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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생 수 감소로 상권 몰락?' 논란의 노량진을 가다

공실 많지 않지만 폐점 고민 상인 많아…부동산중개업소들 "상권 안 죽었다"

2018.09.28(Fri) 17:51:42

[비즈한국] 고시생의 필수코스로 통하는 서울 노량진이 예전 같지 않다. ‘인강(인터넷강의)’으로 오프라인 학원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을 방문했을 때 거리에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외부인들도 자주 방문한다는 ‘노량진 컵밥거리’는 몇몇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학생이 많이 줄었어. 지금은 포교하는 사람들밖에 없잖아.” 노량진역 3번 출구 근처에서 만난 A 씨가 말했다. 그는 “요즘 노량진은 어떠냐”는 질문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고시생 필수코스’로 불리던 노량진이 줄어드는 학생들로 고심하고 있다. 사진=구단비 인턴기자

 

# ‘노량진 구내식당’ 고구려식당도 폐업

 

A 씨는 “학생들이 자주 가던 식당들이 많이 폐업했다”며 “고구려식당도 폐업해 PC방이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고구려식당은 ‘노량진 구내식당’으로 불릴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문 닫은 컵밥거리 노점상에 대해 묻자 A 씨는 “연휴라서 닫은 것도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 장사가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노량진 구내식당’으로 불리던 고구려식당이 있던 자리. 사진=구단비 인턴기자


메인 상권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손님 하나 없는 빈 식당이 즐비했다. 인근 식당 주인 B 씨는 “2015년에 비해 학생 수가 30%나 줄었다. ​과거엔 직원이 2명 있었는데 ​이제는 인건비 부담으로 혼자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가게를 내놓은 상태”라며 “학생식당으로 가장 유명했던 고구려식당에선 직원을 10명이나 쓰곤 했는데 거기도 못 견디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학생 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B 씨는 “인강도 많이 듣지만 1타(1등 스타강사) 강사들의 수업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진행하는 라이브 강의도 많이 듣는다. 지방에서도 라이브로 수업을 듣고 질의응답을 할 수 있으니 노량진에 올 이유가 없다”며 “노량진에 오는 것 자체도 돈이다. 예전에는 1년을 잡고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젠 2~3개월짜리 단기 강의를 듣는다”고 덧붙였다.

  

# 부동산중개업소만 “상권 죽지 않았다” 반박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는 그의 말처럼 거리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임대로 나온 빈 점포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가 상황을 물었다. 중개업소 업주 C 씨는 “상권이 죽은 건 아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학생 수가 좀 줄었을 뿐”이라며 “학생도 많이 준 건 아니다. 인강 듣는 학생들은 현강(현장강의)도 듣는다”고 말했다. 노량진역 출구 바로 앞에 비어 있던 점포에 대해 묻자 “거긴 입구 자리라 임대료가 비싸서 비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학생이 줄면서 문을 닫는 학원도 늘고 있다. 사진=구단비 인턴기자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소 업주 D 씨도 의견이 같았다. 그는 “임대 나온 거 별로 없다. 노량진 상권이 나빠졌다는 건 방송에서나 그렇게 말한다”라고 부인했다. 이처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노량진의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상권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대부분은 이미 노량진에 부정적인 기사가 많다며 인터뷰를 꺼렸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먹고살 만하다고 말하는 업주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편의점주 E 씨는 “암암리에 가게를 내놓은 곳이 많다”고 반박했다. 그는 “8년 동안 여기서 장사를 했지만 해가 갈수록 학생 수가 심각하게 줄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의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며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솔직하게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학원이 들어선 건물에도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학원이 나간다는 건 그만큼 학생들이 없다는 것”이라며 “편의점 입점 당시에 주변 학원을 보고 들어왔다. 남아 있는 학원마저 나가면 우리도 재계약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 ‘서울대 고시촌은 임대료 낮추는데…’

 

부동산중개업소 업주 F 씨는 노량진 상권 쇠퇴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화가 난 듯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쓰니 주변에도 인터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노량진만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요즘 어디든 경기가 다 좋지 않다”며 “매물도 많지 않고 평상시랑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 수가 줄어든 건 경기가 나빠진 것 때문이지 노량진의 문제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자꾸 인강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그 전엔 인강이 없었느냐”고 반문했다.

 

노량진에 공실은 많지 않지만, 폐점을 고민하는 점포들이 많았다. 사진=구단비 인턴기자


앞서의 편의점주 E 씨는 “서울대 고시촌은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유지하려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임대료가 계속 오르니 반대로 가고 있다. 근처 고시식당도 가게를 내놨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해결 방안을 묻자 그는 부동산과 학원비 두 가지를 꼽으며 “학원들이 너무 비싸게 받는다”며 “혼자 올라오면 숙박비, 식비, 독서실비, 학원비 등등 한 달에 최소 2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문을 열지 않은 컵밥거리 노점들. 사진=구단비 인턴기자


노량진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로 꼽히는 컵밥거리, 다이소골목, 맥도날드 앞 골목을 거닐었다. 과거 고시생들로 꽉 찼던 거리는 한적하다고 느낄 정도로 유동 인구가 줄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왔지만 가게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사장과 직원들만 있는 곳도 많았다. “요즘 장사 잘 되시냐”고 묻자 그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구단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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