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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논란 끝 도입 '입국장 면세점' 남은 문제는?

정부 긍정적 효과 기대하지만 조세형평성 등 우려도 적잖아

2018.10.11(Thu) 11:16:09

[비즈한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설치 논의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라 기대가 높지만 효과를 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입국장 면세점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정부가 긍정적인 부분과 우려되는 점들을 파악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르면 내년 5월부터 인천공항 입국과 동시에 ‘면세점 쇼핑’을 할 수 있게 된다. 출국할 때 면세점에서 물건을 급하게 사고, 여행 내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무거운 화장품이나 부피가 큰 물건을 두고 고민할 일도 줄어든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지난 9월 27일 확정해 발표했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2003년 제16대 국회에서 처음 공식 논의가 시작된 이후 15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도입은 정부가 먼저 입법안을 마련하면서 확정 됐지만, 그동안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총 7차례 발의됐다. 지난 7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등 10명이 새롭게 발의한 법안을 제외한 6건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태규 의원 등이 올해 발의한 의원입법안과 앞서의 정부입법안은 유사 법안인 만큼 국회에서 병합 심리할 전망이다.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후보지를 참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15년 논란, 한 달 만에 종지부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결정이 오랫동안 쉽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관세당국과 항공업계가 강력히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10년여 전부터 판매물품을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에만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면제한다는 ‘면세 원칙’을 고수했다. 입국장 면세점은 국내에서 쓸 물건을 사기 때문에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대형 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의 대안으로 운영하던 기내 면세점이 받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기내면세점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마진율이 높다. 실제 항공업계는 올해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자, 기내면세점 매출 하락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하락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에 갑자기 탄력이 붙은 건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외여행객 3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면세점이 ‘쇼핑센터’라는 인식이 확산된 만큼 현실적인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대통령 지시에 힘을 실으면서, 불과 한 달 만에 15년 도입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

 

국내 항공업계 맏형이자 양대 산맥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는 시기라는 점도 입국장 면세점 도입 찬반 ‘균형’이 무너진 이유라는 게 면세 업계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 관련 의혹으로 수사당국으로부터 전방위 조사를 받는 중이고, 아시아나항공도 회장 배임 의혹과 기내식 논란 등으로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두 항공사는 이번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발표 전후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침이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게 첫 번째다.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은 2010년 1200만 명에서 2017년 2600만 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해외 소비 지출액은 지난해 8조 4000억 원으로 2016년보다 18.9%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 지출액이 2.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이러한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건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진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까지 고려하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에서 중견·​중소 면세업체들만 입점하고 매장 면적의 2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우겠다고 못 박은 점 역시 최근 중소기업에 힘을 싣는 정부 입장과 연결된다.

 

# 조세형평성 등 우려도 적잖아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서다. 

 

가장 큰 논란은 조세형평성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사면서도 해외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세금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다닐 기회가 적어 같은 제품을 국내 매장에서 구입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반갑지 않다. 조세형평성 문제는 15년 전부터 관세청과 기획재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반대 의견 가운데 하나로 제시해왔던 데다, 이번에 도입이 확정된 이후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내용이 올라오는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현재 600달러인 면세 한도도 물가·소득 등을 고려해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도입 방안에는 빠졌지만, 물품 단가 상승, 소득, 소비 수준 변화 등을 고려하면 면세 한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가 전면에 나서 한도 상향을 요구하면 ‘기회를 틈타 장사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게 뻔해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며 “최근 물가를 고려하면 꼭 명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여행객들이 잠재적 범법자가 되는 것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부지에서 이해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입국장 면세점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상황을 봐서 면세 한도를 증액하는 문제도 같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공항을 혼잡하게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2001년부터 입국장 면세점을 숙원 사업으로 지정하고 현재까지도 1터미널과 2터미널에 ‘터’를 비워 놓고 있는데, 모두 수하물 수취지역이다. 인천공항은 국제 허브공항 역할도 하고 있어 짐을 찾으려는 여행객과 면세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한데 섞여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국제 허브공항에는 면세점을 출입국에 지장이 없는 장소에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그 밖에 중견·​중소기업만 입점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는 중소기업들에겐 부담이다. 롯데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다가 결국 계약해지를 했던 사례도 있었던 만큼,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발표한 직후 중소·​중견업체들이 보완책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여기에 시내 대형 면세점들과 비교해 품목이나 가격 경쟁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자칫 독이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러 논란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일본과 중국 등의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사례를 참고하고 관계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효과적인 운영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며 “인천공항 운용 상황에 따라 전국 다른 공항에도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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