오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출퇴근 교통 혼잡을 줄이고 택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요금이 저렴해 소비자 만족을 높일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T택시의 경우 처음에는 택시와 승객을 매칭해 상호 보완적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보편화 되자 호출비 부과 등 과금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카카오가 택시 서비스에 운임 자동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최근 이런 택시 업계 반발의 도화선이 됐다. 그동안 카카오는 ‘T택시’ 서비스의 결제 구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승객이 카카오 T택시에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를 등록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경우 자동결제 하는 서비스를 지난 4일부터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확대되면 택시기사들은 승객 운임을 카카오로부터 받아야 된다. 향후 수수료·호출비용 등 요금 정책의 주도권을 카카오가 쥐게 된다는 뜻이다.
카카오 T택시의 경우처럼 카풀 서비스도 처음엔 출퇴근 시간에만 시행하다 결국 전일제 운영으로 바뀔 것으로 택시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여객자동차법 81조 1항에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유연근무제가 확대됨에 따라 새벽과 심야 시간을 출퇴근 시간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카풀이 사실상 24시간 온종일 영업할 수도 있다.
실제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의 경우 출근은 오전 5~11시, 퇴근은 오후 5시~오전 2시로 운영했다. 24시간 중 15시간을 출퇴근 시간으로 적용한 것. 풀러스는 이를 24시간으로 확대했다가 결국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우버 역시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시작한 ‘우버셰어’ 서비스를 24시간 운영하다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도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하다 단계적으로 운영시간을 늘려 결국 24시간 운영체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에 택시 업체들은 여객자동차법 81조 1항을 아예 삭제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마라톤회의)’을 열고 중재자로 나섰지만 택시업계는 “무조건 반대” 입장을 내비치며 아예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와 여론은 공유차 확대라는 거대한 흐름을 택시업계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여론 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공유경제에 바탕을 둔 교통 서비스 이용자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74.2%가 승차공유 서비스에 찬성 입장을 내놨다. 다만 공유차가 전면 허용되더라도 택시를 완전 대체할 것이란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공유차와 택시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고 답한 응답자는 71.7%였다.
우리보다 앞서 공유차 서비스가 확대된 미국, 유럽의 경우 공생의 길을 선택해 갈등을 봉합하는 분위기다. 뉴욕시의 경우 우버 차량의 총량을 규제하는 한편 공유차 면허제를 도입해 택시·리무진협회 관계자들의 입회하에 면허시험을 치르고 있다. 프랑스도 우버 서비스의 영업 면허제를 시행 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존 산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새 산업이 발생하면 이해 당사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완충책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양측 간에 가교를 놓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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