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8~19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행에 동행한 특별수행원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별수행원에는 정당 대표 3명, 지방자치단체와 접경지역 대표 2명, 경제인 17명, 남북정상회담 자문단 및 학계 9명, 노동계 2명, 시민사회 4명, 종교계 4명, 문화·예술·체육계 9명, 청년 2명 등 총 52명이 포함됐다. 청년 중 한 명인 중학생 김규연 양(이산가족 상봉자인 김현수 씨의 손녀)은 문 대통령 방북 직전 특별수행원에서 배제됐다.
특별수행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이들은 경제계 인물이다. 특별수행원 경제인 명단을 살펴보면 일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영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4대 그룹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 인사도 특별수행원에 합류했다.
공기업 인물도 눈에 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도 특별수행원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과 관계 깊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동행했다.
이런 ‘거물’ 사이에 이재웅 쏘카 대표가 특별수행원에 합류해 눈길을 끈다. 쏘카의 기업 규모는 4대 그룹이나 주요 공기업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2017년 말 기준 쏘카의 자본은 337억 원에 불과하다.
1968년생인 이재웅 대표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벤처 1세대다. 2008년 투자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를 설립했고, 2014년에는 벤처자선펀드회사 씨프로그램을 설립했다. 올해 4월부터 쏘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쏘카는 2011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김지만 씨(현 제쿠먼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설립한 차량 공유(카셰어링) 업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인 이재웅 대표도 쏘카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이 대표와 문 대통령 사이의 접점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2012년 대선 당시 이재웅 대표는 안철수계 인물로 분류됐다. 이 대표는 벤처기업인들의 친목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를 통해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회원으로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 선임에 반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9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 대해 “스티브 잡스와 달리 미래를 보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히자 이 대표는 SNS를 통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이 대표는 8월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에 취임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 대표는) 혁신성장 정책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과 정부의 접점으로서 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혁신성장본부에 전달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등 관련 회의에도 적극 참석해 세부적인 대책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것도 쏘카 대표 자격이 아닌 혁신성장본부장 자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별수행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새로운 경제를 상징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라고 소개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낸 바 있지만 개인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표는 방북 전 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의 꿈이 평양을 넘어 시베리아를 넘어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평양에) 다녀와서 평화 이후에 남북의 미래에 대해 소셜벤처, 혁신기업, IT·모빌리티 생태계에 있는 분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쏘카는 최근 몇 년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4년 1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65억 원, 2016년 222억 원, 2017년 23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325.73%에 달한다. 이 대표의 방북이 쏘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스타트업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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