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9월 14일은 대한민국 해군 역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최초의 자체설계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의 진수식이 거행되었기 때문이다.
도산안창호함의 진수는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용 잠수함인 SS-061 장보고함이 취역한 이후 한국 해군 잠수함사령부의 가장 큰 경사라고 할 수 있는데, 안창호함의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는 최초로 국내 주도로 설계와 건조가 이루어진 전투용 잠수함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네 종류 이상의 다양한 잠수함을 건조했는데, 현재 주력 잠수함인 장보고급 잠수함과 손원일급 잠수함은 독일 HDW사의 Type 209 디자인과 Type 214 디자인을 기술도입하여 자체 건조한 것이다. 국내에서 건조하고 국내 기술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잠수함 선체 디자인을 큰 틀 안에서 미리 정해놓았다. 과거에 퇴역한 돌고래급 잠수함은 국내 기술로 설계하고 건조했지만 잠수함을 추적하거나 전투함을 공격하는 임무보다는 특수부대원을 수송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둔 소형 잠수함이다.
하지만 도산안창호함은 유체 선형설계부터 내부 공간 배치는 물론 내부 장비의 성능과 기능 등 모든 부분에서 우리 해군의 요구사항과 국내 연구결과에 맞춰 배치되었다. 잠수함의 외형, 즉 선체 외형은 잠수함의 속도와 기동성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수중 소음의 특성과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전투체계와 소나를 탑재하여 새로운 무기를 간편히 장착하고 업그레이드도 쉽다. 해외에서 수입한 장비들도 우리의 성능 요구와 가격 기준에 맞추어 자유롭게 구매하여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국산 전투용 잠수함이라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두 번째로는 잠수함의 기본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도산안창호함은 배수량이 약 3700톤으로, 현재 해군 잠수함사령부의 주력 잠수함인 214급 잠수함의 두 배 정도다. 큰 크기에 맞게 도산안창호함은 잠수함으로서의 기본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수중 잠항 시간이 길어졌다. 원자력 잠수함과 달리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은 연속 수중운용에 큰 제약이 따른다. 209급 잠수함은 불과 며칠만 수중 잠수가 가능하고, 214급 잠수함은 2주 정도 수중 연속 잠항이 가능하지만, 도산안창호함은 발전된 수중 추진기관인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를 장착하여 2주보다 더욱 더 오래 잠수할 수 있다.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를 활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 전지(Fuel Cell) 덕분인데, 안창호함은 214급에 비해서 더욱 출력이 향상된 연료전지와 배터리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잠수함의 핵심 센서인 음파 탐지기, 소나(Sonar)도 214급에 비해서 크게 향상되었다. 큰 선체를 활용하여 소나의 크기를 늘려 민감도를 늘렸을 뿐만 아니라, 적의 소리를 듣는 데 방해가 되는 잠수함 자체 소음을 줄이는 여러 가지 장비도 더 많이 탑재했다. 안창호함보다 2배 이상 큰 원자력 잠수함보다는 부족하지만, 디젤 잠수함 중에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능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중요한 점은 잠수함의 화력이 크게 증강되었다는 것이다.
1200톤 크기인 장보고급 잠수함은 어뢰와 대함 미사일을 모두 14발 탑재 가능하고, 1700톤 크기의 손원일급 잠수함은 16발의 어뢰와 대함 미사일, 해성-3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으나, 안창호급 잠수함은 어뢰와 미사일 탑재량이 더욱 늘어나 1회 임무에서 더 많은 공격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어뢰발사관과 별개로 추가된 6문의 VLS(Vertical Launching System)는 재래식 잠수함에는 그리 자주 장착되지 않는 무장 발사 장비이다. 어뢰 발사관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유도탄을 수중에서 발사한다. 신속하게 여러 발의 미사일을 지상의 군사기지나 적 전투함을 향해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안창호함은 이 VLS에 SLBM, 즉 잠수함 발사 탄도탄(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장착할 예정이다. 안창호함에 SLBM이 장착되면 표적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느리지만 먼 거리의 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순항미사일과, 빠르고 요격이 어려운 탄도미사일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 214급보다 지상 공격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각별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도산안창호함은 수치상으로는 세계 정상급의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이지만, 여러 가지로 특이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지적은 디젤 잠수함으로서는 너무 크고 비싸다는 점이다. 도산안창호함을 포함한 3척의 잠수함 건조 프로그램인 ‘장보고-3 Batch1’의 경우 3조 3300억 원의 예산이 2023년까지 투입되고, 안창호함 1척의 가격은 1조 원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인 호주의 바라쿠다(Shortfin Barracuda Block 1A)의 3분의 1 가격이지만 한국 해군의 214급 잠수함의 가격인 척당 5000억 원보다 두 배나 비싸다. 원자력 잠수함보다는 싸지만, 원자력 잠수함은 안창호함보다 수중 연속 잠항 능력이 몇 배나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 대비 효율면에서는 원자력 잠수함이 차라리 낫다는 비판이 많다.
두 번째 지적은 수직발사관을 탑재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전 세계의 SLBM 미사일은 모두 핵 미사일이며 모두 핵잠수함에서 운용한다. 중국의 청급 잠수함(Type032)이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이면서 SLBM을 운용하지만, 이 잠수함은 전투용이 아닌 무기 테스트용으로 사용된다.
현재 개발 중인 SLBM은 안창호함의 크기와 한미 미사일지침 등으로 사거리가 500km에서 800km에 불과하여 순항미사일보다 공격거리가 짧다. 무엇보다 핵탄두가 아닌 이상 전투력이 극히 제한된다. 핵무기의 경우 6발의 SLBM이라면 이는 곧 적국의 대도시 6곳을 괴멸할 수 있지만, 통상 재래식 탄두를 가진 탄도탄 6발은 전투기 1기의 폭탄 투하량과 별로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기습 효과는 좋지만, 이렇게 적은 폭탄으로는 전략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안창호함과 SLBM에 들이는 돈으로 육군의 미사일이나 공군의 전투기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비판도 나름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세 번째 지적은 동급 함선에 비해 보수적인 설계를 했다는 의견이다. 앞서 잠시 언급한 호주의 Shortfin Barracuda Block 1A의 경우 최신형 원자력 잠수함과 완전히 동등한 소나와 전투체계를 탑재한다. 적어도 적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능력은 원자력 잠수함과 동등한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잠수함 대국 일본의 최신형 잠수함인 소류(Soryu)급 잠수함의 경우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리튬이온(Li-S)전지를 채용하여 수중 고속 추진능력과 지속 순항능력을 크게 높일 예정이다. 안창호함 역시 리튬이온전지 탑재를 고민하다가 먼저 3척은 납 축전지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X자형 잠항타, 컨포멀 어레이 소나 등 잠수함을 위한 최신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안창호함의 핵심 기술은 손원일급 잠수함과 큰 격차가 없다. 전투기로 치면 5세대 전투기인 F-35와 4세대 전투기인 F-16 사이에 낀 KF-X 보라매 전투기 같은 ‘낀 세대 잠수함’인 것이다.
안창호함에 대한 이런 비판은 상당히 근거가 있지만, 안창호함의 전략적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또 안창호함은 미래 기술발전에 대응하여 성능을 개량할 여지가 크다.
가령 안창호함에 장착되지 못한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무게 중심 문제로 기존의 납 배터리를 대신하여 장착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의 Naval group 등에서 잠수함의 선체에 리튬이온전지 모듈을 달 수 있는 모듈형 전지를 연구 중이다. 미래에 한국산 잠수함용 리튬이온전지가 개발되면 안창호함도 현재 장착된 연료전지 AIP 모듈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리튬이온전지를 장착하는 업그레이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잠수함을 운용하다가 선체를 절단하고 추가적인 장비를 집어넣는 개조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안창호함에 탑재된 수직발사관과 탄도탄도 향후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치명성을 늘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탄도탄은 고정된 지상 표적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새로운 탄두를 개발하여 안창호함의 탄도탄에 장착하면 그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가령 미사일 요격을 위해 한국이 개발 중인 L-SAM 대공 미사일은 초고열에 견디는 적외선 탐색기로 탄도탄을 추적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을 탄도탄에 적용하면 마하 5 내외의 초고속으로 움직이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적함을 추적하는 일명 대함 탄도탄(ASBM)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안창호함이 대함 탄도탄으로 무장할 경우 전투함에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보다 훨씬 요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창호함이 대함 공격 임무를 주로 맡는 대신 아군 수상함이 더 많은 대 지상 공격무장을 탑재하는 식으로 서로 팀워크를 발휘할 수도 있다.
탄도탄의 지상공격 능력도 안창호함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운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잠수함 발사 탄도탄은 적진의 대공 방어선 반대편에서 기습적으로 최단 시간 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이 점을 살려 안창호함에 싣는 탄도탄에 레이더 전파를 탐지하거나 원격 조종이 가능한 드론을 싣고, 이를 발사해서 아군의 공습 전 적의 대공 미사일 레이더나 발사대를 파괴하는 임무에 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텔스 전투기보다 더욱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작은 무인 드론이나 다름없는 LOCAAS 소형 순항유도탄을 ATACMS 탄도탄에 탑재하여 시험한 바 있다.
거기다가 현재 연구 중인 최신 기술인 ‘전자식 수직발사대’ 기술을 안창호함의 수직발사관에 적용할 경우 안창호함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무기를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수직발사관은 유도탄을 발사할 때 보통 화약의 폭발력을 사용해 유도탄을 발사대 밖으로 사출하는데, 한화와 국방과학기술연구소는 화약 대신 자기와 전력을 사용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안창호함의 수직발사대가 미래에 전자식 수직발사대로 개조될 경우, 탄도탄뿐만 아니라 경어뢰, 잠대함 유도탄, 잠대지 순항 유도탄, 혹은 무인 수중로봇이나 특수부대용 소형 잠수함도 사출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으니, 아무 무기나 장비를 발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독자설계 전투용 잠수함인 안창호함은 그 이름만큼이나 혁신과 개혁, 그리고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짊어지고 태어난 막중한 임무를 지닌 배이다. 안창호함이 우리 바다에서 직접적인 위협은 물론 잠재적 위협에도 훌륭히 대처할 수 있는 우리 해군의 가장 깊숙히 숨겨진 비수가 되길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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