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간 활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최근에 각광받는 아이템이 바로 프리미엄 독서실이다. 기존의 스터디룸이 번화가에 위치하여 회의나 토론, 팀 작업을 하는 공간의 임대 사업을 영위했다면,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프리미엄 독서실은 조금 더 주거지역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은 임대 사업이다.
과거의 독서실 사업이 수험생과 고시생을 대상으로 한 저가형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의 프리미엄 독서실은 그 타깃 연령층을 조금 더 끌어올려 넓혔다.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부모와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학습/작업을 희망하는 직장인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과거보다 가격을 조금 더 높이 매길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큰 방에 여러 구획과 책상을 일괄적으로 깔아두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용도에 따라 인터넷 열람실과 기타 공간을 구분하고 조금 더 넓은 개별 공간과 팬시한 가구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그 결과 최근 몇 년을 놓고 보자면 가장 성공한 공간 임대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미엄 독서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1990년대 말부터 불었던 피시방 붐을 생각하게 한다. 두 업종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과거 피시방 수익모델의 핵심은 공간을 빌릴 유인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임대료를 받는 것이다. 여기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확산으로 인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임대 유인이었고 그 급부로 받는 것이 시간당 임대료였음을 생각해보자. 초기에 충분한 시설 투자를 바탕으로 수요를 유인하여 개별 공간을 임대한다는 측면에서 피시방은 프리미엄 독서실과 차이가 없다.
특히나 이후 피시방의 궤적을 돌아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피시방의 수요가 늘어갈수록 피시방 창업도 줄을 이었고 더 매력 있는 임대 공간이 되기 위해선 끊임 없는 시설 투자가 이어져야 했다. 많은 피시방이 처음에는 컴퓨터라는 시설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고 이후로는 의자와 소품, 인테리어 등으로 시설 투자의 범위를 넓혔다. 상당수의 프리미엄 독서실들이 시설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초기에 경쟁한 것도 이러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에서는 시설 투자가 생산력과 기술 향상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시장의 경쟁 우위를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임대업, 특히 시설 투자가 경쟁 우위가 되었던 피시방 같은 사업은 수요가 지역에 한정되기에 시설 투자가 현상 유지에 그친다는 점이 불리한 부분이었다.
또 이러한 임대업의 시설 투자는 모든 경쟁자의 투자가 결국 한 지점으로 수렴을 하기에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부분도 컸다. 바로 이 점이 한때, 피시방들이 컴퓨터와 그래픽카드 성능, 그리고 시설을 광고로 내세우다가 더 이상 드러내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피시방의 시설 투자 랠리가 잦아든 때는 피시방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조정이 발생하면서다. 그리고 현재 대다수의 피시방은 여전히 피시방 초창기의 시간당 요금에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피시방 이용요금은 고정비용과 변동비의 일부를 충당하고 수익은 라면 등의 부가적인 상품 판매를 통해 거두는 것이 현재의 수익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면 향후 프리미엄 독서실의 미래는 어떨까? 우선 피시방만큼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 게임이라는 유희가 가져다주는 재미와 재구매율은 공부라는 따분한 것보단 우월하다. 그러나 마음먹고 하는 것인 만큼 프리미엄 독서실은 지불의사가 더 높다.
프리미엄 독서실은 피시방만큼이나 정기적인 시설의 재투자가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피시방보다는 유리하다. 다만 일정 자본만 갖추고 있다면 무제한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수익모델이나 비즈니스 해자를 만들지 못한다면 피시방에서 보인 수익성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새로운 공간 활용 비즈니스로 떠오른 프리미엄 독서실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일은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모델의 비교일 뿐이며 단지 이것만으로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누군가는 비즈니스적 한계에서 새로운 변화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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