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유상증자와 재무적투자자 유치 등에 나서며 코웨이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월 31일 웅진씽크빅은 1690억 5000만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11월까지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자의 목적은 코웨이 경영권 지분 인수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지분 중 약 27%를 인수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며 “코웨이 지분 인수가 진행될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및 유보현금, 투자자 유치, 인수금융, 외부자본 유치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코웨이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이 보유한 코웨이 지분은 27.17%. 7일 종가 9만 33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1조 8705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면 실제 매각가는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투자업계는 예상한다.
코웨이 인수에 나설 주체는 웅진그룹 지주회사 (주)웅진이 아닌 웅진씽크빅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씽크빅의 핵심 역량이 방문판매이고 과거에도 코웨이는 웅진씽크빅의 자회사였다”라며 “웅진씽크빅은 최근 저출산 문제로 성장 동력을 잃고 있으며 코웨이가 현금 흐름이 좋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코웨이 정수기는 대부분 직수형이다. 국내 정수기는 크게 저수조형과 직수형으로 나뉜다. 저수조형은 물탱크에 보관된 물에 강력한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걸러내는 방식으로 정수한다. 직수형은 저수조를 거치지 않고 나노필터 등을 통해 그 자리에서 이물질을 걸러낸다.
저수조형은 정수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수형에 비해 부피가 크고 위생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대부분 저수조형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직수형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직수형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서인지 LG전자, SK매직 등 대기업이 많이 진출했고 저수조형은 스타트업도 어렵지 않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최근 직수형이 대세인 만큼 웅진그룹 입장에서도 직수형을 사용하는 코웨이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웅진씽크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96억 원이다. 유상증자와 계열사 지원이 있어도 2조 원에는 훨씬 못 미친다. 웅진그룹은 스탁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재무적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금 부족 얘기가 나오지만 자금 조달은 거의 완료 단계”라며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고 전했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매각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설이 불거지자 MBK파트너스 측은 “웅진에 매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기업들은 보통 인수·합병(M&A)설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와 같은 반응을 내놓기에 MBK파트너스의 반응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초 1조 2000억 원에 코웨이를 인수했다. 코웨이를 2조 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매각하면 이익이긴 하지만 자문료 등의 비용을 감안했을 때 큰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지금 매각한다고 밝히면 코웨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매각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MBK파트너스의 수는 쉽게 판단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웅진그룹도 코웨이 인수 실패를 염두에 두는 듯하다. 웅진씽크빅 유상증자 결정 당시 웅진씽크빅은 “인수가 불가피하게 실행되지 않을 경우 렌털사업을 영위중인 중견업체의 경영권 지분 인수 혹은 소수 지분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렌털사업 외에 웅진의 사업과 유기적인 시너지를 낼 적합한 인수 대상을 물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웅진그룹은 올해 초 (주)웅진에 렌털사업부문을 신설하는 등 렌털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수기 렌털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해 코웨이를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던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에 성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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