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그간 홈쇼핑 시장은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TV 시청자 수가 줄고 온라인 쇼핑이 가파르게 성장해서다. 하지만 요즘 ‘위기론’은 다시 쏙 들어갔다. 시장 규모가 불과 4년 사이 78배 이상 커지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T(티)커머스’의 등장 때문이다.
T커머스는 TV와 Commerce(상업)을 합친 단어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이 결합된 데이터 홈쇼핑이라고도 부른다. TV를 보며 쇼핑을 하는 점은 TV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생방송을 보며 전화나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하는 기존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T커머스는 IPTV(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과 VOD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서비스)와 디지털케이블TV의 양방향성을 적극 활용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별도 TV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리모컨으로 상품을 고를 수 있고,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어 인터넷 쇼핑에 더 가깝다. T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제한이 없는 만큼 TV홈쇼핑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콘텐츠가 자유롭게 시도된다. 먹방이나 쿡방, 콩트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 형태 방송이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채널에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결제도 가능하다. 취급하는 품목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 TV홈쇼핑의 주요 상품인 의류나 식품, 화장품은 물론 가구나 인테리어, 중소기업 상품까지 다양하다.
# 변화 필요하던 TV홈쇼핑에 해결사 역할
T커머스는 지난 2005년 방송통신위원회(당시 방송위원회)가 ‘상품판매형 데이터방송 사업자’ 10곳을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유통채널로서 기능하기 시작한 건 2010년 이후. IPTV 보급이 가파르게 늘면서다.
현재 T커머스 채널을 운영 중인 업체는 총 10곳.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곳, TV홈쇼핑 겸영 사업자 5곳이다. 우리나라 최초 T커머스 업체는 KT 자회사 KTH다. 2012년 T커머스 채널 K쇼핑을 열었다. 이듬해 태광그룹 계열사 쇼핑엔티가 채널을 열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2015년부터 SK브로드밴드의 ‘SK스토아’와 신세계그룹 ‘신세계쇼핑’이 단독사업자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CJ와 현대, 롯데, GS 등 기존 TV홈쇼핑 업체들도 T커머스 채널을 열었다. 현재 국내 7개 TV홈쇼핑 업체 가운데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 두 곳을 제외하면 모두 T커머스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T커머스 업계는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T커머스 전체 시장 규모(취급액 기준)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국T커머스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T커머스 시장 총 취급액은 1조 8000억 원으로, T커머스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3년 230억 원에서 78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단독사업자 5개 채널 취급액이 약 1조 8000억 원, 겸영 사업자 5개 채널이 약 1조 2000억 원 등 총 3조 원대로 전망된다.
다른 T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T커머스는 TV홈쇼핑 성장세가 기울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성장했다. 변화가 필요한 때였는데, T커머스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며 “TV홈쇼핑 시장 전체 규모(약 19조 원)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비중이 크진 않지만, 초기 사업자 K쇼핑과 쇼핑엔티가 짧은 시간에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보였다. 기존 TV홈쇼핑 사업으로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는 만큼, 시장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라 금방 참여 업체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취급액 기준 국내 1위 업체는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K쇼핑이다. 지난해 취급액 3700억 원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 신세계그룹을 등에 업은 신세계TV쇼핑이 3000억 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K쇼핑과 신세계TV쇼핑은 올해 목표 취급액을 5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그 밖에 CJ ENM의 T커머스 채널인 CJ오쇼핑플러스와 SK스토아 등 다른 업체들도 투자를 확대하면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는 엇갈린 전망
T커머스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T커머스에 8VSB를 조건부로 허용해서다.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방송 시청을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지상파방송 전송기술이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이 기술이 도입됐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만 21번대 이상 채널에 T커머스를 편성하는 조건으로 T커머스 송출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T커머스 업계는 약 500만 가구에 달하는 잠재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유통 플랫폼이 확장된 건 사실이지만 기존 TV홈쇼핑을 보조하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실적이 과대 평가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게 홈쇼핑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T커머스도 결국엔 TV를 통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최근 홈쇼핑 업계 무게중심이 T커머스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TV 시청자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눈에 보이는 한계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핫클릭]
·
[핫 CEO] '성완종 리스크' 극복 총력전, 이성희 경남기업 대표
·
[CEO 라이벌 열전] '초대형IB 향해' 신한금융투자 김형진 vs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
[CEO 라이벌 열전] '직판 진검승부' 참좋은여행 이상호 vs 노랑풍선 김인중
·
[핫 CEO] '은둔의 경영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승승장구 비결
·
[CEO 라이벌 열전] '형제의 베개싸움' 에이스 안성호 vs 시몬스 안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