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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알보병' 없는 미래 육군 '아미 타이거 4.0'이 성공하려면

기동차량에 로봇 포탑 장착하고 인공지능이 지휘…방호력‧신뢰성 확보 방안

2018.10.07(Sun) 15:51:21

[비즈한국] 지난 9월 13일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는 육군 방위사업 전시회인 ‘DX 코리아 2018’이 개최됐다. 전시장에서는 중동지역 수출용 K-2 흑표 전차, 우리 육군의 최신예 헬기인 AH-64E 아파치 가디언, 천무 다연장 로켓포의 지상 전시는 물론, 육군의 최신예 장갑차와 전차들의 화려한 기동시범으로 많은 관람객들에게 우리 육군의 발전된 위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육군의 발전된 모습과 미래상을 진짜 볼 수 있었던 곳은 전시회장이 아닌 세미나실의 연구 결과 발표장이었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각종 연구 결과와 보고서에서 육군은 과거와 전혀 다른, 제2의 탄생에 가까운 혁신적인 전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미래지상군발전 국제심포지엄이었다. 

 

‘아미 타이거 4.0’ 개념도. 사진=육군본부


이 심포지엄에서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은 “지금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 전투체계,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 등을 구현하며 최첨단 과학군으로 변혁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 워리어 플랫폼과 드론봇 전투체계에 대해서는 이미 그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행 방안을 찾는 전투실험 단계에 이르렀지만, 아미 타이거 4.0계획은 그 내용에 대해서 공식적으로는 처음 알려진 것이었다. 

 

아미 타이거 4.0은 대체 무엇일까. 일단 지금까지 언론에서 공개된 것은 주로 ‘행군’과 관련된 내용이다. 행군을 주 기동방법으로 삼는 이른바 ‘알보병’을 없애기 위해 차량을 대규모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은 ‘육군 가도 물집이 터지는 행군을 안한다’ 혹은 ‘뚜벅이 보병 없앤다’ 등으로 기사화 했는데, 아미 타이거 4.0 계획은 단순히 차와 장갑차를 더 많이 사들여 행군을 줄인다는 내용이 아니다.

 

일단 이름에 담긴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 아미 타이거 4.0이라는 이름을 풀어 쓰자면, ‘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nology’의 약자다. 한글로 번역하자면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지상군의 혁신을 이루는 계획이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현 세태에서, 군대마저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무언가를 추진한다고 하니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적어도 육군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아미 타이거 4.0은 어떤 4차 산업의 요소를 활용해 미래 육군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아미 타이거의 기술적 요소를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기동화’다. 육군 전투부대에 대량의 차량을 도입, 기동성을 강화시킨다는 것. 특히 일반 보병사단의 기동성을 중점적으로 강화한다. 현재 7군단 예하의 기계화사단은 대량의 전차와 장갑차를 운용해 상당한 수준의 기동성을 갖추고 있지만 육군의 수적 주력인 보병사단들은 기동작전에 필요한 장갑차와 기동차량의 숫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아미 타이거 4.0은 보병사단에 소형 전술차량, 고기동차량, 차륜형 장갑차 등을 대량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미 타이거 4.0은 이 보병사단용 차량이나 장갑차를 새로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도입하기로 확정된 기아의 소형 전술차량과 KM806/KM808 차륜형 장갑차 그리고 소형 ATV 차량들을 더욱 더 많이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구매하기로 한 장비를 더 사겠다는 것이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이 되고, 지상군을 혁신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신개념 RCWS를 장착한 험비 자동차. 사진=General Dynamics Ordnance and Tactical Systems


그 비밀은 바로 두 번째 기술요소인 ‘로봇화’에 있다. 아미 타이거 4.0에서는 단순히 기동장비를 더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동장비의 임무 역할을 혁신시킨다. 가장 핵심 장비는 병사들이 타는 자동차와 장갑차, 트럭에 로봇 포탑이라 할 수 있는 RCWS(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이다. 

 

RCWS는 사람이 직접 조준하고 발사하는 대신 모터와 조준기를 사용해 조준하는 일종의 원격 조종 기관총으로, 사수는 방아쇠 대신 모니터 화면과 조이스틱으로 기관총을 발사한다. 이로써 더 안전하고, 정확도도 높아진다. 기관총을 트럭 지붕 위에 얹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지원 화력이 된다. 

 

아미 타이거 4.0은 이 RCWS로 차량의 화력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 번째 기술요소인 ‘네트워크화’를 통해 전투 효율을 더욱 높일 것이다. RCWS에 장착된 조준장비는 수km 밖의 적을 탐지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서 전투 상황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기동차량에 탑재된 통신장비를 활용해 지휘부에 전장의 상황을 중계해 준다. 기동 트럭이 보병 수송, 화력 지원은 물론 전장의 움직이는 CCTV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휘부는 무전으로 보병부대의 상황을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서, 실시간으로 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지휘 통제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아미 타이거 4.0 부대는 ‘인공지능화’로 기존 지상부대보다 훨씬 뛰어난 지휘통제 능력과 작전능력을 갖는다. RCWS에서 포착한 적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것을 넘어서, 여러 기동차량에서 보고되는 영상 및 각종 정보를 활용해 적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병원에서 CT 영상을 분석해 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왓슨’처럼,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형적 이점과 최적의 기동로를 분석하고 적의 이동방향과 공격축선을 예측해 이를 지휘관에게 알려주면, 지휘관은 이 정보를 활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이렇게 네 가지 부분에서 지상군 전투력의 혁신을 이끌 아미 타이거 4.0은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행군하지 않는 부대를 만든다는 계획은 일견 허황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아미 타이거와 상당히 비슷한 시도는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실용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미 타이거와 가장 유사한 계획은 프랑스의 스콜피온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육군의 스콜피온 계획. 사진=프랑스 국방부


이는 프랑스 육군의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부대의 지휘를 위한 스콜피온 전투 정보 시스템 SICS(Systeme d'Information du Combat SCORPION)을 구축한다. SICS는 기존 프랑스 육군의 주력 전투차량인 르끌레르 전차와 VBCI 보병 전투차, 기동헬기에 고성능 데이터 링크를 장착하고, 현장에서 보고되는 정보를 종합하여 태블릿 PC와 유사한 단말기에 전투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한다. 

 

차량뿐만 아니라 보병 개개인이 SICS의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병 전투체계 FELIN(Fantassin a Equipements et Liaisons Integres)에 헬멧 디스플레이와 첨단 무전기, 그리고 무선 통신으로 실시간 영상 전송이 가능한 다목적 망원경 등을 보급, 지휘부가 야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병사는 전술 단말기로 자신의 위치와 명령을 전달받는다. 

 

마지막으로 SICS에 최적화된 새로운 지상 차량 2종을 개발하는데, 그리폰 VBMR(vehicule blinde multi-roles) 장갑차는 24톤의 무게의 차륜형으로, 10명의 FELIN 보병이 3일 동안 작전할 수 있는 물자를 탑재할 수 있다. RCWS 포탑을 장착할 수 있어 VBCI 장갑차보다 화력은 약하지만 보병 수송능력과 장거리 작전능력이 더 뛰어나다. 

 

재규어 ERBC(Engin Blinde de Reconnaissance et de Combat) 장갑차는 보병이 탑승하지 않는 정찰용으로, 뛰어난 조준장비와 40mm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해 VBCI 장갑차보다 뛰어나 화력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스콜피온 장비가 장착한 부대가 실전에 투입되면, 모든 장갑차들이 서로 연결되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적을 발견하면 그 영상이 아군 전체에게 공유되고, 아군 중에 적에게 발각되지 않은 차량이나 보병이 적의 영상을 보면서 기습 공격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육군의 아미 타이거 4.0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신규 장갑차량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스콜피온처럼 모든 차량이 네트워크 능력을 갖도록 개조하고, 단순히 네트워크로 적절한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지휘관이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결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다르다. 스콜피온과 지향점은 비슷하지만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셈이다. 

 

프랑스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재규어 ERBC. 사진=strategic-bureau


하지만 아미 타이거 4.0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는 육군 기동차량들의 취약한 방호력 문제다. 소형 전술차량, 차륜형 장갑차, K200 모두 중량과 비용 문제로 유럽과 미국의 최신형 장갑차와 같이 IED(급조폭발물)이나 지뢰방어 기능은 갖추고 있지 않고, 북한군이 보유한 RPG-7 대전차 로켓이나 불새-2 대전차 미사일 같은 무기에 매우 취약하다.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는 달리 전면전 하에서 빠르게 기동하는 아미 타이거 4.0 기동차량을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공세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방어력을 크게 향상시킨 신형 기동차량과 장갑차를 만드는 것이지만, 수천억 원이 넘는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하여 이를 선택하기에는 곤란하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방어력이 아닌 공격력, 즉  RCWS의 성능 향상으로 이 단점을 극복하면 어떨까 싶다. 이스라엘의 IMI는 최근 브라이트 애로우(Bright Arrow)라는 신개념 RCWS를 개발해 공개했는데, 브라이트 애로우는 적의 RPG 사수를 발견하면 자동으로 기관총을 발사해 대응하는 한편, RPG-7 로켓이 발사되면 아이언 피스트(Iron Fist)라 불리는 특수 로켓으로 RPG-7을 요격하는 능동 방어 시스템이다. 한국 역시 K2 흑표전차를 위해 비슷한 능력을 가진 능동방어장비를 개발했는데, 이 기술을 활용, 경량화해 RCWS와 통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해결방안으로는 RCWS의 화력과 치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육군은 아미 타이거 4.0에 사용할 RCWS 로봇 기관포에 40mm 유탄발사기나 12.7mm 중기관총을 장착할 예정인데, S&T 모티브가 LAH(소형무장헬기)용으로 개발한 20mm 단포신 기관포를 장착하는 것을 제안해 보고 싶다. 

 

20mm 기관포의 경우 2km 내외의 유효 사거리를 가질 수 있어 더 멀리서 화력지원 및 직접 타격이 가능하므로, 적의 대전차 무기의 위협을 피하면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프랑스 넥스터(NEXTER)사의 ARX 20 RCWS 등 이미 유사한 체계가 실용화되어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고, 270kg 중량으로 소형전술차량에도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스콜피온 계획. 사진=프랑스 국방부


두 번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문제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 기술의 핵심인 기계학습은 명확하고 고정된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축적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전장의 상황이나 전투상황을 암 환자의 CT 화면처럼 쉽게 구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기에는 쉽지 않다.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기 힘든 이상, 초연결 지상전투체계라는 아미 타이거 4.0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자체의 개발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전술훈련과 테스트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며, 이 때문에 아미 타이거 4.0의 개발 과정 동안 끊임없는 훈련과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한국 육군 교육사령부의 조직을 확대‧개편해 미 육군의 ARDEC(United States Army Armament Research, Development and Engineering Center)같은 조직을 창설, 신개념 무기체계의 연구와 테스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지속적인 전투실험을 수행, 제도적으로 아미 타이거 4.0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미 타이거 4.0은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실시된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개획 이후 가장 도전적인 육군 전력증강 계획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무기 개발이 아닌 기존 무기의 성능개량과 전술적 변혁으로 지상군의 작전능력을 높이는 것이라 그 의미가 매우 각별하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소중히 여겨, 현실적 판단과 도전적 혁신을 통해 강군을 만들어가는 우리 육군에게 큰 기대를 걸어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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