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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둘러싸고 정부 vs 서울시 '다른 해법'

정부 "집값 잡으려면 그린벨트 활용 필요" vs 서울시 "유휴지부터 활용"

2018.09.18(Tue) 15:57:14

[비즈한국]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등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그린벨트 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해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제 반대 입장이다. 오는 21일 주택공급 계획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협의에 난항을 겪는 만큼 반쪽짜리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다시 그린벨트 해제가 입길에 오른 배경은 ‘백약이 무효’​였던 서울 집값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세금, 대출, 거래 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수요를 충족할 공급 대책이 빠진 규제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는 유효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 정부 “집값 잡기 위해 그린벨트 활용 필요

 

정부는 지난 13일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내 교통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공택지 30곳, 30만 가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30만 가구는 분당 신도시 10만 가구의 3배 규모다. 경우에 따라 ‘작은 신도시’급의 주택 단지가 들어 설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13일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 대책으로 수도권 내 교통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공택지 30곳, 30만 가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공 택지는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통해 개발하는 주택 용지다. 규모도 크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수도권 공공 택지에 지어진 아파트는 55%에 달한다. 문제는 어떤 곳에 얼마나 짓느냐다. 특히 이제는 수도권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건설할 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재 추산되는 남은 택지는 20㎢ 정도. 서울과 거리가 먼 수도권 외곽에 아파트를 짓는 경우 서울 집값 폭등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 해제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당 역시 이 대안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그린벨트는 19개 구에 총 149.13㎢ 규모. 서울 면적의 25%다. 서초구(23.88㎢), 강서구(18.91㎢), 노원구(15.90㎢),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0㎢) 순이다. 서울 도심에 위치해 수도권 외곽 지역보다 교통 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도 충족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활용을 검토 중이다. 그린벨트 평가등급은 1~5등급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환경적 가치가 낮은 3~5등급지가 해제 대상이다. 한 여당 측 관계자는 “정부가 검토 중인 일부 그린벨트 지역은 훼손돼 녹지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나 이미 비닐하우스촌으로 활용되는 곳”이라며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특정 지역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시장에 ‘서울 도심에 집을 살 기회가 또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집값 폭등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선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국가계획과 관련해 국토부 장관이 지역과 면적에 따라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혹시라도 불거질 수 있는 갈등과 책임론 등을 고려하면 실행 가능성은 없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가 원만하게 합의하는 방향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인 셈이다.

 

서울시는 현재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 정부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가장 마지막에 쓸 카드로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명 ‘로또 아파트’ 논란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 개발 이슈로 묶여 땅값 상승이나 인근 지역 투기 수요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다. 이 경우 집값 급등세를 안정하려 도입하는 정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정부가 강남권 그린벨트를 헐어 주변 시세 반값으로 분양한 ‘보금자리 주택’은 결과적으로 입주자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차익만 챙겨줬다는 비판이 현재까지도 나온다. 최근엔 인터넷 부동산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선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개발 호재’라며 일부 부지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다시는 녹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도 서울시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대체 부지를 제안한다. 서울 시내 유휴지를 개발해 장기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게 구체적인 내용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가락동의 옛 성동구치소 부지와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성동구치소 부지는 총 8만 3777㎡로 강남권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다. 축구장 12개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SH공사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용산역 철도정비창은 규모가 더 크다. 전체 57만㎡ 규모로 인근 서울역 북부역세권(5만 5535㎡)을 포함하면 60만㎡ 이상을 쓸 수 있다. 지난해 말 ‘정비창 전면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정비계획수립·구역지정안’도 통과됐다. 최고 높이 100m(30층 이하)의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성동구치소 부지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지역 주민들은 기피시설을 오랫동안 수용해온 만큼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원하고 있다. 용산역 정비창은 개발이 안갯속이다. 지난 7월 박원순 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면서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서울시 제공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이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고, 지난 17일엔 청와대에서 만나 개발제한구역과 도심 유휴지 관련 내용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양측은 극명한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여당 측 관계자는 “정부는 명절 전까지 공급 계획을 내놓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고, 서울시는 완고하다. 다만 합의를 위해 양측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리는 좁혀지지 않지만 시간은 촉박하다. 정부가 9·13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그린벨트 해제, 도심 유휴지 활용 등 주택공급방안은 오는 21일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8일 오전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한다. 이에 따라 이번 주택공급방안은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제외될 수도, 포함될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추후 협의를 거쳐 2차, 3차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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