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6일 ‘바이오헬스·소프트웨어·지식재산 일자리창출 당정협의’에서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체감하는 정부의 경제 성과는 일자리”라며 “당정은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해 더욱 고삐를 당기겠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소득주도성장은 물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전략에도 그 중심에는 일자리가 있다”며 “당·정·청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혼연일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정·청이 혁신성장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일자리 악화와 빈부 격차 심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소득주도성장을 지키려는 목적이 크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이해찬 신임 민주당 대표가 “역점을 서로 간에 조금 달리하는 경향은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서로 상충하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정부와 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혁신성장과 관련한 예산 증가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썼다. 문재인 정부 첫 해였던 지난해 내놓은 중기예산계획(2017~2021년)을 보면 연구·개발(R&D) 예산은 매해 1000억 원 정도씩만 늘리는 것으로 잡았다. 때문에 2017년 19조 5000억 원인 R&D 예산이 2021년에야 20조 원이 되는 수준이었다. 연 평균 증가율은 0.7%에 불과해 전체 예산의 연 평균 증가율 5.6%의 8분의 1에 그쳤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은 연 평균 증가율이 9.8%로 R&D 예산 증가율의 14배나 됐다.
올해는 정부가 중기예산계획(2018~2022년)을 만들면서 R&D 예산을 늘리려 한 모습이 엿보인다. 내년에 R&D 예산을 20조 4000억 원으로 잡아 20조 원 돌파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3년 당겼다. 또 연 평균 증가율도 5.2%로 잡아서 혁신성장에 힘을 모으는 듯한 모습도 보여줬다.
이러한 증가율에도 R&D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예산의 연 평균 증가율이 7.3%를 기록하다 보니 전체 예산에서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올해 전체 예산(428조 8000억 원) 중 R&D 예산(19조 7000억 원)의 비중은 4.6%인데 반해 내년에는 그 비중이 4.3%로 감소하고, 2020년부터는 4.2%에 머물게 된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고용의 비중은 갈수록 커진다. 2018년 전체 예산 중 33.7%였던 보건·복지·고용의 비중은 2022년에는 37.8%까지 늘어난다. 경제계 일각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을 통해 이루고, 혁신성장은 면피성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자신의 표밭인 블루칼라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R&D 예산액을 삭감했지만 의회에서 대거 증액시킬 정도로 R&D 투자를 국가 경쟁력 확보의 기둥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566억 8400만 달러였던 R&D 예산을 올해 4.6% 삭감한 1494억 2900만 달러로 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하원 심의 과정에서 1641억 5600만 달러로 늘어났고, 상원 심의에서는 1687억 4300만 달러로 더 늘었다. 최종적으로는 지난해 예산보다 12.8%나 급증한 1768억1000만 달러로 결정됐다. 이는 ‘중국제조 2025’를 내세운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최대 수준의 R&D 투자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미국 의회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예산 증액을 결정한 것이다. 일본도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7%나 늘리는 등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R&D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복지 예산 비중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미래 먹을거리는 찾지 않으면서 곳간에 쌓인 것만 털어먹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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