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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빈티지 시계와 중년 남자의 공통점

희소성 있는 빈티지 시계 인기, 사람도 세월의 가치가 더해져야…

2018.10.15(Mon) 10:32:30

[비즈한국] 어릴 적 우리 집 괘종시계의 태엽 감기 담당은 나였다. 벽에 붙은 거대한 시계는 매시 시각의 숫자만큼 종을 쳤고 30분마다 한 번씩 종을 쳐줬다. 괘종시계가 종을 치지 않거나 멈춰버리면 그건 내가 시계 밥 주는 걸 잊어서였다. 40년 전의 기억임에도 여전히 벽에 붙은 시계에 매달려 발뒤꿈치를 들고서야 겨우 태엽 감는 장치를 돌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지금 부모님 집엔 그 괘종시계가 없다. 오토매틱 시계에 밀려 창고로 들어간 게 벌써 수십년 전이고, 그러다가 어느 샌가 사라져버린 듯하다. 그땐 낡은 건 나쁘고 새것이 좋은 줄만 알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거의 낡은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놨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아마 이런 사람들이 많을 거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릴 적 집에 있던 물건들을 잘 보관해서 현재의 나에게 물려줬을 텐데 말이다.

 

빈티지가 매력적인 키워드가 되었다. 2030 밀레니얼 세대들도 빈티지를 찾기 시작했다. 새것보다 희소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빈티지는 매력적인 키워드가 되었다. 과거엔 와인에서만 빈티지라는 말을 썼지만, 이젠 모든 오래된 물건에 쓸 정도다. 빈티지 시계, 빈티지 자동차, 빈티지 가구, 빈티지 오디오 등 고가의 빈티지부터 일상 생활 용품 모든 것에서도 빈티지는 매력적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이 빈티지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점이 앞으로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생각해보니 내겐 60여 년 된 오디오, 70년 된 손목시계, 80년쯤 된 카메라를 비롯해, 90년 전의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의 가구들도 있다. 분명 빈티지에 큰 관심이 있던 게 아니었음에도 최신의 신상품과 함께 낡은 빈티지도 하나둘 사뒀던 것이다. 빈티지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손때이자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낡음이 주는 멋도 있고, 현재에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과거 물건에서 느껴지는 희소성과 함께 클래식함이 주는 우아함이 있다. 

 

무조건 새것이 좋다고 여겨버리면 속상해진다. 사람한테도 적용시켜버릴 것 같아서다. 늙음이 죄가 아니고 젊음이 상이 아니듯, 각자의 매력은 충분히 있다. 특히 오래된 낡음이 주는 매력의 가치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빈티지가 트렌드가 되고, 레트로가 계속 욕망되는 상황이 솔직히 반갑다.

 

하루 한 번쯤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기계식 시계는 불편할 수도 있다. 뭐든 다 자동으로 되는 시대에 태엽을 감아야 하는 낡고 오래된 시계를 탐하는 건 전혀 실용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식 장치가 주는 묘한 맛이 있다. 오히려 태엽 감는 행위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사실 시간을 잘 보려고 시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너무도 많아졌고 스마트폰이 충분히 훨씬 더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목에 시계 하나 차고 싶어하는 이들의 욕망은 여전하다. 스마트워치가 대세가 될 것처럼 애플을 비롯한 유수 IT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봤지만 여전히 태엽 감는 기계식 시계의 가치는 유효하고, 나이 든 남자들의 전유물 같던 고가의 스위스 시계를 탐하는 2030들은 더 많아졌다. 

 

빈티지 시계처럼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삶의 흔적이 쌓여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예전부터 멋쟁이 남자들일수록 손목을 비워두질 않았다. 과거엔 비싼 명품 시계 브랜드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자신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시계인지, 얼마나 유니크하고 희소한지가 더 중요해졌다. 1950~1970년대 빈티지 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점점 빈티지 시계의 가격대는 높아져간다. 유명 시계 브랜드에서도 당시 시계의 복각판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도 이런 것과 연관될 것이다. ​

 

안목은 경험의 양적 축적 속에서 쌓여가는 취향의 질적 심화의 결과물이다. 많은 걸 써보고 누려본 사람들이 안목과 취향이 좋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낡은 과거의 물건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빈티지의 가치가 높아졌다. 

 

나이가 들다 보니 비싼 걸 가진 사람은 덜 부럽다. 더 이상 팔지 않는 물건을 가진 사람이 제일 부럽다. 그런 점에서 빈티지가 주는 세월의 가치, 희소성의 가치에 주목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이다. 빈티지 물건은 사람과 닮아 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더 멋져지는 경우가 많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그만이 가진 특별한 경험과 삶의 흔적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가끔 우린 잊어버리고 산다.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나이가 든다는 건 더 멋져진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그러고 싶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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