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공개한 LG전자의 스마트폰 ‘V40’은 후면카메라를 3개 달아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LG의 과감한 승부수가 시장에서 미처 평가를 받기도 전에 삼성이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이 11일 공개한 ‘갤럭시 A9’은 4개의 후면카메라를 단 것. ‘맥시멀리스트’의 피가 흐르는 삼성전자다운 폰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숫자가 늘어난 것은 올해 나타난 두드러진 트렌드다. 지난 3월 발표한 ‘화웨이 P20 프로’는 3개의 후면카메라를 달고 출시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삼성 역시 지난 9월에 3개의 카메라를 배치한 A7을 공개하며 맞불을 붙였다.
다만 이 두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3개지만 하나는 기능 보조용으로 실제로는 2개의 화각을 지원한다. 10월 4일 발표한 LG전자의 ‘V40’이 최초로 3가지 화각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이 기록이 불과 일주일 만에 빛이 바랬다. 갤럭시 A9은 4개의 후면카메라로 3개의 화각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몇 개까지 늘어날까? 현재는 갤럭시 A9이 챔피언이지만 올해 말이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 스타트업인 ‘라이트(Light)’가 카메라가 9개 달린 스마트폰을 올해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특정 문양에서 느끼는 일종의 불안 장애인 환공포증(물론 실존 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을 불러일으키는 이 카메라는 단순히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의 실험용 제품이 아니다.
라이트는 이미 2015년도에 16개의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을 닮은 독특한 카메라를 내놓아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카메라는 1950달러(222만 원)의 비싼 가격이었지만 상당히 뛰어난 화질을 보여 여러 회사가 큰 관심을 가졌다. 이후로 구글 벤처스, 폭스콘 등이 라이트에 투자했다. 이번 스마트폰 프로젝트에는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했고 럭셔리 카메라 메이커로 유명한 라이카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잠재력 있는 회사의 혁신적인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개수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는 라이트의 카메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라이트는 9개의 렌즈를 통해 6400만 화소의 사진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러 개의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후에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나의 고품질 이미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9개의 카메라가 모두 다른 화각을 지원하는 게 아니다. 어느 카메라는 고화질용이고 어느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 노이즈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특정 카메라는 초점거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초점이 맞지 않아도 사진을 찍은 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기술은 또 다른 카메라 스타트업인 ‘리트로(Lytro)’가 2012년쯤에 선보인 기술인데, 이 기술의 특허는 픽셀 스마트폰을 만드는 구글이 올해 인수했다.
스마트폰은 대개 6~9mm의 두께에 카메라 모듈을 넣어야 한다. 렌즈 구경이 작고 ‘플렌지백(렌즈와 촬상 소자 사이의 거리)’이 좁다 보니 촬상 소자를 키우기 어려워 화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카메라 개수가 늘어나면 여러 개의 카메라로 동시에 사진을 찍고 소프트웨어로 정교하게 합치면 화질의 한계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아이폰의 인물사진 모드나 갤럭시의 아웃포커스 모드가 이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촬영 기법이다. 아직까지는 이론상이지만 카메라 개수가 늘어나면 DSLR급 화질과 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뒤에 붙은 카메라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디자인이다. 3개의 카메라를 배치한 LG V40에 이어 세로로 4개의 카메라를 배열한 삼성전자의 A9까지 소개되고 나니 다음 디자인이 손쉽게 상상이 된다. 과연 카메라가 몇 개까지 나란히 배치될까. 삼성이 갤럭시 S시리즈나 노트 시리즈가 아닌 보급형 A시리즈에 첫 4개의 카메라를 집어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가 어디까지 견디나 실험을 하는 듯하다.
불행히도 소비자들이 이러한 디자인을 견뎌낸다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계속해서 카메라 숫자를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카메라 숫자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스마트폰 회사들은 몇 개까지 카메라를 늘려댈까?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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