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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소비도 해외로…'소득주도 성장'은 누가 지키나

해외직접투자액 급증, 해외 사용 카드 금액 사상 최고치…국내 경제성장 이끌 힘 줄어들어

2018.09.21(Fri) 21:11:19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일자리 급감과 소득 양극화 심화에도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밀어붙일 뜻을 드러내고 있지만 기업과 민간의 해외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득 순환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민간은 해외에서 소비를 하면 그만큼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와 월급,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줄어들어 된다. 소득이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 만한 힘을 갖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통계청과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129억 2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6.8%나 급증했다. 연도별로는 우리나라 해외직접 투자액은 지난해에 사상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넘어선 437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6년(391억 달러)보다 11.8%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인도 노이다 지역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해외직접투자란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국제간에 이뤄지는 자본이동으로 해외 자회사 설립, 해외 기업 인수, 지분 참여 등으로 이뤄진다. 해외에 자회사나 공장 등을 세우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해외직접투자액도 증가하게 된다. 지난해 해외에 설립된 신규법인 수는 3411개로 2016년(3353개)보다 1.7% 증가했다.

 

문제는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국내 제조업 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 국내 일자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자 폐업 증가, 소득 양극화 등 부작용이 터져 나왔다. 

 

경제계와 야당에서는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왔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이끌어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8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냐”며 정책 고수 의지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2일 고용지표 악화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470조 5000억 원 중 34.5%를 복지에 배정하는 등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해외 제조업 기지 건설 등을 위해 해외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소득주도성장의 기초가 되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최근 들어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인수·합병(M&A)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 현지 회사를 인수할 경우 국내 인력 채용은 전혀 필요가 없다. 해외직접투자에서 M&A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3.4%에서 2017년 47.0%로 급증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자 주요 수출국에 교두보를 확보하거나, 신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해외직접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증가가 국내에 대한 투자 여력을 줄인다는 점도 국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7월 설비투자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0.4%나 떨어진 117.5(2010년=100)를 기록, 9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7월 취업자 증가 수는 5000명, 8월 취업자 증가 수는 3000명에 그치며 최악의 ‘고용 참사’를 기록했다. 

 

이처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은 궤도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자들 사이의 논란에도 지난 7월 인도 노이다 지역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것도 이러한 점을 우려한 탓이다.

 

민간의 해외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소득주도 성장’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올 상반기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97억 3600만 달러로 1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82억 600만 달러)에 비해서는 18.6%나 증가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하는 금액이 늘어나면 설령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그 소득 중 상당액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돼 국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면세점 구매한도(600달러)를 높이거나 입국장 면세점을 세우자는 등 각종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여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부 특정 계층에 효과가 돌아간다며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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