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입구 부근에서 작은 자동차를 발견했다. 쎄미시스코가 수입하는 ‘D2’라는 전기차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이지만 일반 자동차와 비슷한 모습이다. 당첨됐다는 사람을 도대체 찾을 수 없는 의혹투성이의 경품인가 했더니, 실제 판매하는 차량이라고 한다. 마트에 생수 사러 갔다가 실수로 자동차 사오게 생겼다.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다.
쎄미시스코 D2는 중국 쯔더우가 제작한 전기차로 이미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2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2인승 전기차다. 17.3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어 1회 충전에 150km 주행(수입사 발표 수치)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80km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냉난방 시스템과 스마트키까지 지원한다.
이런 초소형 전기차는 쎄미시스코가 처음은 아니다. 르노삼성이 이미 ‘트위지’라는 2인승 전기차를 판매 중이다. 꽤 파격적인 디자인에 명품업체인 ‘듀퐁’과 협업한 모델도 있을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다만 트위지는 좌우 2인승이 아니라 전후 2인승으로 오토바이에 가까운 구조다. 특히 창문도 비닐 재질에 에어컨도 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간혹 독특한 구석이 있다. 꽤 독특한 자동차지만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다.
그 밖에 대창모터스의 ‘다니고’는 국내 기업이 생산, 판매하는 2인승 전기차다. 올해에만 300대를 예약 판매했다.
초소형 전기차는 대부분 유럽과 중국에서 생산되고 소비된다. 특히 중국은 초소형 전기차 천국이다. 중국에는 주로 여성들이 초소형 전기차를 이용하는데 운전이 쉽고 가격도 저렴해 아이들 통학용, 마트 장보기용으로 수요가 엄청나다고 한다.
만약 쎄미시스코의 D2가 국내에서 성공한다면 중국의 수많은 초소형 전기차가 국내에 들어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17년 기준으로 50만 대를 넘어 세계 판매량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 강국이다. 내연 기관 자동차에서는 독일, 일본, 미국 등을 따라잡기 힘든 중국으로서는 전기차에 올인하는 편이 훨씬 영리한 전략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 중에 추가적으로 초소형 전기차를 준비 중인 곳이 있다. 우선 캠시스라는 회사는 지난 10월 11일부터 ‘쎄보-C’라는 전기차의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 전기차 역시 2인승이다. 8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넣어 완충 시 약 100km를 주행(제조사 발표 수치)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80km다. 다행히 히터와 에어컨이 모두 달려 있다.
자동차 종합관리 서비스 업체인 ‘마스타자동차’도 전기차 직접 생산에 뛰어든다. 마스타전기차는 좀 더 실용적이다. 2인승에 뒤에 화물칸이 달려 있는 국내 최초의 카고형 전기차다. 소상공인이나 배달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10kWh의 배터리 용량으로 100km 주행(제조사 발표 수치)이 가능하다고 한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이다.
디에스피원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전기차를 준비 중이다. 디에스피원의 전기차 ‘오토스V’는 한 번 충전으로 120km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오토스V는 배터리 교환이 가능해 충전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전기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디에스피원은 이를 위해 미국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블링크 차징’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국내 배터리 업체인 ‘벡셀’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초소형 전기차들은 대부분 1500만~2500만 원대의 가격으로 450만 원 정도의 정부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포함하면 500만~1500만 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유지비가 적고 세금 혜택 등을 생각하면 세컨드카로 그만이다.
배터리 용량이 적어 긴 거리는 주행할 수 없지만 어차피 저속전기차라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수 없다. 초소형 전기차는 도심 안에서 하루 10~50km를 운행하는 이들을 위한 자동차다. 주차도 쉽고 좁은 골목도 잘 빠져나간다. 주변에 전용 충전기가 없어도 그냥 가정용 220V 콘센트에 충전이 가능해 별도의 설비도 필요 없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전문기업이 아닌 신생 업체들이 만들다 보니 자동차의 기본기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서스펜션, 쇼크 업소버의 노하우가 적어 승차감이 엉망이고 브레이크 성능이나 조향 장치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실내 인테리어 품질, 편의 기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과시의 수단, 내 영혼을 달래줄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초소형 전기차는 좋은 답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시작은 어설픈 법이다. 시간이 흐르면 품질이 향상되고 개성 있는 디자인에 높은 상품성을 가진 초소형 전기차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기업이 쉽게 도전할 수 있고 소비자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카테고리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서라도 차는 더 작아지고 전기차는 더 많이 보급돼야 한다. 꼬마 전기차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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