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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정말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을까

정부·국회 "자급제 도입해야 통신비 인하 효과"…업계 의견은 엇갈려

2018.10.19(Fri) 16:21:38

[비즈한국] 고기를 따로 사고 인원수대로 자리 값을 내는 일명 ‘정육식당’​은 일반 고깃집에 비해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고기 1인분이 150g인지 200g인지, 혹은 정량대로 나왔는지 따질 필요가 없고 먹은 만큼 값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육식당이 일반 고깃집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휴대전화를 사고 개통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정육식당 방식이 도입하자는 논의가 최근 또 다시 불이 붙었다. 바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해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통신사가 아닌 유통매장에서 구매하고, 기존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통신 연결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통신사가 통신서비스와 휴대전화 유통까지 담당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더 이상 “한 달에 평균 요금을 얼마 정도 쓰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된다.

 

발단은 지난 1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이 통신요금 인하 방안으로 거론되면서부터다. 그동안 국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도입 논의가 이뤄졌지만 ‘실효성’ 지적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국감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고,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만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정부와 정치권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완전 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한 방안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집중 논의 되면서 정부·정치권, 통신사와 제조사, 판매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 “단말기 가격 낮춰야 ​통신 요금 인하 효과 있다​​ 

 

제도 도입의 핵심은 ‘단말기 가격 인하’에 있다. 이동통신사는 서비스와 요금만 경쟁하고,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단말기 가격을 두고 경쟁하면서 궁극적으로 통신요금을 낮추자는 논리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현재 구조에선) 제조사가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 값이 올라간다”며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도입해야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도 “통신사는 여론 탓에 통신비를 낮추는데 단말기 제조사는 비싼 단말기를 판매해 이익을 보고 있다”며 힘을 실었다.  

 

실제 통신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25% 선택약정할인’을 적용 중이다. 기존 20% 할인을 25%로 높이는 방식이었다. 도입 초기 통신사들은 소송까지 언급할 정도로 반대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통신요금 인하 효과는 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단말기 가격은 오르고 있다. 최근 출시됐거나 예정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는 모두 100만 원을 넘는다. 애플의 최신 단말기 ‘아이폰 XS 맥스(512G)’​의 미국 현지 출고가는 1499달러(167만 원)이다. 11월 2일 국내에서 출시될 때는 200만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 X(256GB)’​는 미국 출고가는 1149달러(129만 7000원), 한국 출고가는 155만 700원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512G)’의 출고가는 135만 원, ‘​갤럭시S9’​은 109만 4500원이다. 오는 24일 출시 예정인 LG전자의 ‘V40 ThinkQ’의 출고가는 104만 9400원이다. 2016년 출시된 단말기들의 가격(평균 약 83만 원)과 비교하면 최소 10% 이상 올랐다. 성능 개선과 용량 확대를 감안해도 이 정도 가격 상승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통신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구입을 동시에 하는 구조에선 요금을 아무리 낮춰도 단말기 가격이 계속 오르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통신비에는 단말기 할부금도 포함돼 있어서다. 일부 요금제 구간에선 통신비보다 단말기 할부금 비중이 더 높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 대안으로 “단말기 자급률이 높은 미국, 독일 등은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통신사 출고가보다 최대 35% 이상 저렴하게 판매된다”며 “우리나라도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면 단말기 가격이 평균 22%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떠맡는 부담 크다​ 이해 엇갈리는 관련업계 

 

업계 반응은 첨예하게 갈린다. 떠맡는 통신비 인하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른 업계 간 불신도 골이 깊다. 

 

먼저 통신사는 도입에 우호적이다. 사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은 지난해 통신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관련 협의를 위해 구성된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통신 서비스 가격과 단말기 구입비용을 구분하며 “통신비 인하 요인은 통신사에만 있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전체 통신비 인하 효과는 통신 요금과 단말기 가격이 동시에 내려가야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도입 찬성 쪽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실제 이번 국감에서도 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점에 쓰는 리베이트만 1년에 4조 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단말기 프로모션 비중이 상당한 건 사실”이라며 “자급제가 도입되면 서비스나 요금 경쟁력을 강화할 여력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반면 휴대전화 유통점 연합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통신사들이 그동안 요금 인하로 인한 손해를 유통망과 다른 업종에 전가하려 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대리점들은 제조사와 각각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 경우 유통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최근 이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17~18일 이틀간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을 거부했다. 유통업계가 통신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는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와 함께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단말기 완전 자급제 반대 탄원서도 제출했다.

 

# “애플이 우리나라만 가격을 낮출 수 있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 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단말기 제조 부문만 놓고 볼 때 완전 자급제가 당장 단말기 출고가를 낮출지는 미지수다. 스마트폰 시장 가격이 세계 각국별로 비슷하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단말기 시장점유율도 삼성전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경쟁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글로벌 기업인 애플 역시 우리나라에만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대량 매입을 해야 가격 인하 여지도 생기는데, 추후 대형 유통점이든 중소규모 유통업체든 현재 통신사만큼 매입 여력이 있는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오히려 통신비가 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완전 자급제 도입과 관련한 효과를 검토하고 유통망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완전 자급제와 함께 분리공시제도 함께 검토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통신사, 제조사 지원금을 각각 분리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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