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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이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로 떠오른 까닭

지금껏 부동산 급등이 대통령 지지율 끌어내렸다면 이제는 지지율 따라 정책 변화 가능성

2018.10.02(Tue) 22:12:53

[비즈한국] 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2월부터 불과 1년 만에 전국 아파트 가격은 평균 14.07% 급등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붐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자 광풍이 경기도 분당·수지 등 경기 남부 신축 아파트로 옮겨 붙었다. 3억~4억 원 하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은 5억~6억 원대로 2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들끓는 탐욕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취임 당시 60%에 달했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 만에 25%(한국갤럽 조사)로 추락했다. 이라크 파병과 탄핵 사태 등 문제로 지지기반이 흔들렸는데, 부동산 가격 폭등도 지지율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지난 9월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부동산 시세 급등은 양극화 심화와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 지지율을 떨어트린다. 문재인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는 의지와 정책 방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8‧2 대책은 투기지역을 신규로 지정하는 한편, 대출 규제, 청약 1순위 조건 강화 등 일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수준이었다. 강력한 규제책이 자칫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완급을 조절했다.

 

그러나 올 여름 들어 부동산 가격이 1억~2억 원씩 널뛰자 나온 9‧13 대책은 대출을 틀어막아 2주택 구입을 사실상 봉쇄했다. 1주택자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은행 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게 했다. 전국 다주택자수는 181만 5693명보다는 전체 1주택 소유자 1150만 명 및 무주택자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설계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9월 초 49%까지 미끄러졌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9월 셋째 주 61%를 회복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81%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했지만, 취임 1년 4개월 만에 지지율 50%가 붕괴됐다. 북한과의 평화 체제 구축과 경제민주화 같은 정책들이 국민적 호응을 얻었으나, 취임 1년 만에 8.31%나 오른 부동산 가격이 지지율을 떨어트렸다. 그러나 9‧13 부동산 대책으로 문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이제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왔지만 앞으로는 반대로 지지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방향성 때문이다. 당·청은 부동산 가격에 다시 교란이 일어날 경우 더욱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뜨겁던 부동산 시장은 숨을 고르며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최근 부동산 가격은 서울 강남과 서초·마포·용산·성동·영등포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그만큼 주거 환경, 편의성 수요가 커졌고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서다. 과거 부동산 시세를 학군이 결정했던 것과는 달라졌다. 반포 주공·한신 아파트 가격이 20억~30억 원대로 치솟은 것도 재건축 기대감과 입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가운데 강남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압구정 현대·한양·미성,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부동산 시세를 끌어온 강남 재건축 예정 단지는 아직 조합조차 구성하지 못해 사실상 재건축 동력에 힘을 잃은 상태다. 

 

9‧13 대책은 발표 이후 공고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부터 새로운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재건축 부담이 커졌다. 특히 정부가 검토 중인 재건축 연한 40년 연장이나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원가 공개 등이 현실화할 경우 재건축 아파트 붐이 꺼질 수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지난 9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세가 오를 만큼 오른 현재 상황은 시장보다는 정책 변수가 강하게 작동한다. 이 시점에 정부가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냈기 때문에 시장의 관망세가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까지 주택시장에서 시장이 공격, 정부가 수비를 맡았다면 앞으로는 정부가 공격, 시장은 수비로 공수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대개 정권 교체 등에 의한 정책 기조의 변화를 기대한다. 현 정부와 달리 부동산 부양책을 쓰는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랠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실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리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고 차기 정권에서도 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 부동산 시세에 대한 기대심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소속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민주당 정부가 5년 더 이어질 경우 앞으로 9년간은 규제 쪽으로 부동산 정책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에 의한 일부 노후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의 가격 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수도권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세 급등은 한동안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3년 집값 급등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사태에 몰리자 ‘조기 레임덕이 왔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여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어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국 운영 동력이 하락해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대통령 지지율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작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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