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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조현애-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흐른다

2018.10.15(Mon) 13:36:26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Unknown time: 162.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7

 

시간을 느끼는 것은 상대적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시간이라도 사람들의 감성의 속도는 각기 다를 것이다.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과거-현재-미래로의 진행. 이런 시간의 속성을 미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시간은 작가들에게 매력적인 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서양미술에서 시간은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중세부터 의인화된 시간이 그림에 등장했지만,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17세기경이다. 등에 날개가 있고, 낫과 모래시계를 쥐고 있는 꼬부랑 노인의 모습이다.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났을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시간을 신격화했던 그리스, 로마의 전설과 신선의 모습으로 장수의 신을 표현했던 중국문화의 영향으로 본다.

 

인상주의가 유럽을 휩쓸던 시기에 활동한 영국작가 윌리엄 다이스는 시간을 주제로 한 걸작을 남겼다. ‘페그웰 만: 1858년 10월 5일의 추억’이라는 작품인데, 여기에는 각기 다른 세 가지 시간이 나타나 있다. 

 

Unknown time: 181.2x184cm Acrylic on canvas 2018


 

첫째는 작가가 살고 있는 ‘지금’이다. 이는 인간이 점유한 구체적 시간이다. 그가 살았던 영국 어촌 마을인 페그웰 만의 가을 저녁 무렵의 풍경으로 표현했다. 하늘에는 혜성을 그렸는데, 1858년 10월 5일 이곳에서 볼 수 있었던 도나티 혜성이었다고 한다. 이 별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천문학적 시간’이다.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달려와 우리 눈앞에 보이는 별들이 속한 시간은 지구에만 적용되는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법칙 속에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배경에 절벽을 선명하게 그렸는데, 2억 5000만 년의 시간을 축적한 절벽의 지층을 꼼꼼하게 그렸다. 다이스는 자신이 본 풍경의 시간과 도나티 혜성의 천문학적 시간, 과거의 시간이 새겨진 절벽의 지질학적 시간을 하나의 풍경 속에 담아 시간의 여러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Unknown time: 130.3x162.2cm Acrylic on canvas 2018

 

 

조현애 작가도 시간의 의미를 회화로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그의 그림에도 다이스의 시간 풍경화처럼 여러 시대의 시간이 동시에 나타난다. 그림의 배경에는 지구의 모든 시간을 아우르는 우주 공간이 하늘 이미지로 깔린다. 그 위에 여러 시대 시간을 상징하는 벽들이 펼쳐지며 하나의 공간 구조를 이룬다. 거기에는 선사시대의 벽화 이미지와 조선시대 여인의 이미지, 그리고 패션을 뽐내며 포즈를 취한 인물로 현재의 시간을 보여준다.​

 

때로는 바다 풍경과 평범한 거실의 풍광을 조합해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인위적 시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우리는 각기 다른 감성으로 시간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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