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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촌 보도 위 철제빔 '아슬' 은행연합회의 안전불감증

주말 거리축제 위해 유동인구 많은 금요일 밤 공사 강행…서대문구 "사용자 책임"

2018.10.01(Mon) 16:55:37

[비즈한국] 청량한 하늘, 적당한 기온으로 바깥활동 하기가 1년 중 가장 좋았던 지난 9월 29~30일 주말 서울 신촌 연세로에선 전국은행연합회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스타트업 거리축제 ‘이매진 퓨처 2018(IF 2018)’ 행사가 열렸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학교 정문에 이르는 이 길은 ‘신촌 연세로’ 또는 ‘연세 스타로’로 불리며 거리축제가 열리는 주말에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지난 9월 29~30일 주말 신촌 연세로에서 전국은행연합회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이매진 퓨처 2018(IF 2018)’ 거리축제가 열렸다. 사진=봉성창 기자


IF 2018이 열리기 전날인 28일 금요일 저녁 8시, 이 일대는 혼돈의 카오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다음날 열릴 행사를 위해 무대 및 시설물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문제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금요일 밤이었음에도 행인 안전을 위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어두운 상황에서 잘 보이지도 않은 철제빔은 보도의 절반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휴대폰을 보며 걸을 경우 얼굴에 부딪힐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행인들은 익숙하다는 듯 무심하게 거리를 오갔다. 인부들 또한 철제빔을 어깨에 인 상태에서 별 생각 없이 보행자들 사이를 누볐다.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끝이 날카로운 철제빔이 인도 중앙까지 튀어나와 있다.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아 휴대폰을 보며 걷다가 부딪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진=우종국 기자

 

취재가 시작되자 현장 관계자가 철제빔을 도로 쪽으로 걷어냈다. 사진=우종국 기자


기자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한 인부가 다가와 인도 중앙까지 튀어나온 철제빔을 도로 쪽으로 접었다. 현장 관계자도 이러한 상황이 문제가 됨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지적하기 전에 사전에 이렇게 했어야 했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이는 없었다.

 

철제 빔을 쌓아둔 사이로 행인들이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횡단보도 위다. 사진=우종국 기자

쌓아둔 ​철제빔 ​사이로 행인들이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횡단보도 위다. 사진=우종국 기자


홍보물을 설치하기 위한 합판들은 인도 위를 점령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인도 안쪽에 설치된 천막 때문에 행인들은 1m도 되지 않는 공간 사이로 오가야 했다. 심지어 바닥엔 못이 박힌 각목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부들이 철제빔을 옮기는 아래로 행인들이 무심하게 지나고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인도까지 점령한 공사현장. 행인들은 천막, 간판, 공사차량 사이 좁은 틈으로 지나가야 했다. 사진=우종국 기자


신촌역 입구에 설치하다 만 높이 5m 크기의 철 구조물 아래서는 버스커(거리의 악사)들이 공연을 하기도 했다. 공사가 한창인 극장 안에 들어가 공연을 하는 셈이었다. 버스킹 공연이 장시간 이어졌지만 이를 제지하는 현장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못이 박힌 각목이 인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모습. 사진=우종국 기자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재탄생한 신촌 연세로는 거리축제를 위해 주말 교통을 통제한다. 자동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광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리축제를 위해서는 전날인 금요일 밤 공사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금요일 밤 신촌은 유동인구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인파와 위험한 공사 시간이 겹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안전 펜스를 설치하거나, 공사 중인 지역의 통행을 통제하거나, 또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공사현장에서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IF 2018 행사를 주최한 은행연합회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며 잘못을 인정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소를 대여한 서대문구청 측은 “장소 대여 시 서류에 준수사항이 있고, 시민 통행 등 안전 관리 규정은 모두 주최 측에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서대문구는 장소만 대여할 뿐 안전 문제는 서대문구의 책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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