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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어쩌다 마주친 샤오미

'알렉사' 탑재 신제품 9종 공개…인공지능 생태계 경쟁 본격화

2018.09.24(Mon) 09:40:52

[비즈한국] 아마존이 알렉사를 이용한 ‘에코’의 신제품들을 공개했다. 제품은 모두 아홉 가지로 ‘쏟아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아마존이 이렇게 많은 제품을 한 번에 꺼내 놓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제품은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스피커와 마이크, 그리고 알렉사를 품은 에코 제품과 이 알렉사를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다.

 

스피커인 ‘에코 닷’과 ‘에코 플러스’를 비롯해 디스플레이가 함께 있는 ‘에코 쇼’ 등을 비롯해 알렉사를 자동차로 확장할 수 있게 해주는 ‘에코 오토’ 등 아마존은 알렉사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아마존은 음성으로 직접 제어할 수 있는 홈 카메라, TV 녹화 장치, 스마트 콘센트, 그리고 전자레인지까지 발표했다. 인공지능, 그리고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생태계에 액세서리로 직접 뛰어든 것이다.

 

아마존은 그 동안 음성 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 스피커 형태의 ‘에코’를 내놓았다. 에코 브랜드는 마치 알렉사의 영혼을 담는 몸과 같은 존재였는데 그 영역이 알렉사로 제어할 수 있는 기기까지 확대됐다. 특히 전자레인지를 꺼내 놓은 것은 이와 같은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상징성처럼 보인다.

 

아마존이 새로 내놓은 제품들. 알렉사 스피커인 에코의 3세대 제품을 비롯해 차량용 에코,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까지 공개됐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그동안 아마존의 알렉사는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구도였다. 그런데 특히 전자레인지, 스마트 플러그 등 액세서리를 바라보면 샤오미가 떠오른다. 아마존이 직접적으로 샤오미를 겨냥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국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결합되는 구조는 모든 기업들의 공통 관심사고, 어디에선가는 마주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샤오미는 정반대 방향에서 아마존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샤오미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제품 유통의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샤오미가 만들지 않는 물건이 뭐가 있나 싶을 정도로 샤오미는 멀티탭 콘센트, 로봇청소기, 선풍기 등 온갖 제품을 만든다. 물론 스마트폰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기는 직접 만들지 않고,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협업해서 내놓는다. 

 

샤오미가 노리는 것은 샤오미의 사물인터넷 제어 플랫폼 ‘미지아(Mi Home)’에 더 많은 기기를 놓는 데에 있다. 샤오미에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샤오미의 브랜드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할 수 있어서 유리하고, 샤오미는 자체 생태계에 더 많은 서비스를 올리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샤오미는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먼저 만들고 이후에 음성 인식 서비스를 붙였다. 아마존과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비슷한 전략으로 맞부딪치게 됐다.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샤오미는 미지아 생태계에 음성 인식, 즉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했다. 올해 초 ‘샤오 AI(Xiao AI)’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음성 기반의 어시스턴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비롯해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는 기기에서 이 샤오 AI를 제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존 샤오미의 사물인터넷 생태계에 들어가 있던 제품들을 말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순식간에 생태계가 구성된 셈이다. 샤오미는 월 3000만 대 기기에서 이 음성인식 서비스가 구동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마존의 경우 이미 알렉사가 아마존의 확고한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고, 기반으로 작동하는 사물인터넷 기기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더 많은 플랫폼에 알렉사가 쓰이고, 또 더 많은 기기가 알렉사로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양사의 음성 어시스턴트가 공존할 수 있도록 했다. 출발점과 걸어온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걸어온 길은 플랫폼을 중시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어디에선가 마주칠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AI for everyone을 응용해 Alexa for everyone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인공지능 생태계에 대한 비전으로 볼 수 있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은 신제품과 함께 ‘모두를 위한 알렉사(Alexa for Everyone)’라는 문구도 꺼내 놓았다. 이는 구글을 비롯해 인공지능 기술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꺼내 놓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Everyone)’과 맞물리는 메시지다. 어떻게 보면 메시지의 내용뿐 아니라 알파벳 스펠도 상당히 비슷하다.

 

이는 인공지능과 익숙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알렉사로 끌어들이면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제품들을 통해 아마존은 거실, 주방, 그리고 각 방에 에코를 두고, 자동차까지 어디에서든 알렉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리고 직접 사물인터넷 생태계에 뛰어들어 시장에 가벼운 자극을 주었다. 보조 서브우퍼, 그리고 TV 녹화기로 알렉사와 콘텐츠의 연결고리도 놓치지 않았다. 

 

이번 아마존의 신제품은 단순한 제품 발표를 떠나 본격적인 시장 확대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전략은 그들이 해 온 그 어느 비즈니스보다도 더 과감하고 적극적이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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