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국내 대표적인 여행상품 홀세일러다. 홀세일(wholesale), 말하자면 도매다. 고객에게 여행상품을 직접 팔지 않고 대리점 등의 유통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는 말이다. 업계 1위였던 롯데관광을 제치고 지금의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키운 건 소매 대리점들의 물량 덕분이었다고 대리점 사장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모두투어에서 파생한 하나투어가 업계 1위가 되기까지는 무엇보다 대리점의 전폭적인 판매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최근 상품을 대주던 대형 홀세일 여행사와 그 상품을 고객에게 팔던 대리점 사이에 적지 않은 균열이 생겼다.
최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대한 대리점 사장들의 원성이 높다. 대놓고 고객을 빼앗아간다는 주장이다.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약 시 고객정보 입력’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여행을 가는 모든 고객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예약 페이지에서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한다는 것. 언뜻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지금까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대리점으로부터 단체 여행객 예약을 받을 때 여행단의 대표자 1인과 대리점 대표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받았다. 여행에 수반되는 여러 공지사항과 변동사항에 대한 연락이 대리점으로 가고, 대리점에서 다시 그 내용을 고객에게 연락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10월 중순부터는 모든 고객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입력해야 한다.
대리점 사장들은 하나같이 펄쩍 뛴다. 25년간 여행사 대리점을 운영해온 A 씨는 “본사(하나투어)에서 확보한 고객정보로 광고 문자나 메일을 보내 결국 대리점으로 찾아온 손님들을 빼앗아가는 수순이다. 손님들이 대리점 가격보다 문자로 온 가격이 더 싸다며 상품을 바꿔달라는 문의를 종종 한다. 하지만 문자 상품은 대리점에서는 볼 수가 없는, 본사에서 관리하는 특별 상품일 때가 많다. 또 상품이 있어도 수수료가 3%로 아주 낮다. 더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팔 기회마저 뺏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 씨의 말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실제로 대리점이 보내온 고객정보로 개인에게 광고 문자를 보내 마일리지 적립이나 할인 이벤트 등을 미끼로 자사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유도하거나 상품 홍보를 한다. 그는 “우리가 혈연과 학연 등 어렵게 인맥을 동원해 모은 단체 여행객들은 단골 고객이지만 이내 이런 홍보 문자에 이끌려 결국 본사 홈페이지를 이용하게 되거나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홀세일러가 직판을 시도하면서 대리점의 고객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고객정보 입력은 여행 시 발생하는 고객 불만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여행객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른 조치라는 것.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은 항공사업법 제61조에 따라 항공교통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구제가 신속·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항공기가 지연이나 결항, 변경될 경우 항공사와 여행사는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승객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이때 고객에게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직판을 시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하나투어는 직판을 하지 않는다. 홈페이지나 콜센터로 들어오는 고객조차 주소를 참고해 각 지역 대리점으로 연결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대리점을 공식인증예약센터(전 전문판매대리점)와 제휴여행사, 일반대리점으로 구분해 좀 더 세분화된 판매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식인증예약센터는 하나투어 상품만을 팔고 100% 하나투어 계좌로 상품가가 입금되는 등 공식적으로 인증된 하나투어 전문판매대리점이다. 입점 조건이 다소 까다롭지만 그만큼 고객과의 신뢰를 두텁게 하고 커미션과 마케팅 등에서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다. 예전처럼 작은 대리점들이 고객의 돈만 받고 사라지는 사기행각도 근절할 수 있고 고객 대응력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도 일반 대리점의 반발은 여전하다. 2011년 하나투어 전문판매대리점으로 여행업을 시작해 4~5년간 유지하다 지금은 일반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B 씨의 얘기다.
“하나투어 전문판매점을 해도 특별한 이득이 없었다. 오히려 상품판매에 제약이 많았고 하나투어의 지침을 어길 시에는 페널티가 따라왔다. 하나투어에 충성하는 대리점만 혜택을 보는 식이니 본사의 눈치를 보며 지침을 따라야만 했다. 모두투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홀세일러에게 손님 빼앗기는 대리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일이다. 10곳에 전화를 걸어도 9곳은 같은 말을 할 것이다. 홀세일러들이 갑질을 넘어 이제 직판을 시작하고 있다.”
일반대리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여행사 사장 C 씨는 “하나투어나 모두투어나 비슷하다. 누가 더하고 덜할 것 없다.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따라간다. 패키지 상품 커미션도 9%에서 5%로 낮춘 지 꽤 됐다. 항공 발권수수료도 없어진 마당에 대리점은 대체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50만 원짜리 동남아 상품 하나 팔면 5%, 2만 5000원 남는데, 지인이라고 다른 데보다 싸게 해주려면 2~3% 더 할인해줘야 한다. 상품 하나 팔아서 1만 원 남는데, 상담비도 안 나온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하나투어는 홈페이지에 “1만 4000여 개의 여행상품을 전국 7000여 개의 협력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는 국내 최대 홀세일러”이며 “전국의 공식인증예약센터 및 협력 여행사, 제휴사 등과 함께 상생하고 협력함으로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있다”고 자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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