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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XS를 통해 드러난 애플의 '10년 미래전략'

길어진 교체 주기에 맞춰 가격 올리고 수명 늘려…생태계 중심 변화 모색

2018.09.20(Thu) 15:29:08

[비즈한국] 지난 13일 새 아이폰이 공개됐다. ‘아이폰 XS’ ‘아이폰 XS 맥스’ 그리고 ‘아이폰 XR’이다. 3가지 제품이 2가지 브랜드로 나뉘어 발표됐다. 아이폰이 처음으로 2가지 브랜드로 갈리게 된 셈이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 X(텐)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10년’을 언급한 바 있다. 새 제품들 역시 단순한 공개가 아니라 달라진 애플의 방향성과 전략을 품고 있다. 키노트 속에서 새 아이폰의 전략을 읽어봤다.

 

# 물러나는 홈 버튼, 자리 잡은 큰 화면

 

세 가지 아이폰에 대한 소문은 출시 전부터 무성했다. 소문을 되짚어보면 오히려 크기를 달리한 아이폰 XS는 얼추 맞았지만 나머지 한 가지 아이폰은 확실하지 않았다. 홈 버튼이 있는 아이폰 8의 후속 제품인지, 아니면 노치가 있는 아이폰 X의 형제 제품인지 뚜렷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플은 아이폰 XR을 통해 홈 버튼의 완벽한 퇴장을 알렸다.

 

홈 버튼은 아이폰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네 귀퉁이의 곡선과 함께 아이폰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부분일 뿐 아니라 iOS를 다루는 출발점이라는 큰 의미가 있었다. 앱(애플리케이션)을 빠져나가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앱을 넘나드는 멀티태스킹으로, 또 지문을 읽어내는 터치ID 센서로 점점 그 역할을 넓혔고, 무엇보다 지난 10년 동안 ​아이폰을 켜는 스위치 역할을 ​했다.

 

애플은 아이폰 XR에서도 홈 버튼을 삭제함으로써 앞으로도 홈 버튼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애플은 이미 지난해 아이폰 X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10년과 함께 홈 버튼을 없애겠다는 메시지를 내비친 바 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보다도 콘텐츠로 기기의 앞면을 가득 채우고 싶어했고, 이를 실현할 디스플레이 기술이 자리를 잡으면서 홈 버튼을 대신할 수 있는 ‘제스처’를 지난 몇 년 동안 고민하고 서서히 제품과 운영체제에 녹였다. 지난해 아이폰 X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익숙한 듯 급격한 변화가 낯설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아이폰 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애플은 홈 버튼 대신 쓸어 넘기는 입력 방식과 앞면을 가득 메우는 화면을 중심으로 아이폰과 iOS를 정리하고 있다. 64비트를 적용하던 것처럼 서서히 자연스러운 전환을 이끄는 것이다. 대신 여전한 홈 버튼 수요는 기존 기기들을 계속해서 가져가는 것으로 정리했다. 애플은 아이폰 7을 단종하지 않았고, 아이폰 8도 계속 판매한다. 그리고 가격을 내렸다. 대신 아이폰 X은 아이폰 XS, 아이폰 XR과 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단종한다.

 

애플은 새 아이폰 발표와 함께 아이폰 7과 8의 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에게 100달러 단위의 선택권을 제공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비록 홈 버튼이 밀려났지만 아이폰 8과 아이폰 7은 앞으로 1년 동안 애플 라인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맡는다. 이번 키노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섯 가지 아이폰의 가격이다. 애플은 3가지 신제품과 2가지 기존 제품을 가져가기로 했다. 

 

아이폰 7과 8은 iOS12의 업데이트와 함께 성능이 개선되면서 지금 쓰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고, 무엇보다 가격을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 애플은 원래 따로 저가 제품을 내놓지 않고 기존 제품의 가격을 내려 기존 플래그십을 중저가 제품으로 내리는데 아이폰 7은 449달러(50만 원), 아이폰 8은 599달러(67만 원)​로 정했다. 그렇게 많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아이폰 XR의 749달러(84만 원)와 간격은 충분하다.

 

# 성숙한 시장 풀어내는 애플의 방법

 

신제품의 가격도 중요한 부분이다. 애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폰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단순한 인상이라고 보기는 애매하고, 고급화라고 보는 편이 맞다. 아이폰 XS 가격은 아이폰 X과 똑같이 999달러(112만 원)부터 시작한다. 애초 899달러(101만 원)로 내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지난 1년 동안 999달러의 아이폰 X이 시장의 우려와 달리 꽤 잘 팔렸다. 스마트폰을 통신사 서비스와 묶어서 구입하고 기기 값도 2~3년 동안 나누어 내다보니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상승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애플은 본격적으로 기존 ‘플러스’ 모델을 새 아이폰에도 가져오기로 했다.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맥스’의 관계는 딱 ‘아이폰 6’과 ‘아이폰 6 플러스’의 차이와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을 찾자면 화면 크기 외에 카메라나 프로세서 등 다른 부분에는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폰 XS 맥스가 시장에서 먹힐까? 당연하다. 큰 스마트폰의 수요가 충분할 뿐 아니라, 아이폰 이용자들은 아이폰의 플러스 모델에 익숙하다. 가능하면 큰 화면을 원하는 이용자들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아이폰 XS의 화면은 5.8인치지만 아이폰 8 플러스의 5.5인치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위아래로 비율을 길게 늘여서 대각선 크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폰 XS의 가로폭은 아이폰 8과 거의 비슷하다.

 

플러스 버전의 아이폰을 쓰던 이들로서는 조금 더 크게 손에 잡히는 스마트폰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비슷한 가로폭을 한계로 잡은 새 비율의 화면 크기가 6.5인치다. 숫자로는 엄청난 것 같지만 5.5인치 아이폰 8 플러스와 쥐었을 때 느낌이 거의 똑같다. 플러스 모델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가격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 모델이 128GB이기 때문에 기존 제품 이용자들로서는 부담스럽지만 넘보지 못할 가격도 아니다.

 

화면이 커졌지만 아이폰이 커진 것은 아니다. 사진=최호섭 제공


아이폰 XR의 6.1인치 디스플레이도 절묘하다. 애플은 화면 크기를 아이폰 XS만 다르게 했다. 중저가 제품인 아이폰 XR은 한 가지만 내놓았고, 그 크기는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맥스 사이다. 그런데 사실 이 크기 역시 기존 아이폰 8과 아이폰 8 플러스 사이에 있다. 플러스 모델 쪽에 조금 더 가깝긴 하지만 딱 그 중심 시장을 노리는 제품이라는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가격도 기존 아이폰 8의 649달러(73만 원)와 아이폰 8 플러스의 799달러(90만 원) 사이로 정했다. 묘한 가격이다.

 

새 시리즈의 가격으로 인해 향후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아이폰의 기본 가격은 오랫동안 600달러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폰이든 성숙단계, 그러니까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급격하게 성장하지 않는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고가 제품의 수요도, 방향성도 흔들리고 있다. 아이폰 역시 판매량 그 자체는 더 이상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다. 애플은 더 고급화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냈다. 이미 지난해 아이폰 X으로 999달러를 시도했고, 이는 올해 애플의 매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자리를 잡은 아이폰 XS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화면 크기를 키운 아이폰 XS 맥스를 배치하고, 아래로는 아이폰 XS을 바탕으로 한 아이폰 XR을 내놓으면서 기본 가격을 100달러 정도 끌어올렸다. 아래 제품의 가격대가 한 단계 높아진 것이다.

 

# 중심에 오른 환경 문제 “오래 쓰는 스마트폰 만든다”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이폰 XR은 성능을 빼고서라도 분명히 아이폰 8보다 고급 제품으로 꼽을 만하다. 가격이 오른 건 반갑지 않지만 시장은 그만한 가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애플은 판매량 정체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고급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미 시장은 응답했다. 아이폰 XS 맥스의 예약 판매는 순조롭고, 한 달 뒤에 출시되는 아이폰 XR을 기대하는 수요도 많다. 발표 현장에서도 미디어의 반응은 아이폰 XR에 쏠렸다. 실제 제품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애플이 제품 단가를 끌어올리려는 것은 시장 정체 때문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소도 놓을 수 없다. 이번 키노트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아이폰 XS의 발표 말미에 리사 잭슨 부사장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그리 유명한 인사가 아니지만, 리사 잭슨은 애플이 환경 문제를 공격적으로 풀어내는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제품을 분해하고, 친환경 소재를 쓰고, 다양한 요소에 재료를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애플은 환경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더욱 강력하게 아이폰 사용자들을 붙들길 원한다. 무대에 오른 리사 잭슨 애플 부사장. 사진=최호섭 제공

 

그가 무대에 직접 올라 신제품을 언급했다. 그 시작은 환경 문제였다. 그동안 애플이 구형 제품을 수거하고 분해한 성과가 신제품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주석을 100톤 넘게 재활용하면서 채굴을 줄였고, 스피커 울림통은 수거된 플라스틱을 다시 가공해서 적용했다.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 또 한 발짝 내디딘 셈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리사 잭슨은 “아이폰을 더 오래 쓰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미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애플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을 더 오래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준 셈이다.

 

지난해 배터리 상태에 따라 성능을 조정해서 논란이 됐을 때도 애플은 기기를 더 오래 안정적으로 쓰게 하려는 의도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미 애플은 구형 기기에 소프트웨어 지원을 이어왔다. 올해 iOS12는 운영체제 업데이트만으로 기기의 성능이 크게 개선된다. 더 오래 쓸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애플은 신제품 판매만큼이나 생태계에 더 많은 기기가 유지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역시 애플의 중요한 매출 수단이기 때문이다. 기기를 오래 써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꼽은 ‘환경’은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리사 잭슨은 “기기를 더 오래 쓰는 것은 여러분에게도, 지구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애플이 ​하드웨어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이는 결국 제품의 내구성 강화와 고급화로 이어지고, 아이폰의 가격을 더 올리는 이유로도 충분하다. 

 

# 변화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이끈다

 

어떻게 보면 올해 아이폰 발표의 핵심은 제품의 고급화와 다양화에 있다. 지난해 꺼내놓은 ‘아이폰, 앞으로의 10년’이라는 메시지가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세 가지 제품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라인업이 갖춰졌지만, 기능적으로 보자면 세대를 뛰어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아이폰 X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아이폰 4S의 시리, 아이폰 5S의 터치ID처럼 아이폰 X을 내려놓고 아이폰 XS를 사야 할 만큼 ‘S’의 무게가 크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새 아이폰은 아이폰 X으로 시작한 변화가 자리 잡고 생태계로 확장되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조금 더 크다. 그 변화는 디자인도 있지만 애플이 바라보는 다음 단계의 앱 생태계도 있다. 어떻게 보면 애플은 10년 전 첫 아이폰의 변화가 앱스토어를 통해 이뤄졌던 것처럼 아이폰 X 이후 다음 세대의 가능성 역시 앱스토어로 넘기는 모양이다. 다만 앱의 방향성이 조금 다른데, 바로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즉 머신러닝에 있다. 이는 프로세서와도 ​바로 ​연결된다.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확신하는 한 가지는 아이폰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다. 사진=최호섭 제공

 

아이폰 XS를 비롯해 세 가지 신제품에는 모두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들어갔다. 이 프로세서는 7나노미터(nm) 공정으로 만들어 트랜지스터를 69억 개 집적했다. 이전 세대보다 CPU는 15% 이상 빨라졌고, 그래픽 성능은 50% 이상 좋아졌다.

 

애플은 이 자체만으로도 이미 가장 빠른 모바일 프로세서라는 자리를 꿰찼지만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GPU와 뉴럴 엔진이다. 애플은 2917년부터 프로세서에 자체 GPU를 넣었는데, 걱정과 달리 충분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GPU의 역할은 앱이나 게임 성능뿐 아니라 증강현실과 머신러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애플은 여기에 뉴럴 엔진을 더했다. 뉴럴 엔진은 지난해 발표한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에도 들어 있다. 머신러닝을 처리하는 전용 코어다. A12 바이오닉은 그 코어 수를 2개에서 8개로 4배 늘렸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운영체제와 그에 따른 콘텐츠를 전달하는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핵심은 운영체제다. 사진=최호섭 제공

 

코어의 성능도 함께 높아져서 1초에 명령어를 5조 개 처리할 수 있다. A11 바이오닉은 초당 6000억 개를 처리할 수 있었다. 머신러닝의 성능을 급격히 끌어올린 것이다. 애플이 발표한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ML킷’은 9배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칩이다.

 

하지만 A12 프로세서는 그 구조를 급격하게 바꾸지는 않았다. A11과 똑같이 ‘바이오닉’으로 펫네임을 맞춘 것은 프로세서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머신러닝과 증강현실을 맨 앞에 내세운다. 카메라에 머신러닝을 결합해 화질을 높이고, 사용자 습관 분석 등 운영체제 기능에도 꾸준히 머신러닝을 이용한다. 증강현실은 아직 게임에 머물러 있지만 애플은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

 

애플에게 아이폰은 이제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생태계를 운영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이다. 애플은 WWDC를 통해 소프트웨어로, 아이폰과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통해 하드웨어로 메시지를 주었다. 이제 혁신의 공은 앱 생태계로 넘어온 셈이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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