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8월 24일, 한국철강협회는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해 임시총회를 열고 제9대 회장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국철강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최정우 회장 이름으로 회장 인사가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철강협회 법인등기부에는 제8대 회장이던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여전히 회장으로 나오고, 최 회장은 이사로도 등재돼 있지 않았다.
한국철강협회와 관련해 권 전 회장의 이름이 등장하는 건 지난 4월 26일 열린 한국철강협회 임시총회가 마지막이다. 그보다 앞선 4월 18일 권 전 회장은 포스코 회장 사퇴를 표명했다. 5월 한국철강협회가 개최한 마라톤 대회에서도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등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참석했지만 포스코에서는 권 전 회장 대신 오인환 포스코 사장이 참석했다.
8월 30일 열린 한국철강협회의 ‘스틸코리아 2018(SteelKorea 2018)’ 행사에도 최 회장이 한국철강협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개회사를 낭독했다. 이날 우유철 부회장,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유석현 두산중공업 고문 등 철강업계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권오준 전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협회가 서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 논의만으로 일을 진행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권 전 회장이 서류를 근거로 한국철강협회 회장직을 주장하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철강협회(WSA) 회장단에 선임됐다. WSA 회장단에 선임되면 1년차 부회장, 2년 차 회장, 3년 차 부회장의 임기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WSA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권 전 회장이 WSA 부회장으로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권 전 회장이 곧 WSA 회장의 임기를 시작해야 하지만 한국철강협회장과 포스코 회장에서 물러난 마당에 WSA 회장직을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의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WSA 정관의 문제이기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한국철강협회가 WSA 회원사로 있는 게 아니라 포스코가 회원사로 있는 것이기에 우리가 얘기할 게 없다”고 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WSA는 규정상 사람을 따라가게 돼 있어 권 전 회장이 WSA 회장단을 맡을 수 있다”며 “WSA는 세계협회이고 포스코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에 우리가 어떻게 하자고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철강협회는 철강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발전을 도모하고 회원 간의 친목 증진을 목적으로 1975년 설립됐다. 한국철강협회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회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설립 이래 한국철강협회장은 한 번의 예외 없이 모두 포스코 회장이 맡았다. 초대 회장인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1975년 7월부터 1990년 1월까지 한국철강협회장 역임)부터 최정우 회장까지 9명이 모두 포스코 출신이다. 반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경우 현재 회장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지만 전임 회장은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이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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