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항공권을 직접 구입하는 시대다. 가격비교사이트 덕분에 침대에 누워서도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 세계 항공권 가격을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같은 날, 같은 목적지의 항공권도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항공권, 어디서 어떻게 사야 쌀까?
무작정 두드리기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얻을 수 있다. 항공권 싸게 사는 법을 공략하기에 앞서, 먼저 살펴볼 것은 가격비교 웹사이트나 앱의 구조다. 여러 가격비교 웹사이트나 앱들은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크게 직접발권 방식과 간접연결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스카이스캐너(Skyscanner)와 카약(KAYAK), 네이버항공권, 티몬 등은 메타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간접 연결방식을 취한다. 메타서치 서비스는 직접 항공권을 발권하지는 않고 각 항공사나 여행사의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주는 플랫폼이다. 고객이 항공권을 선택하면 각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메타서치 서비스는 아니지만 특가를 알려주는 플레이윙즈라는 앱도 있다. 플레이윙즈는 주로 특정 항공사와의 프로모션을 통해 특가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면 항공사 사이트로 바로 연결해 발권하도록 한다. 장기적으로 자체 시스템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저비용항공사와 제휴가 많이 되어 있다.
반면 익스피디아(Expedia)나 플라이트그래프(FltGraph), 인터파크항공(INTERPARK) 등은 직접 항공권을 발권해준다. 가격비교 플랫폼이 아닌 항공권을 발권하는 OTA(Online Travel Agency)인 것. 메타서치 플랫폼과 OTA는 검색엔진과 검색방법 자체가 다르기에 같은 시간 같은 노선이라도 가격이나 규정, 조건이 다른 항공권이 검색될 수 있다.
스카이스캐너가 여러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이라면 익스피디아는 직접 제품을 진열해 놓고 파는 마트다. 백화점은 브랜드로부터 임대료만 받을 뿐 각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나 판매방식에 관여할 수 없지만 마트 주인은 어느 정도는 가격이나 마진에 관여하고 타임세일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다구간 항공권을 직접 핸들링하는 플라이트그래프의 경우 타 가격비교 앱보다 경쟁력 있는 항공권의 정보가 많은 데다 일명 똑딱 노선(한 목적지 왕복 구간) 위주인 메타서치에 맞지 않는 다구간 노선에 강점이 있어 굳이 메타서치 서비스에 등록하지 않았다.
소비자는 메타서치 서비스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항공사나 여행사의 상품을 볼 수 없다. 플라이트그래프의 항공 가격은 스카이스캐너나 네이버항공권에서 검색할 수 없고 플라이트그래프에 직접 들어가야 검색이 가능하다. 즉, A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B 브랜드를 A 백화점에서는 살 수 없고 직영매장에 가서 사야 하는 식이다. 여느 메타서치 가격비교 앱에서 플라이트그래프를 흔히 볼 수 없는 이유다.
장거리 노선이냐 단거리 노선이냐에 따라서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은 달라진다. 대형항공사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항공사들끼리 코드셰어(타사의 항공좌석을 서로 공유)를 한다. 또 경유지에서 중간 구간 항공좌석을 소진하기도 하므로 항공 좌석을 차곡차곡 채우는 경향이 있다. 웬만해서는 임박해서 땡처리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또 오래 전부터 얼리버드특가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에 갑자기 좌석이 싸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유럽이나 미주 등의 장거리 노선은 대략 11개월 전부터 팔기 시작해 9개월 전부터 특가가 나오기 시작하니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구매해야 저렴하게 살 확률이 높다.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장거리 노선은 평균 171일 전에 가장 저렴하게 팔렸다. 스카이스캐너는 2년간의 소비자 항공권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130일 전에 구매하는 항공권이 평균 8% 저렴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의 단거리노선의 경우는 땡처리 항공권이 나올 가능성이 늘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많아지면서 저비용항공사 자체 물량도 많고 대형항공사와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그렇다. 성수기를 살짝 비껴난 시기와 비수기, 명절연휴 전후, 계절적 상황에 따라 저렴한 항공권이 곧잘 나온다. 단거리 노선은 보통 6개월 전부터 최저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석 달 전쯤 특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출발날짜가 임박해서는 여행사에서 패키지용 단체석으로 사놓았다가 남은 좌석이 땡처리용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것도 장거리 노선이나 성수기에는 흔치 않지만 여행갈 날짜가 비수기 평일의 단거리 노선라면 땡처리를 기다려 볼 필요도 있다. 저비용항공사 앱이나 땡처리 앱에 프로모션 알림 신청 서비스를 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거리든 단거리든 날짜가 어느 정도 정해진 후라면 성수기의 항공권 구매는 저렴한 좌석이 발견되는 즉시 확보하는 것이 좋다. 항공사는 초기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좌석을 어느 정도 채운다. 시간이 갈수록 가격을 올려 비싼 좌석만 남게 되므로 얼리버드의 항공료 일부를 레이트버드가 부담한다고 볼 수도 있다. 얼리버드특가는 보통 두 계절을 앞서간다. 여름에 겨울특가가 나오고 겨울에 여름특가가 나온다. 그러니 빨리 결정한 새가 저렴한 항공권을 잡는다.
목적지별로 명절 성수기가 있고 휴가 성수기가 따로 있으니 이점도 잘 살펴야 한다. 7~8월 휴가철에는 의외로 동남아 노선에 여유가 있고 12~2월의 겨울방학 기간에는 유럽노선이 비인기니 이때를 노려봐도 좋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날짜를 정한 후 일정을 짜지 말고, 항공권이 저렴한 날짜를 기준으로 여행일정을 맞춰 봐도 좋다. 항공사와 경유지도 눈여겨보자. 목적지는 같아도 항공사나 경유지에 따라 항공권의 가격이 확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경유 항공권이라도 서울-런던 구간을 홍콩을 경유해 영국항공으로 갈 것인지, 일본항공을 이용해 도쿄를 경유해 갈 것인지에 따라 같은 날이라도 가격이 달라진다. 항공에 따라 단거리 구간을 덤으로 받을 수도 있다. 도쿄를 경유하는 서울-런던 노선의 경우, 갈 때는 도쿄를 경유하지만 올 때는 서울을 경유할 수도 있어, 서울에 장기 스톱오버(24시간 이상 경유지 체류)를 3개월간 신청하면 서울-런던을 왕복한 후, 3개월 뒤에 도쿄까지 가는 공짜티켓을 이용할 수 있다. 도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편도 항공권만 구매하면 된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낭설도 많다. PC와 모바일에서 반복적으로 검색한 항공편이나 오래 머문 사이트의 쿠키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구매확률이 높은 고객으로 인식해 높은 항공요금이 자동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사실처럼 떠돌지만 이는 ‘카더라’ 통신이다.
카더라 통신 중에는 금요일이나 일요일에 발권하면 더 싸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한국 사정과는 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일단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발권이 예약과 함께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아니고 사람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 발권이 어렵다. 주말에 발권을 못하니 금요일에 발권을 몰아서 하므로 더 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역시 근거가 없다. 하지만 토요일 출발 항공권이 가장 비싸고 화요일 출발 항공권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서치를 하다보면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항공 전문가에 따르면 월이 바뀌는 때와 분기가 바뀌는 1, 4, 7, 10월에 항공사가 항공권의 가격을 일괄 조정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있다. 하지만 쌌던 티켓이 더 비싸게 바뀔 수도 있으니 꼭 저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싼 티켓을 찾았다면 가능하면 월이 바뀌기 전에 발권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운임을 좌우하기도 하는 유류할증료 역시 월단위로 바뀌니 유가 변동 추이는 물론 외항사일 경우 환율 변동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항공권 할인이벤트가 대개 화, 수요일에 몰려 있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이것은 각 여행사나 항공사의 프로모션 일정에 좌우된다. 여행사마다 할인되는 신용카드를 잘 활용하면 3~5% 캐시백이나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도 있다.
추석연휴가 코앞이지만 아직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는 있다. 물론 연휴가 시작되는 22일은 어느 노선이나 비싸지만 연휴가 하루 이틀 지난 24일이나 25일에는 저렴한 항공권도 꽤 남아있다. 27일과 28일 연차를 활용해 연휴를 즐길 예정이라면 25일 출발하는 저렴한 항공권으로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로 휴가를 떠나기 좋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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