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 씨(52)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통일동산 살래길을 산책한다. 하지만 통일동산 살래길에서 파주시내를 내려다볼 때마다 공포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통일동산과 파주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 사이 넓은 공터에 짓다 만 아파트 건축물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귀신 나올 것처럼 무섭다”며 “하루 빨리 공사를 재개하든지,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와 함께 통일동산 살래길을 산책하던 김 아무개 씨도 “방치된 지 10년 넘었다”며 “자연경관만 망친 게 아니다. 인근 주민들이 상당히 불편해한다”고 토로했다.
파주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을 찾은 방문객들도 흉물스러운 아파트 건축물에 눈살을 찌푸리긴 마찬가지다. 신세계가 아파트 건축물이 보이지 않도록 가벽을 설치했으나, 아울렛 및 주차장 2~3층에서는 보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을 방문한 김 아무개 씨(27)는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 앞으로는 노랗게 익은 들판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가을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면서도 “뒤쪽은 공포영화 세트장처럼 흉물스러운 건축물이 남아 있어 보기 안 좋다. 프리미엄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0년 넘게 방치된 건축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경기도 파주시청 건축민원팀에 따르면 2006년 대림산업이 시행사 CIT랜드(2010년 넥스플랜으로 사명 변경)로부터 4124억 원에 통일동산 콘도미니엄 건설 사업을 수주했으나, CIT랜드가 2009년 분양 저조와 자금 사정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면서 방치됐다.
CIT랜드는 파주시청으로부터 법흥리 1790번지 외 8필지(44만 8528.2㎡, 약 13만 5680평)를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로 지정받아 지하 3층, 지상 5~15층 규모의 통일동산 콘도미니엄 31개 동(1350실)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는 5억 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한국 거주 자격을 부여하고, 5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F-5)을 주는 제도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CIT랜드는 한국 국적을 원하는 중국인에게 투자를 받았다. 2009년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사를 재개하려 노력하다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까지 겪었다. 최근 사드 보복이 느슨해지면서 CIT랜드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직 부동산투자이민제도 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IT랜드가 통일동산 콘도미니엄 공사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투자이민제 도입 초기에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제주도 내 분양건수가 2012년 121건(733억 8500만 원), 2013년 667건(4531억 54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16년 220건(1493억 2300만 원), 2017년 37건(926억 3200만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며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방치돼 건축자재가 부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물 진단을 받은 후 보수 공사를 해야 하고, 인건비와 건축자재 원가가 상승해 최소 공사비만 4800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IT랜드 관계자는 “실무 담당자가 장기간 해외출장을 떠나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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