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일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다스(DAS) 비자금 횡령,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 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다스 경영권의 행방이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인정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본인의 것으로 하려면 주주들을 상대로 주식 반환 민사소송을 벌여야 한다. 현재 다스 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47.26%), 이 전 대통령의 처남댁 권영미 씨(김재정 씨의 아내, 23.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7월 다스 이사진에 변화가 있었다. 이상은 씨와 다스 공동대표이사를 맡았던 강경호 씨가 사임하고 송현섭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새로운 다스 대표로 취임했다. 앞서 3월에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다스 전무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됐다.
강경호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는 5일 법원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결을 맡은 정계선 부장판사는 “강경호 전 대표 등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상은 다스 대표의 아들) 몰래 이시형 씨의 승계 작업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과 문서 등이 다수 증거로 제출돼 있다”며 “강 전 대표와 이시형 씨가 이동형 부사장 몰래 이상은 대표의 지분을 이시형 씨에게 증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검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강 전 대표가 물러난 것을 놓고 사정기관에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첫째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관계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측근인 강 전 대표를 퇴임시켰다는 것. 둘째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상은 대표 측이 다스의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신임 송현섭 대표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공장장 출신으로 2010년 6월 현대자동차를 퇴사했다. 현대자동차 임원 출신이 다스 대표로 취임하는 게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협력사에서는 현대자동차 출신 임원들을 선호한다”며 “현대자동차의 노하우를 본인들 회사에 접목시키기 위해 영입하는 경우는 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송 대표의 행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송 대표는 2009년 말까지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에서 공장장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이동형 부사장은 다스 인도 법인을 총괄하면서 송 대표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송 대표는 이미 퇴사한 사람이기에 자세한 행적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비즈한국’은 이동형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스 하청업체 에스비글로벌로지스 경주지점이 올해 1월 경주시 천북면에서 경주시 외동읍으로 옮긴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천북면 건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매제인 김진 전 다스 총괄부사장이 설립한 회사 한양실업(옛 세광공업) 소유다. 이시형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스의 다른 협력업체 에스엠도 같은 천북면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김진 전 총괄부사장은 그간 이시형 씨를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에스엠의 대표이사는 김진 전 총괄부사장이고, 이시형 씨는 에스엠 사내이사로 있다. 재판부가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판단한 근거 중 하나로 ‘다온의 다스 자금 차입과 관련해서 아버지께 보고 후 지침 승인 바란다’는 김진 전 부사장의 문자메시지를 들었다.
에스엠은 2016년 6월 다스 하청업체 다온을 인수했고 이후 다온은 다스로부터 약 100억 원을 차입했다. 이에 대해 김진 전 총괄부사장은 이시형 씨에게 “조속히 상세하게 아버지(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 후 지침 승인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에스비글로벌로지스가 사무실을 이전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동형 부사장의 회사가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진 전 총괄부사장 건물에서 나오면서 물리적으로는 멀어졌다.
현재 다스의 사내이사는 이상은·송현섭 공동대표, 이동형 부사장 세 명이다.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이동형 부사장과 가까운 사람들이고 한때 다스 전무였던 이시형 씨는 다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 반대로 다스 내에서 이동형 부사장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인다. 향후 이 전 대통령이 민사소송을 통해 다스의 지분을 반환받지 않는 한 다스의 후계자는 이동형 부사장이 유력해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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