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을 정기국회를 앞두고 케이(K)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이을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 처리 결과가 변수지만 새 사업자 후보 기업들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더욱 바쁜 움직임이다.
세간에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은 적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포부를 밝힌 곳은 아직까지 없다. 지난 8월 법안 처리가 난항을 겪다 결국 무산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를 낙관하기가 어려워서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사업성 검토에 나섰지만 실제 추진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문재인 대통령 ‘금융 규제혁신 1호’ 안건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이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막고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9월 14일과 20일 열리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법안 통과와 별개로 9~10월 사이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거쳐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승인하는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방안을 검토한 뒤, 올해 안에 설립을 희망하는 업체의 신청을 받는 게 목표다.
# 통신사, 은행 중심으로 하마평 무성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때 까지 넘어야할 산은 적지 않지만, 도전장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은 적잖다. 우선 1차 인가에 참여했다가 기회를 얻지 못한 인터파크와 SK텔레콤 등이 가장 유력하다. 인터파크는 지난 2015년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주도했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밀렸다. 인터파크는 1차 인가 발표 직후에도 재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언급되기 이전인 2001년 안랩 등과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였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결국 중도 포기했다. 이후 지난 2016년에는 하나금융그룹과 핀테크 기업 ‘핀크’를 설립하는 등 끈은 놓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관심을 받는다. 인터파크나 SK텔레콤과 비교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지만, 경쟁사 KT가 이미 케이뱅크 주주인데다, SK텔레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홀로 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통신사는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IT기업 중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자극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거론된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ICT기업들과 제휴 사업을 진행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에 관심을 보여왔다. 농협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지주 중 유일하게 총수가 지정되지 않아 은산분리 완화 정책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케이뱅크 지분 10%를 갖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에선 키움증권이 거론된다. 2015년 1차 인가부터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전문증권사로 사업 연관성이 높고, 경험도 풍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 위탁매매 점유율 13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등 개인투자자가 많은 점도 경쟁력이다. 모회사 다우기술의 IT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도 꾸준한 유력 후보다. 네이버 역시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주도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지난해 1조 원 규모로 자사주를 맞교환하면서 강력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7월엔 디지털 금융사업 공동추진을 위해 업무협약도 맺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양측은 관련 논의를 부인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측 역시 “네이버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일본과 대만, 동남아 등에서 활용도가 높은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토대로 해외에서 금융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법안 통과 여전히 안갯속…인터넷은행 자체 노력도 필요
적지 않은 수의 업체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자본 확충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자체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출범 1년이 지난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전성 관리에 타격을 입었다. 적자는 물론 대출 만기(1년)가 돌아오면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으로 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올해 상반기 15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했지만 지분 보유 제한에 막혀 결국 300억 원을 증자하는 데 그쳤다. 연체율은 0.44%로 4대 시중은행(0.2~0.3%)보다 높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여야 입장차가 크다.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한 차례 법안 통과가 무산됐지만 여전히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산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 중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기업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인터넷전문은행 허가 요건 정도만 법안에 명시하고, 인허가권은 법 하위 개념인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대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였던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규제 완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완화 수준이나 새 기준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결정(법안 처리 등)이 나온 뒤에 고민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별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스스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서비스를 혁신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케이뱅크는 자신에게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카카오뱅크(카뱅)가 1조 원 증자에 성공한 점과 매우 대조적이다. 카뱅의 증자성공과 케이뱅크의 경영난은 은산분리 때문에 케이뱅크가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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