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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성완종 리스크' 극복 총력전, 이성희 경남기업 대표

법정관리 속에도 대형 공사 수주, 손실 자회사 매각 반면 시공능력 매년 하락 '숙제'

2018.09.26(Wed) 17:32:23

[비즈한국] 2015년 4월 9일, 한 사람의 죽음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북한산 형제봉 부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 새벽 6시부터 6시 50분까지 50분간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의 말을 빌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줬다”고 보도했다. 

 

2016년 5월 2일 이성희 대표와 직원들이 비전 및 슬로건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경남기업


성 전 회장의 시신 수습 과정에서 A4 용지 8분의 1 크기의 메모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로 불린 이 메모장에는 ‘경향신문’​​에 거론된 김 전 비서실장과 허 전 비서실장 외에도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이병기, 이완구’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200억 원대 비자금 가운데 30억 원이 현금화된 점을 수상히 여겨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이어 금융권에도 성 전 회장의 금품이 제공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농협은행장 등이 모두 충청포럼 회원이었는데, 이들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에 일정 부분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성희 경남기업 대표. 사진=경남기업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유정복 전 인천시장,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서병수 전 부산시장,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 증거불충분 및 공소권없음 등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도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지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경남기업의 법정관리인으로 이성희 전 두산엔진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사진=경남기업

 

성 전 회장 사망 이틀 전인 2015년 4월 7일, 경남기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경남기업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 재무 상태를 속이고 한국석유공사에서 성공불융자금 330억 원,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일반융자금 130억 원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성 전 회장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융자에 필요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상태가 좋은 것처럼 95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벌이고, 2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경남기업이 청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년 2월 장해남 당시 대표이사에 대해 퇴임을 결정하고, 이성희 전 두산엔진 대표이사(68)​를 경남기업의 법정관리인 및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1950년 9월생인 이성희 대표는 1974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후 현대중공업 재정부에 입사했고,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두산건설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했으며, 2002년 10월 두산중공업 재무담당 부사장(CFO), 2008년 2월 두산엔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됐다.

 

경남기업 법정관리인인 이 대표는 경남기업을 정상기업으로 복귀시키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잃어버린 경남기업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주요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발주처 및 협력업체 관리에 직접 나서는 등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당시 경남기업 관계자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중단된 대형공사 공공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확보된 수주를 통해 흑자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건설업계에서 쌓은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노사화합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자구 노력으로 경남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 대표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 중임에도 취임 1년 만에 대형 공사 수주를 잇달아 이뤄냈다. LH공사가 발주한 998억 원 규모의 화성동탄2 A48BL 아파트 건설공사 10공구 입찰 심사에서 적격으로 통과됐으며, 파주시 지역주택조합 시공권을 따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중앙선 영천-신경주 복선전철2공구 노반시설공사, 서해선(홍성-송산) 복선전철공사, 인천생산기지 설비확충건설공사, 원주지방복합청사T/K공사 등을 수주하며 지속적인 수주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봉천12-1 사업지 착공에 이어 경기 광주 장지동 사업 등 경남기업이 시공권을 확보한 개발 사업지가 착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밝혔으며, 현재 수원고등LH아파트, 의정부고산LH아파트, 파주운정LH아파트 등의 공사가 신규 착공돼 진행 중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위치한 경남아너스빌.  사진=경남기업

 

건설업 특성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경제의 흐름에 민감하기에 국내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 해외 공사 수주에 더욱 노력해 기업 성장의 근간을 찾겠다는 게 이 대표의 계획이다. 플랜트 부분에서도 25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반퐁2단계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제안서를 제출해 대규모 해외플랜트 건설의 발판을 마련했고, 13년 수주한 스리랑카 킬즈시티(호텔·리테일·​오피스·​레지던스·​컨퍼런스 복합개발 프로젝트)가 건설 중이며, 베트남 비엣찌 하수도 건립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경남기업의 최대 숙제로 꼽힌 손실 사업에 대한 매각 절차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3월 경남기업이 70%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수완에너지를 280억 원에 삼익악기에 매각했다. 이로써 경남기업의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6월에는 경남기업이 SM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아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했다.

 

하지만 경남기업의 시공능력은 매년 저평가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경남기업의 시공능력 순위는 2009년 17위(1조 6719억 원), 2010년 17위(1조 8208억 원), 2011년 17위(1조 8893억 원), 2012년 14위(2조 637억 원), 2013년 21위(1조 7441억 원), 2014년 26위(1조 3665억 원), 2015년 29위(1조 2549억 원), 2016년 35위(7638억 원), 2017년 48위(6723억 원), 2018년 68위(4063억 원)다. 이성희 대표에겐 시공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큰 숙제인 셈이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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