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륜구동(FF)의 절대 강자, 렉서스 ES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독일 3사가 급부상하기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 ES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이 고급차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국산 제네시스와 그랜저가 ES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상황. 10월 2일 출시된 ‘뉴 제네레이션 ES 300h(ES 300h)’는 추격자들을 또 한 번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해 날을 벼렸다.
이번에 나온 7세대 ES는 차체, 엔진, 변속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말이 허언이 아닐 정도다. 렉서스 측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 네 가지의 개발 시점을 맞추는 것이었다”고 할 정도다.
7세대 ES는 2008년 5세대, 2013년 6세대 모델에 비해 스포츠 감성의 외관을 강조했다. 5·6세대가 ‘통짜 몸매’였다면, 7세대는 전반적으로 납작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루프라인은 후륜구동(FR) 자동차처럼 뒤로 바짝 당겨지며 쿠페같이 떨어진다.
특히 굴곡을 강조한 리어 펜더가 스포츠 세단 같은 인상을 준다. 렉서스 최고가 모델인 LC 500의 디자인 요소가 LS부터 신차에 도입되고 있는데, ES가 두 번째다.
특히 계기판을 감싸는 패널 양쪽으로 뿔처럼 솟은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는 LC의 것 그대로다. 계기판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대형 화면, 그리고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비주얼 역시 LC와 유사하다.
겉으로 봤을 땐 엄청나게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 같지만, 이 차는 전륜구동·하이브리드라는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 온 ES 퍼포먼스 담당자는 “이 차가 후륜구동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트랙을 달리는 차는 아니다. 실용적인 영역에서 최대한의 역동성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하이브리드 느낌이 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 보급 초기엔 엔진 개입 없이 모터로만 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이질감을 즐겼다면, 이제는 그 이질감을 없애려고 메이커들이 노력한다. 신형 ES는 가속페달과 회생 제동 브레이크의 이질감을 줄이는 등 운전의 재미를 살리려 했다.
렉서스 측이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깔끔한 서스펜션 감각을 느껴보라”고 해서, ‘깔끔함이란 무엇인가’ 잠시 궁금해 했으나 방지턱을 넘을 때 기분 나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에 수긍할 수 있었다.
실내는 더없이 화려했다. ‘일본스러운’ 디테일이 가득했다. 시승차는 시트와 도어 안쪽이 카멜색 가죽으로 덮여 있었고, 대시보드는 진보라색이었다. 진보라색은 일반적인 자동차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색상이지만, 카멜색 가죽엔 검정보다 잘 어울렸다. 전자장비 스위치가 너무 많아 처음엔 혼란스럽지만, 적응이 되니 필요한 스위치가 필요한 곳에 있었다. 화려한 실내 모습은 처음 타는 동승객에게 ‘비쌈’을 어필하기 충분해 보였다.
최고출력 178마력의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40마력을 더해주는 전기모터는 전륜구동 치고는 육중한 무게(공차중량 1715kg)를 스트레스 없이 가속해준다. 지체 없는 가속 페달 반응을 살리는 데는 전기모터가 한몫한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복합 17.0km/l를 달성했다.
불가사의한 업그레이드는 대가를 부른다. 5270만~6390만 원의 가격대는 5710만~6640만 원대로 뛰었다. 엔트리급의 가격은 440만 원 상승했다. 많이 구매하는 중간급 트림 역시 440만 원 올랐다.
그간 ES는 전륜구동이라는 한계로 후륜구동인 5시리즈(BMW)·E클래스(메르세데스-벤츠)·A6(아우디)보다 1000만 원가량 싼 맛에 타는 차로 인식됐다. 이제는 동급으로 맞먹겠다는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독일차는 파워트레인에 집중하는 반면 실내는 심플한 경향이 있는데, 실내의 화려함을 만끽하고 또 자랑하고 싶다면 ES가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확실히 부티가 난다.
100점을 주고 싶지만 2점을 깎아야 한다면 내비게이션 화면이 터치스크린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BMW에 정 떨어진 운전자라면 너무 민감해서 터치 오류를 일으키는 ES의 터치패드에 화가 날 수 있다. 괜히 현대·기아차가 미국 J.D. 파워 신차만족도에서 1등을 하는 게 아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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