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에는 8개의 국제공항과 7개의 국내공항을 더해 총 15개의 공항이 있다. 국내와 국제노선을 모두 운항하는 국제공항은 인천을 비롯해 김포, 김해, 제주, 청주, 대구, 무안, 양양공항이 있고 국내선만 운항하는 공항은 원주, 군산, 광주, 여수, 사천, 울산, 포항공항이 있다. 그 중 국제노선만 운항하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면 지방공항은 총 14개에 이른다. 14개 지방공항은 순항 중일까? 현황을 점검했다.
14개 지방공항은 한때 참패를 면치 못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까지만 해도 국제선 거점공항인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이 개항 이래 계속 적자를 냈다. 단위면적당 지방공항의 밀집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공항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허브화 전략’으로 인해 국제노선 신설이 인천공항으로 몰리는 바람에 기타 지방공항이 피해를 본다는 견해를 비치기도 했다. 또 2000년 이후 KTX 노선 신설이나 고속도로 확장 등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국내선 항공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도 지방공항 적자의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지방공항이 정치적으로 종종 이용되면서 ‘정치공항’이라는 말도 나왔다. 총선 때마다 지방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정치인들의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하지만 지방공항의 적자는 오히려 지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울진공항의 경우 한 지역구 의원의 공약에 의해 2003년 건설되었지만 수요가 없어 2010년부터 비행교육 훈련센터로만 사용되고 있다.
시들어가던 지방공항에 활기를 가져온 것은 저비용항공사(LCC)였다. LCC는 지방공항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6년부터 지방공항에 국제선 노선 신설, 신규 취항 또는 증편할 경우 항공사에 공항시설사용료를 감면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대형 쇼핑몰을 유치하거나 산업단지나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등의 다른 대책도 내놓았지만 LCC의 취항 외에는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청주와 대구, 무안 등 적자를 면치 못하던 몇몇 지방공항이 최근 흑자를 기록했다. 2016년 청주와 대구공항이 개항 이후 최초로 흑자를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양양공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국제공항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무안공항이 전년 대비 170.2%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보였다. 청주공항도 82.7% 성장했다.
청주국제공항은 중부권 거점 공항으로 국토 중심부라는 위치 덕에 LCC의 노선 취항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75km, 김포국제공항에서 165km 등 수도권 인근 고객의 이용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환승 시에도 타 지방공항보다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청주공항을 근거지로 노선을 다변화하겠다는 LCC 에어로케이도 면허를 준비 중이다.
여러 지방공항에 가장 많은 노선을 취항한 곳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LCC업계에서 가장 많은 37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운항횟수와 수송객 수도 1위다. 제주항공의 지방공항 국제선 수송현황은 2014년 27만여 명에서 2017년 105만여 명으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올 4월에는 무안공항을 제3의 허브공항으로 삼고 노선을 취항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김해공항, 대구공항, 청주공항 등의 지방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국제선을 확대하고 운항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51개 국제선 중 19개 노선을 인천과 김포를 제외한 지방공항에서 운항하며 거점 다변화와 지방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014년부터 대구를 제2의 허브공항으로 삼고 정기 취항 노선을 늘렸다. 그 덕에 1961년 개항 이래 2015년까지 55년간 쭉 적자만 내온 대구공항이 2016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정기 노선 개설을 위해 청주공항을 기점으로 한 노선 운항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광주와 무안공항을 거점으로 운항을 시작한 소형 항공사 에어필립은 해외여행 한 번 가려면 4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 불편한 교통 인프라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순천 한국공항공사 항공사업본부장은 “올해 9월까지 한국-베트남 노선 이용객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589만 명에 달한다”며 대구, 청주, 무안공항 등 지방공항을 활용한 베트남 노선 활성화와 노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양공항은 7개 지방 국제공항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형 항공기도 착륙이 가능한 공항으로 개선되면서 3년여 동안 310억 원이 투자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지난 3월 국토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양양공항 등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강원도는 이용률이 저조한 양양공항과 원주공항을 살리는 방안으로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LCC 플라이강원의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양양공항과 속초항 크루즈를 연계한 상품을 운영하고 도내 관광상품을 개발해 공항과 관광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남북관계 개선 시 양양공항에서 북한 갈마공항, 삼지연공항과 노선을 개설해 설악산-금강산-백두산을 연결하는 남북평화 하늘길도 열 수 있다는 의지를 비쳤다.
지난 10월 8일 국토부는 항공운송사업 신규면허 심사 추진계획을 밝혔다. 10월 중 면허신청을 접수하고 11월부터 면허심사에 착수해 내년 3월까지 심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현재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등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LCC가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는지에 따라 지방공항들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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