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8일 오후 2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진출을 규탄하며 전국 택시 파업과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벌였다. 집회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온 택시노동자연합이 참여했다.
오후 1시 30분, 집회 장소인 광화문광장에 도착하기도 전인 시청역 부근부터 거리는 택시 노동자로 가득했다. ‘택시 산업 말살 정책’ ‘카풀 빙자 불법 영업’ 등이라 적힌 팻말 아래 삼삼오오 모이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한탄했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하니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시위 참가자가 많았다. 이날 집회에는 약 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최측은 10만 명으로 얘기했다. 각 ‘지역장’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택시운전기사 명부를 들고 집회 출결을 확인하고 있었다. 기자가 “오늘 다 온 거냐”고 묻자 “오늘은 모두 와서 단결해야 하는 날”이라고 답했다.
시위대는 광화문사거리부터 경복궁 앞까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광장 옆 차도까지 통제해야 할 정도였다.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투입된 경찰력도 상당해 보였다. 경찰은 집회장 주변에 1m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고, 언제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경찰 병력도 대기하고 있었다.
택시기사 몇 명과 인터뷰를 해보니 모두 ‘생존권’이란 말을 했다. 수원에서 올라온 10년 경력 택시기사 A 씨(50)는 “오늘 수원의 모든 택시는 운행을 정지했다”며 “내가 원래 언론 인터뷰 안 하는데 이건 정말 삶이 걸린 문제다. 택시 노동자 수 26만 명, 가족까지 합치면 100만 명. 100만 명의 식구를 굶겨죽일 작정이냐. 평소 카카오를 좋게 봤었는데, 된통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본격적으로 집회가 시작되자 연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연사는 ‘개XX’라는 욕설까지 내뱉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위 참가자들은 “옳소”라고 외치며 피켓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들은 모두 격양된 상태였다.
국회의원들도 동조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차원에서 카풀 특별TF를 만들었다”고 말했고 자유한국당의 문진국, 김선동 의원은 “동지 여러분, 제가 함께 카풀을 막아 내겠습니다. 이게 4차 산업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 사람이 많은 것은 분명했으나, 모두가 격양됐던 것은 아니었다. 길가에서 꼬치구이를 먹는 사람, 광장 뒤편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도 보였다. 집회가 끝나기 전에 돌아가는 무리들도 보였다. 지방에서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강력한 규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간 국회는 ‘우버’ 등 카풀에 반대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집회 역시 국회의원이 나서 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격양됐던 상황과 대비되게 집회는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조금 넘은 3시 40분경에 끝났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서울부광통산분회 백광옥 위원장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한 국회의원과 카풀 사태 해결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오늘 국회의원이 와서 도와준다고 말해 기대가 된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집회를 지켜본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서울로 출퇴근 하는 B 씨(28)는 “카카오 카풀이 있으면 매우 편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렴한 비용도 좋지만, 카풀을 잡는 수고를 카카오가 덜어주고, 카카오 역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택시 집회와 파업에 대해서 그는 “카풀과 택시는 수요층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시위 할 정도로 택시 업계에 큰 영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집회를 구경하던 시민 C 씨는 “택시 기사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해주면 좋다”며 “경쟁 사회인데, 모두가 살아남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광옥 위원장은 “카풀은 해당 지역의 자동차 이용 수요를 다 빨아들이기 때문에 택시와 소비자층이 겹친다”고 반박했다.
‘별일 없었던’ 집회에 허무해 하는 이도 있었다. 집회 현장 옆자리에서 커피를 파는 할머니는 “너무 빨리 끝나서 많이 못 팔았다. 아쉽다”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시위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천재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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