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7월 3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의 지하상가·영화관·판매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안전특별조사가 실시됐다. 화재안전특별조사는 제천·밀양 화재 참사를 계기로 화재안전 100년 대계 수립을 위해 청와대에 설치된 화재안전특별대책 태스크포스(TF)가 한다. 이날 조종묵 소방청장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화재 위험요인을 점검했다.
그로부터 72일째를 맞은 10월 10일, ‘비즈한국’이 명동에서 소방시설을 점검해보니 조사가 무색해진 모습이었다. 소화전과 비상구 앞에는 옷상자가 쌓여 있었고 소화기는 수명을 다 한 상태였다. 소화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명동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유동인구가 많아 화재사고가 나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명동은 ‘안전 불감증’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10일 오후 1시. 명동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상가로 향했다. 쇼핑객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지하쇼핑센터에는 소화기가 제대로 구비돼 있었고 방화셔터가 내려올 자리도 확보돼 있었다. 연한이 지난 소화기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상황은 달랐다. 명동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한 매장의 소화전은 상자들로 막혀 있었다. 불이 났을 때 소방용수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소화전은 소방차 여러 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의 소화전은 화재사고 발생 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
160m 떨어진 화장품 가게는 더 심각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대피해야 할 ‘생명의 문’인 비상구는 상자로 가로막혀 있었다. 지난해 66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도 비상구가 선반으로 막혀 있어 인명피해가 컸다.
뿐만 아니다. 화재경보 비상벨 또한 상자로 막혀 있었고 2005년 제조된 소화기의 마지막 검사 시기는 2008년이었다. 소방청 관계자에 따르면 소화기의 유효기간은 10년이다. 수명이 다 한 소화기가 버젓이 방치돼 있던 셈이다.
바로 옆 옷가게도 마찬가지였다. 방화셔터 연동제어기가 화분으로 막혀 있는가 하면 아예 서랍장으로 눌러져 있었다. 방화셔터 연동제어기는 화재가 발생하면 방화셔터를 내려 연기나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방화셔터가 간혹 자동으로 내려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 연동제어기를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분 거리의 또다른 옷가게도 연동제어기가 입간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매장 직원에게 “이렇게 놔두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직원은 “평소에는 옆에 있는데 잠시 밀어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화재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데 저렇게 둬도 되느냐”고 재차 묻자 “치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소화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스티커만 덩그러니 있는 매장도 있었다. 전신거울 뒤에 숨겨진 소화기는 밖에서 보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소화기는 통행 또는 피난에 지장이 없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여름에 소방서에서 와서 점검을 했다. 소방서에서도 확인하지 못했거나 간과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며 “그 점검을 믿고 안일했다. 바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점검 후 매장 쪽에서 적치물을 소화전 앞에 놔둔 것 같다. 매장 주인과 건물주에게 1년에 한 번씩이라도 화재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준비 중”이라며 ”이들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이 안전 의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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