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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헛스윙과 홈런'은 국감다반사, 무용론을 경계한다

짧은 기간 과다한 감사, 정쟁의 장, 전문성 부족 등은 '개선'해야 할 문제

2018.10.15(Mon) 10:13:49

[비즈한국] 해마다 10월이면 국회에서는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류뭉치를 들고 잔뜩 긴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 온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매해 국정 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권한이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 창안된 국정감사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폐지되었다가 민주화 열기로 1987년 현행 헌법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정감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회, 주로 야당이 정부의 각종 권한남용과 전횡을 견제하고 비판하여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때로는 정권 내 파열음을 세상에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된 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회자된 자리도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송곳 같은 질의로 ‘국감스타’가 된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정감사에서도 벌써 돋보이는 의원들이 있다.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철회하게 만들고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불만 표시를 강 장관으로부터 확인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비리 혐의가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명단을 전격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교비로 명품가방을 구입하는 등 유치원장들의 비리행태를 공개한 것은 당장 학부모들의 분통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제도개혁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국정감사의 모범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정부를 감시하는 권한인 국정감사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각종 폐해가 지적돼 다양한 개선책은 물론 심지어는 국감무용론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우선 불과 20여 일의 짧은 기간에 과다한 감사를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 문제다. 올해도 이번 10월 10일부터 29일까지 예정되었지만 휴일을 제외하면 보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제한된 기간 동안 상임위별로 방대한 사안들을 다루기에 겉핥기식 감사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구나 올해 국정감사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50곳 늘어난 총 753개이기 때문에 일정에 쫓겨 일과성 감사에 그칠 우려가 크다. 

 

다음으로 국정감사장이 ‘정쟁의 장’이 되는 현실적 한계가 지적된다. 명목상 국정감사는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이지만, 실질적으로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국정운영의 한 주체이기에 정부를 비판하려는 야당 의원들과 구조적으로 갈등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임명에 반대했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패싱’했다. 

 

그 외에도 증인의 과다 선정, 불출석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이 미흡한 점 등도 지적되지만 무엇보다도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이 국감무용론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다수 의원들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 의해 투표로 선출되기에 전문성이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한계는 있다. 그래서 많은 의원들이 피감기관 또는 제보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좌관의 도움을 받거나 공부를 해서 국감을 준비한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준비되지 못한 질의와 막말, 윽박지르기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TV로 이를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불신의 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손 의원은 지난 10일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던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연봉을 얼마나 받으세요? 판공비는요? TV 보면서 하십니까?” 등 쟁점과는 무관한 질문을 남발했고 심지어는 “사과를 하시든지 아니면 사퇴를 하시든지 두 길만 남았다는 것만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이어갔다. 

 

대다수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대표팀 구성의 공정성과 개선 방안이었지 선 감독의 연봉과 거취는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손 의원은 정운찬 KBO 총재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23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장에서 ‘야구 국가대표 감독·선수 선발 및 한국야구위원회 운영 관련’을 질의할 모양이다. 홈런을 칠지 아니면 또 다시 헛스윙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느 정권이든 집권당 입장에서는 국정감사가 신경 쓰이는 제도다. 야당으로부터 감시받는 위치에 서기 때문에 자칫 정권의 잘못이 백일하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년 내내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수시로 열면서 행정부를 감시한다. 국정감사제도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국감무용론은 경계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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