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어머 추억의 애플하우스!”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갔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자주 다녔는데 정말 반갑네요. ^^”
나는 애플하우스에 아무런 옛 추억이 없다. 우면산 방향에 몇 해는 살았다. 서초구, 강남구, 동작구까지로 추정되는 ‘애플하우스 학군’에 속했다. 하지만 애플하우스에 추억이 없다.
가본 기억도 없다. 같은 구반포 상가에 있던 맥도날드엔 하고 많은 추억이 있는데 말이다. 그때 프렌치프라이부터 다 먹고 ‘휠레 오 휘시 버거’를 먹기 시작해야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다고 알려준 친구 김 아무개는 잘 살고 있나 모르겠다. 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함께 먹으면 배가 차버려서 프렌치프라이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학설이었다.
아무튼 내 버전의 떡볶이 추억은 서문여고 앞에 형성되어 있던 떡볶이 골목이어서, 애플하우스 추억담을 들을 때마다 별달리 할 말이 없다. 애플하우스에 다닌 것이 ‘고작’ 10년은 됐을까. 맥도날드 세트메뉴 정도는 라지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하고도 다 먹을 수 있게 자란 후 발을 들였다.
추억이 아니라 맛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애플하우스를 추억이라 단언하는 정서에는 미묘한 반감 비슷한 것을 느낀다. 맛이 있는데, 추억이라고 해버리면 꼭 맛이 없는 것 같아서. 어릴 적에만 맛있게 느껴야 하는 것으로 멋대로 정해버리는 것 같아서. 허구한 날을 오직 냉면만 먹고 살라는 것 같아서. 떡볶이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애플하우스는 즉석떡볶이로 이름난 분식집이다. 일반떡볶이도 있는데, 호기심으로 한번은 시켜보았지만 역시 결론은 즉석떡볶이다. 춘장이 들어간 검붉은 소스가 딱 달라붙는 맛을 낸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스쳐갔을 무쇠솥은 순식간에 끓어오른다. 야박하지 않은 ‘오뎅’ 인심에, 듬뿍 얹은 양배추와 라면 사리, 쫄면 사리가 진득한 양념을 딱 붙들고 있어 바글바글 끓는 동안에 이미 젓가락질이 분주해진다.
밀떡이거나, 밀가루 함량이 무척 높은 떡은 얇고 아담한데, 양념에 푹 익어들었을 때 먹는 것이 맛이 좋다. 심지어 바닥에 눌어붙도록 내버려뒀다 긁어 먹으면 고소함이 더 좋다. 위의 저 김 아무개처럼 학설을 제기하자면, 애플하우스에서는 라면과 쫄면 사리를 다 건져 먹은 후 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언제나 주문은 2인 기준 즉석떡볶이 하나에 라면+쫄면 사리 하나, 그리고 1인당 달걀 한 알로 정해져 있다. 그 외에 다른 사리를 더 넣거나, 대뜸 즉석떡볶이 2인분을 주문하는 것은 과욕이다. 양이 많다. 게다가 예의상 볶음밥도 1인분은 볶아야 즉석떡볶이를 먹은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인원이 더 많다면 차라리 사이드 메뉴로 순대볶음을 주문하는 것을 권한다. 맛이 꽤 괜찮다. 애플하우스는 한 번 가면 그야말로 탄수화물의 제전이지만,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이런 축제 가끔은 아주 좋다.
무엇보다도 애플하우스의 중독성을 담당하는 것은 무침만두다. 무침만두를 인당 1인분 네 개씩 먹기 위해 즉석떡볶이는 형식적으로 주문한다고까지 할 수 있다. 포장마차 것보다는 실하게 큼직한 튀김 만두에 닭강정 맛이 나는 양념을 잔뜩 묻혀서 주는데, 이게 뭐라고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몇 인분씩이나 포장해다 얼려 놓고 먹는 사람도 왕왕 있다.
꾸덕꾸덕한 양념 속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두툼한 만두피가 꽤나 기분 좋게 한다. 양념의 대부분을 차지할 물엿이 수분 방어막을 형성해 식어도 눅눅해지지 않는 게 아닐까 한다.
떡볶이, 참 단순한 음식이다. 하지만 단순할수록 쉽지 않은 법이다. 짜고 달고 매운 맛이 저마다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양념을 이리저리 배합해봤을, 라면의 종류와 쫄면의 종류를 여러 가지로 시험해보고 떡 또한 이리저리 골라 봤을, 그리고 그 맛을 일정하게 내기 위해 노력하며 지난 30여 년을 살아남아온 애플하우스의 뜨거움을 나는 발로 차지 못하고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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