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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쟁난 줄…" 고양저유소 인근 주민 '공포의 17시간'

화재 현장서 마을·아파트 600~700m…불 번질까 자다가 일어나 확인

2018.10.08(Mon) 21:40:25

[비즈한국] 지난 7일 고양저유소 인근 주민들은 ‘공포의 17시간’을 보냈다. 오전 11시경 고양저유소에서 치솟은 불은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진화됐다. 저유소에서 불과 600~700m 떨어진 마을과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자다가 일어나 불길을 확인했을 정도다. ‘비즈한국’은 직접 현장을 찾아 인근 주민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화재는 7일 오전 10시 56분쯤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784-1에 위치한 대한송유관 경인지사에서 발생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 송유관을 관리·운영하는 국가기간시설이다. 사고가 일어난 저유탱크에는 446만 리터의 휘발유가 저장돼 있었다. 저유소에서 불이 치솟은 후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고, 불길은 8일 오전 4시쯤 완전히 진화됐다.

 

고양저유소 화재 현장을 지켜보는 인근 주민. 사진=연합뉴스


60대 중반의 선 아무개 씨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 주민 중 한 명이다. 선 씨가 사는 강매리는 고양저유소에서 서쪽으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불이 산으로 번졌다면 마을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일 수 있다. “마을이 불바다로 변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연 선 씨는 “모든 집이 LPG를 쓰는데 바람이 이쪽으로 불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느냐”며 “자다가도 몇 번을 일어나 불을 확인할 정도로 불안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 씨를 포함한 주민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문 아무개 씨(여·51)는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쿵하는 소리가 나서 교통사고인가 해서 나가봤는데 저유소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며 “산 중앙에 살아서 우리는 불길이 번질까봐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재 당시 고양저유소 바로 앞에서 건설공사 중이던 A 씨(60)는 “불길이 막 치솟고 검은 연기가 난리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공사장 옆에서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송 아무개 씨(82)도 “밭일을 하다가 불이 난 걸 봤다”며 “팔십 평생 그렇게 큰 불은 못 봤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고양저유소는 인근 아파트단지와 불과 600m 떨어져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고양저유소에서 버스 정류장 하나 거리의 H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공포에 떤 건 마찬가지였다. 이 아무개 씨(여·73)는 “무서웠다는 말 외에는 딱히 표현할 말이 없다. 연기 때문에 냄새가 심해 창문도 열 수 없었다”며 “위험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항상 무섭지만 어제는 더 불안했다”고 전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온 B 씨도 “아이가 뭘 알겠느냐만 연기 때문에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서 창문을 꼭 닫아 놨다”고 말했다.

 

노인정에 모인 어르신들도 한 목소리로 두려웠다고 말했다. C 씨는 “80년을 살며 그렇게 큰 불은 처음 봤다”며 “12층에 사는데 자다가도 무서워서 몇 번을 쳐다봤다”고 말했다. 옆의 D 씨도 “바람이 안 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불이 또 날까봐 아직 두렵다”고 전했다. 

 

아파트 벤치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이 아무개 씨(68)는 “여기서 버스로 한 정거장만 가면 저유소가 있는데 거기서 불이 났다”며 “내가 아는 사람이 저유소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는다. 11시쯤 굉음이 들리고 연기가 치솟아 걱정이 돼서 가봤더니 전쟁 난 줄 알았다”며 “구급차가 100대에서 200대까지 출동했는데 처음 접하는 일이라 무섭기까지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주민들은 사고 후 대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불만이 없었다. 앞서의 이 씨는 “사고 2시간 후 재난문자를 보내줘 창문을 안 열고 있었다”고 전했다. 저유소 인근 아파트 주민 황 아무개 씨(25)도 “검은 연기가 치솟아서 무서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저유소에서 이쪽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집값에 영향을 미칠까. 아파트 주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55)는 “나도 사무실이 바로 근처에 있으니까 불안해서 시세를 찾아봤다”며 “아직은 잠잠하지만 사고가 계속해서 회자되면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8일 관계 당국이 합동 현장 감식에 들어간 가운데, 경찰은 실수로 불을 낸 것으로 추측되는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선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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