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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직판 진검승부' 참좋은여행 이상호 vs 노랑풍선 김인중

개별자유여행 시대에 '고객과의 소통' 앞세우는 직판여행 맞수

2018.09.14(Fri) 14:29:42

[비즈한국] 해외여행객 3000만 시대다. 지난해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갔고, 올해는 5명 중 3명이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1300만 명 수준이던 해외여행객 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내리막을 걷는 경기지표와 관계없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 사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여행사들이 중견 여행사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국내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로 꼽히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1987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인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설립되어 여행시장을 선점했다. 그 뒤로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등의 중견 여행사가 직판여행을 내세우며 등장해 약진을 이어가고 있다.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은 직판여행을 표방하며 중견 여행사로 성장했다.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이사(왼쪽)와 김인중 노랑풍선 대표이사. 사진=각 사 제공

 

언뜻 보면 양 사 모두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와 같은 패키지 여행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홀세일 방식의 하나·모두와 달리 이들은 직판여행을 내세운다. ​

 

직판이란 대리점 등의 중간 판매처를 통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B2C)을 말한다. 중간유통마진이 없어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에 고객의 니즈를 더 잘 파악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은 최근 몇 년간 TV와 라디오 광고, 홈쇼핑, PPL 등을 적극 활용했다. 고객에게 직접 브랜드를 어필한 덕에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 하지만 제 살 깎아먹기라는 홈쇼핑 대량판매와 개별자유여행객 증가로 인한 패키지 시장의 축소, ​글로벌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OTA)와의 경쟁 등 다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다. 과연 이들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 ‘미스터리 트레블러’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

 

참좋은여행은 1998년 아시아나항공 출신 윤대승 사장이 창업했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로 운영돼다 2008년 7월 삼천리자전거 계열사인 참좋은레져에 합병됐다. 참좋은레져의 전신이 (주)첼로스포츠였고 당시 첼로스포츠의 수장이 이상호 대표이사였다. 2015년까지 윤대승 사장과 이상호 대표이사가 참좋은레저의 공동대표를 맡다가 윤대승 사장이 모기업인 삼천리자전거의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016년부터 ​이상호 대표이사 단독체제가 됐다. 여행 부문의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자 참좋은레져는 지난 2017년 9월 1일에 참좋은여행(여행 부문)과 참좋은레져(자전거 부문)로 물적분할했다.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이사(59)는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천리자전거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착실히 승진을 거듭해 관리본부장으로 승진했고 2007년 (주)첼로스포츠​ 대표이사에 올랐다. 참좋은여행을 합병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고 있으니 올해로 11년째다. 그가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참좋은여행은 매출액이 꾸준히 늘었고 브랜드 인지도 역시 상승했다. 

 

매년 두 차례 ‘미스터리 투어’를 통해 자사의 패키지 상품을 체크해 고객과 소통하는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 2018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 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사진=참좋은여행 제공

 

참좋은여행​은 올 상반기 32만 3000명의 패키지 여행객을 송출했고 3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매출이 352억 원, 2016년 430억, 2017년 565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6년 93억 원에서 2017년 148억 원으로 뛰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치다. 내실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중간유통비 없는 직판구조와 표준화된 업무 절차, 체계적인 원가 관리 등의 결과라는 게 참좋은여행 측의 설명이다.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650억 원, 영업이익은 30%대로 전망한다. 

 

물론 그간 성장만 한 것은 아니다. 해외 출국자 수가 정체됐던 2010~2012년에는 여행사끼리 경쟁이 치열한 데다 참좋은여행의 브랜드 인지도도 낮아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상호 대표는 2013년부터 당시 업계에서 흔치 않던 TV 광고를 하며 적극적으로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직판여행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자구책이었다. TV 광고​ 이후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 장거리 노선 중심의 여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직판여행을 표방하는 참좋은여행의 가장 중요한 브랜드 가치는 고객과의 소통이라 말한다. 직접 다양한 소통방식을 실험한다. 본인의 신분을 숨기고 일반 여행객으로 가장해 패키지여행에 합류하는 ‘미스터리 투어’​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니즈와 불만을 살펴보고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는 ‘미스터리 투어’는 지금도 매년 두 차례씩 다닌다고 한다. 

 

또 상품 기획자가 여행 전과 여행 중, 여행 후 직접 3번의 해피콜을 진행해 고객의 불만과 만족, 아이디어 등을 듣고 상품에 반영하도록 한다. 한두 도시만 다니는 패키지 상품인 ‘라르고’, 자유시간이 많은 ‘패키지 속 자유’ 같은 고객 만족도 높은 상품도 이런 고객과의 소통에서 탄생했다. 

 

참좋은여행은 기본 타깃​인 50~60대 여성에 각 연령대의 니즈를 더해 세분화한 상품을 개발하고 패키지 상품의 차별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 결과 올해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으로 조사한 ‘종합여행사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개별여행과 패키지여행 부문 모두에서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 코스닥 상장 재도전, 김인중 노랑풍선 ​대표

 

노랑풍선은 처남, 매부 사이인 고재경, 최명일 회장이 2001년 3월 설립한 (주)출발드림투어로 시작했다. 이후 2003년 11월 (주)노랑풍선으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설립 첫해 2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7년 838억 원까지 늘었다. ​송출객 수도 ​전체 송출객 대비 2012년 2.2% 27만 명에서 2017년 5.6% 145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마진을 줄인 박리다매의 영업 전략 덕분이었다. 노랑풍선은 설립 초기부터 얼마 전까지 “거품 없는 직판여행 NO.1”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저가 패키지 여행사로 이름을 알렸다. 

 

노랑풍선은 올 1월 고재경, 최명일 회장이 공동대표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김인중 대표이사 ​단독 ​체제가 되었다. 김인중 신임 대표이사 사장(54)은 1989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15년까지 상무로 재직한 항공통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USC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김 대표는 2016년 대한항공을 퇴사하고 노랑풍선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여행사에 자리를 틀었고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노랑풍선은 올 9월 창립 17주년을 맞이했다.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인중 노랑풍선 대표. 사진=노랑풍선 제공

 

노랑풍선은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매출을 키웠다. ​2012년 228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5년 486억, 2017년 83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채비율 역시 높다. 동종업계에서도 높은 편이다. ​​높은 마케팅 비용 지출로 인해 지난 5년 평균 영업이익은 매출의 10% 미만이었다. 2014년에는 386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7억 원이 적자가 났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 내부 회계시스템 미비로 좌절됐다.

 

창립자 고재경, 최명일 회장​은 “​급변하는 여행업계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김인중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저가 패키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신규사업을 개발해 글로벌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김인중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

 

올해 창립 17주년을 맞는 노랑풍선의 미래전략은 ‘서비스 혁신을 통한 제2의 도약’이다. ​김 대표는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주)서울투어버스여행의 인수는 노랑풍선 제2의 도약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이 될 것이며 향후 관광청, 항공사 등 다양한 협력채널을 구축해 글로벌 여행 기업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9월 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또 익스피디아와 씨드립 등의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와 경쟁하기 위해 OTA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패키지 상품뿐 아니라 항공, 호텔, 액티비티라는 개별 품목의 예약시스템 환경을 구축해 개별여행객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연내에 일본에 현지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일본 여행객을 한국으로 보내는 인바운드 해외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패키지 시장도 소홀할 수 없다. 가이드 품질관리와 여행 중 해피콜 시행, 현지행사 보고 등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여행품질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발맞추어 CI 개편을 단행했다. 슬로건도 “여행을 가볍게”로 바꾸었다. ​창립 이래 처음이다. ​획일적인 패키지 상품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상품 개발만이 개별자유여행객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본 것이다. ​

 

코스닥 상장도 재추진한다. 노랑풍선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보장하여 자금력과 우수인재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여행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었던 내부 회계관리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지난 9월 5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 통제시스템을 정비하고 경영시스템이 원칙적으로 운영되는 로드맵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그의 진가가 발휘될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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