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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

수출 계속 호조, 미국 제조업지수 상승세 등 향후 수출 전망도 좋아

2018.09.17(Mon) 09:55:29

[비즈한국] 최근 일부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2017년 2분기에 이미 ‘경기정점’을 경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여기서 ‘경기정점’이란, 경기가 상승과 하락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록하는 각 순환의 ‘고점’을 의미한다. 경기가 고점을 친 다음에는 본격적인 ‘수축국면’이 발생하며, 경기 여건의 악화에 대응해 경기 부양정책이 시행되며 경기의 ‘바닥’이 도래한다. 다시 말해, 이미 ‘경기정점’을 쳤다는 것은 앞으로 상당 기간 경기가 나빠질 것이니 정책당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최근 일부 경제연구소에서 한국 경제가 2017년 2분기에 이미 ‘경기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과 달리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인다. 부산항에 가득 쌓여 있는 수출되는 컨테이너들. 사진=연합뉴스

 

먼저 통계청에서 매월 말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의 흐름만 보면, 경기의 하강흐름이 뚜렷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기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 중이며,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데 활용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2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2018년 7월과 8월 한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2%와 8.7% 늘어날 정도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러 경제지표 중에서 ‘수출’은 가장 신속하게 발표될 뿐만 아니라, 경기선행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흐름이 많이 어긋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2014년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을 때 경기선행지수는 상승했으며, 반대로 2016년 수출 회복 국면에 경기선행지수는 하락한 바 있다. 

 

한국 수출과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자료=통계청·관세청​

 

한국 경제는 ‘수출주도’의 성장이 이뤄지는 나라이다 보니, 수출이 회복될 때 경기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 후반으로 추정)을 넘어서는 데에는 수출의 회복이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결국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은 최근 한국 경제의 상황과 조금 엇나간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수출이 앞으로 하락하면 ‘경기선행지수’의 최근 흐름이 경기를 미리 예측한 것으로 판별 날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이 가능성이 현재로는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국 수출의 가장 핵심적인 선행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최근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400대 제조업체의 구매담당자들에게 “지난달에 비해 생산이나 고용 그리고 신규 주문 등 다양한 부문이 더 나아졌는지 아니면 더 나빠졌는지”를 질문한 결과를 집계한 지표다. 

 

즉 절반의 응답자들이 “지난달보다 나아졌다”고 답변하면 ISM 제조업지수는 50을 기록하며, 반대로 “지난달보다 나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을 밑돌면 ISM 제조업지수도 50을 하회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 수출은 ISM 제조업지수가 50을 상회할 때 감소한 사례를 찾을 수 없으며, 반대로, 50을 하회할 때 한국 수출이 호황을 누린 적도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수출과 경제 성장률의 관계. 자료=한국은행​

 

한국 수출과 미국 ISM 제조업지수의 관계. 자료=한국 관세청·ISM​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공급사슬망의 ‘채찍효과’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P&G’의 아기 기저귀 물류 담당 임원은 수요 변동을 분석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기 기저귀라는 상품의 특성상 소비자 수요는 늘 일정한데 소매점 및 도매점 주문 수요는 들쑥날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문 변동폭은 ‘최종 소비자-소매점-도매점-제조업체-원자재 공급업체’로 이어지는 공급사슬망에서 최종 소비자로부터 멀어질수록 더 증가하였다.  공급사슬망에서 이러한 수요 변동폭이 확대되는 현상을 공급사슬망의 ‘채찍효과’라 한다. 채찍을 휘두를 때 손잡이 부분을 작게 흔들어도 이 파동이 끝 쪽으로 갈수록 더 커지는 현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채찍효과의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소매판매의 미세한 변동은 한국 수출에 아주 큰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거리의 장벽’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더라도, 한국 기업들은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산설비가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행 컨테이너선에 화물을 실어 보낼 경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8년 여름, 미국의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은 다음 한국 수출이 그해 연말에야 급감했던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 수출과 미국 소매판매의 관계. 자료=미국 상무부·한국 관세청​

 

물론 최근 격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혹은 ‘터키 외환시장 혼란’ 사태가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미래의 일이다. 현재까지는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2%대 후반)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경향신문(2018.9.12), “경기 빠른 하락 위험은 크지 않다”는 KDI…“회복 어렵다” “일시 둔화” 엇갈린 전문가들”

**장영재, ‘경영학 콘서트(비즈니스북스, 2010)’, 264쪽.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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