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전엔 휴게소 하면 그냥 우동이었다. 고춧가루 살살 뿌린 휴게소 우동 한 그릇에 시골 가는 먼 길도 싫지 않았던 유년의 기억 하나쯤 있다. 먹방, 쿡방에 맛스타그램까지 뜨는 요즘, 휴게소 먹을거리도 꽤나 이색적이다. 지역 특산물을 주재료로 하고, 신선한 콘셉트를 시도하는 등 여느 맛집처럼 진화를 거듭하며 각양각색의 맛을 쏟아내고 있다.
2018년 추석, 고향 오가는 길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잠시나마 길 위의 피로를 잊게 해줄 휴게소 음식을 모았다.
# 전문가와 일반인이 모두 인정, 한국도로공사 ‘EX-FOOD’
미쉐린타이어에서 ‘미쉐린가이드’를 만들었듯,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매년 전국고속도로 휴게소 맛집을 선정한다. 지금 소개하는 20개의 휴게소 맛집은 먼저 휴게소별로 1개 메뉴를 자체 선정한 후, 1차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5만여 명에게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2차로 조리학과 교수 등 음식전문가들의 암행평가를 통해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맛집에는 한국도로공사가 인증하는 ‘EX-FOOD’ 마크도 부여했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공히 인정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인증한 휴게소 맛집 20곳은 어디일까?
서울 만남의광장 ‘말죽거리 소고기국밥’
식사 전 급히 출발한 귀성인들에게 희소식. 서울을 벗어나는 길에 위치한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 커다란 가마솥에서 이틀 동안 끓여낸다는 진한 소고기 국밥을 먹고 출발하자. 역시 바쁜 길에는 국밥이 진리다.
망향휴게소 ‘명품 닭개장’
명품 닭개장은 그 이름에 걸맞게 각종 한약재를 넣어 오랜 시간 깊은 육수를 끓여낸다. 월계수잎 등을 넣어 비린내도 잡았다. 닭고기와 함께 고사리와 숙주나물, 무, 부추 등이 들어간 닭개장은 느끼하지 않고 뒷맛도 깊고 깔끔하다. 오랜 시간 차 안에서 멀미를 느꼈다면 얼큰한 닭개장 한 그릇으로 속을 풀 수 있겠다.
강릉휴게소 ‘초당두부 황태해장국·뚝배기 불고기’
강릉 대표 초당두부와 인제 대표 황태가 만나 초당두부 황태해장국이 탄생했다. 바닷물을 간수로 쓴 초당두부에 황태가 어우러져 한 그릇 안에 강원도의 힘을 담았다. 3년 연속 한국도로공사가 선정한 최우수 휴게소 음식이다. 찬바람 부는 아침저녁으로 더 입맛 당기는 음식이다. 뚝배기에 담아낸 야들야들한 불고기인 뚝배기 불고기도 맛과 가성비가 더해진 인기메뉴다.
인삼랜드휴게소 ‘인삼갈비탕·인삼가마솥비빔밥’
이름부터 인삼랜드 휴게소다. 휴게소가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 위치해 인삼이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판다. 인삼즙부터 시작해 인삼 돈가스와 인삼 떡갈비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그 중에서 한국도로공사에서 최고의 음식으로 선정한 건 인삼가마솥비빔밥과 인삼갈비탕이다. 인삼비빔밥은 인삼은 물론 대추와 은행, 버섯 등을 넣어 영양을 더 채우고, 인삼갈비탕은 ‘2016년 고속도로 최우수음식’에 선정됐을 만큼 가성비와 맛, 영양 모두 합격점이다.
건천휴게소 ‘누구나 돌솥비빔밥’
누구나 먹는 평범한 메뉴지만 매번 고속도로 맛집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각각의 재료에 따로따로 양념을 해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돌솥비빔밥은 실패할 확률도 적지만 크게 맛있다는 인상도 주기 어려운 음식임에도 재료의 조화가 좋아 임팩트가 있다. 음식 전문가들이 인정한 최고의 맛이다.
사천휴게소 ‘새싹삼 힐링비빔밥’
새싹삼 힐링비빔밥은 수삼의 새싹을 메인으로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양배추, 열무, 콩나물 등의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다. 다진 채소로 만든 강된장 소스에 슥슥 비벼먹는 맛도 일품이고 영양도 가득하다. 나트륨 줄이기 실천 식당으로 선정된 사천휴게소의 대표적인 나트륨 절감 메뉴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이천휴게소의 갈치세트, 천안휴게소의 해물볶음돈가스, 서산휴게소의 불향 제육볶음덮밥, 오창휴게소의 등심돈가스, 곡성휴게소의 흑돼지 김치찌개, 섬진강휴게소의 차돌박이 된장찌개, 지리산휴게소의 춘향 남원추어탕, 영산휴게소의 창녕 양파제육덮밥, 청송휴게소의 청송사과돈가스, 안동휴게소의 이동삼 안동간고등어정식, 단양휴게소의 새뱅이 해물순두부 등이 ‘한국도로공사 고소도로휴게소 대표음식 20’에 이름을 올렸다.
# 실감나는 표현, 거짓 없는 맛, ‘영자 리스트’
요즘은 맛집 찾을 때 일명 ‘영자 리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예외가 아니다. 한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영자가 먹었던 휴게소 음식과 간식의 매출이 200%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이영자의 가식 없고 솔직한 맛 표현 때문이다. 휴게소도 이제 하나의 여행코스가 되고 있다. 귀성귀경길에 자연스럽게 맛 여행이 추가된다.
마장휴게소 ‘이천 쌀밥 정식’
정신없는 휴게소에서도 쌀밥 정식을 먹을 수 있을까. 이천에서라면 가능하다. 한정식에 나오는 여러 밑반찬과 함께 이천쌀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한 땀 한 땀 다른 사람들의 땀이 상에 올려졌다”는 이영자식 표현 덕분에 음식이 더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한정식은 특별한 날에 무게 잡고 먹는 음식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깬다. 단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
횡성휴게소 ‘횡성 한우 떡더덕 스테이크’
횡성 하면 한우. 횡성휴게소에서도 한우 맛을 안 보고 갈 수 없다. 횡성휴게소의 주인공은 한우에 더덕을 가미한 한우 떡더덕 스테이크다. 휴게소에서 한우를 구워 먹기는 번거로우니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로 즐긴다. 횡성의 또 다른 특산물인 더덕의 향이 더해져 느끼하지 않고 깊은 맛이 배가된다.
금강휴게소 ‘금강 도리뱅뱅 정식’
휴게소 맛집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도리뱅뱅 정식은 금강휴게소에서 유명세를 타던 음식이다. 금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튀긴 후 다시 철판에 동그랗게 둘러 구워 먹는데, 그 동그란 모양 때문에 도리뱅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문하면 15~20분 기다려야 한다. 휴게소 주변으로 아름다운 금강이 펼쳐져 있어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다.
서산휴게소 ‘어리굴젓 백반’
흰쌀밥에 스팸 한 조각 대신, 어른이라면 흰 쌀밥에 어리굴젓 한 젓가락이다. 나른했던 몸도 바다향 가득한 짭쪼름한 젓갈 맛을 보면 졸음이 달아나고 다시 길을 나설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영자의 ‘고속도로 휴게소 맛집 월드컵’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서산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서산 특산물인 신선한 굴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보성녹차휴게소 ‘꼬막 돌솥비빔밥’
벌교가 가까운 남도의 휴게소에서나 먹을 수 있는 휴게소 별미 꼬막비빔밥.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근처를 지난다면 꼭 들려보라 권한다. 이영자가 “오늘 죽어도 여한 없는, 인생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맛”이라고 극찬했다.
서울 만남의광장의 말죽거리 소고기국밥과 강릉휴게소의 초당두부 황태해장국은 ‘영자 리스트’와 ‘한국도로공사 고소도로휴게소 대표음식 20’에 중복되는 맛집이다.
이 외에도 안성휴게소의 안성맞춤국밥, 여주휴게소의 여주쌀 잔치국수, 언양휴게소의 찌그리된장찌개정식, 대천휴게소의 돌솥굴밥, 덕평휴게소의 덕평소고기국밥, 섬진강휴게소의 청매실재첩비빔밥, 함양휴게소의 백연밥상 등이 검색에 자주 등장하는 휴게소 맛집들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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