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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오락실의 몰락, 그리고 부활

'스타'와 PC방 때문에 몰락했다 VR 타고 재등장…인기 계속될까?

2018.09.25(Tue) 19:01:39

[비즈한국] 최근 도심 번화가 등지에선 과거에 빠르게 사라졌던 업종이 다시금 부활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오락실이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동네 오락실은 기성세대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온상이었다. 언론은 청소년 사이에서 부는 오락실 열풍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보였고, 부모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오락실은 불량배들이 얼씬거리는 공간이자 ‘착한 내 자식’이 나쁜 것을 배우는 공간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유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완벽히 막을 수 있을까? 지금의 40대들은 갤러그와 팩맨,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같은 게임을, 30대들은 스트리트 파이터 2, 던전 앤 드래곤, KOF시리즈 같은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님 몰래 오락실을 드나들며 용돈을 털어 넣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8일 코리아 VR 페스티벌 2018을 찾은 관람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게 포기할 수 없는 유희의 공간이었던 오락실은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의 등장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DDR, 펌핏업, EZ2DJ 등과 같은 리듬게임의 등장은 그나마 오락실의 새로운 즐길 거리가 되었지만 오락실의 쇠퇴를 지연시키는 정도에서 끝났을 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번화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았던 오락실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그 수가 줄어들어 존재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2000년 전국에 2만 5341개였던 오락실의 숫자가 2002년엔 7404개로 급감했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는 사람들의 그 체감을 완벽히 뒷받침한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의 오락실 수는 800여 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씨가 말라버렸던 오락실이 현재 모습을 바꾸어 상권의 중심에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VR(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오락실 중에서 VR 체험기기를 갖춘 곳들도 생겼으며 아예 VR 기기만으로 콘텐츠를 채운 VR방도 늘어나고 있다. 사라졌던 오락실이 이렇게 다시금 등장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우선 상업 부동산은 공간 활용의 비즈니스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자. 이커머스의 발전으로 현재 많은 업종은 필요한 공간의 넓이가 줄어들거나 아예 공간을 필요치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소비자 취향의 다변화로 인해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곤 넓은 공간에서 단일 상품을 파는 비즈니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넓은 공간을 채우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체험형/공간 활용형 비즈니스인 오락실은 그 어떤 비즈니스보다도 현재의 트렌드에 걸맞다. 덕분에 다시금 백조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오락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과거 게임 1판에 100원이라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으로 인해 오락실들은 게임 가격을 제대로 올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수가 크게 줄어들고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결정력을 회복하였다. 

 

또 리듬게임 등 체험형 게임으로 중심이 바뀌면서 완벽히 다른 상품이 되어 새로이 가격을 정하기가 용이해졌다. 여기에 VR 게임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상품으로 인식되기에 새로운 가격을 내세우며 가격 저항을 넘어서기도 쉬워졌다. 바로 이 두 가지 요소가 번화가에서 사라졌던 오락실이 다시금 등장할 수 있게 된 원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VR방, 그리고 VR을 내세운 새로운 오락실의 앞에는 이제 거침 없는 성장이란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VR방과 오락실은 날이 가면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공간 활용의 대안적 측면에서 재평가 받은 아이템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오락실에 청소년들이 열광했던 것은 당시 청소년들이 즐길 유희거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락실은 청소년들의 재구매 의사가 매우 높은 컨텐츠였다. 하지만 현재는 소비자들이 즐길 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VR 게임을 재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의사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의 재구매 의사가 높지 않다면 초기의 흥행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락실의 부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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