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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역사공원화 확정, 기무사 땅 11곳 시민 품으로?

정부 추진 생활 SOC 사업에 적격…국방부 "부지 활용방안 아직 논의 안 돼"

2018.09.04(Tue) 17:28:59

[비즈한국] 해체된 국군기무사령부 부지에 ‘제2의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설 수 있을까. 개혁 대상에 오른 기무사가 최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축소 대체되면서, 그동안 기무사가 사용하던 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는 내년부터 9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새 체육·문화 시설 건립에 투자할 예정. 이 사업과 연계하면 비어 있는 기무사 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기무사가 위치했던 자리에 미술관이나 공원을 조성했거나 현재 추진 중인 사례도 있는 만큼, 지자체들 역시 국방부가 결단을 내리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지난 9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는 지난 1일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 정보부대의 고유 업무에만 집중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공식 창설했다. 기무사는 1991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단 지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안보지원사 조직은 기무사와 비교해 크게 축소됐다. 기존 기무사 장성 수를 9명에서 6명으로 줄이는 등 인력 4200명을 30% 감축한 2900여 명 수준으로 맞췄다. 기무사 3·5·7처도 보안·방첩 분야 2개 처만 남기고 모두 해체했다. 예하부대도 기무사 시절 50여 개에 달했지만 안보지원사는 30여 개로 줄었다. 사단급 지원부대 20여 개도 해체하고 군단급 이상 지원부대와 통합했다. 전국 광역시·도에 설치된 ‘60단위’ 부대와 연대급 부대에 있던 지역 기무부대도 모두 해체됐다. 

 

# 기무사 부지 절반이 운동장

 

국방부와 전국 지자체, 국방권익연구소 등에 따르면 기무사 당시 전국 60단위 기무부대는 총 11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과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에 설치돼 있던 기무부대 4곳은 일선 부대가 아닌 도심이나 도심 주변지역에 별도로 위치해 있다. 군사기지로 지정돼 있는 만큼 각 부지의 정확한 면적은 확인이 어렵지만 11곳의 총 면적은 약 33만 578㎡(약 10만 평), 별도 주둔지 4곳의 면적은 약 10만㎡(약 3만 평)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60단위 기무부대. 그래픽=이세윤 PD

 

그동안 군 안팎에선 기무부대가 불필요하게 많은 토지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전북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 내부에 위치한 608기무부대의 경우, 면적이 약 2만 9110㎡에 달하지만 부대 인원은 하사 이상 간부를 포함해 약 60명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사용 면적이 991㎡(약 300평)에 달하는 셈이다. 

 

2층 높이 근무동을 제외하면 부지의 절반 이상은 축구장과 테니스장이 차지한다. 608기무부대장이 머물던 관사는 부대 인근에 별도로 위치해 있다. 면적은 약 2940㎡(890평)이다.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는 199만여㎡ 부지에 3만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특화생태도시’​로 개발 중이다. 전주시가 2005년부터 개발에 착수했고 2020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무사 부지(빨간색)와 관사는 에코시티 개발 지구 내부에 위치해 있지만 군사시설로 지정돼 개발 사업에서 제외됐다.  사진=다음 지도 항공사진

 

서울과 창원 등에 위치한 다른 60단위 부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창원에 위치한 기무부대(창원 해양공사로 지칭)의 토지 면적은 4만 672㎡ 이다. 본청과 관사, 아파트가 1동씩 설치돼 있으며 역시 전체 토지 절반 이상이 운동장으로 사용됐다. 기무부대가 군사목적으로 설치 됐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부대 규모와 수행하는 임무에 비해 과도하게 넓은 토지를 사용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국방부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 기무부대는 안보지원사 창설을 일주일 앞두고 사무실을 모두 비웠다. 현재는 부지가 텅 비어 있는 상황. 이번 기회를 활용해 해체된 기무사 토지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를 분석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법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행 국유재산법 제40조(용도폐지)를 보면, 행정재산이 행정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용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군사지역은 군이 군사 목적으로 국민의 땅을 잠시 빌려 쓴 것이다. 개혁의 일환으로 기무사가 해체된 만큼, 원래 주인인 국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 창원 기무사 부지(노란색). 창원 주택가 한가운데 있으며 기무사 부지 바로 위 지역은 현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로 지정돼 있다. 사진=다음 지도 항공사진​

 

#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된 기무사 부지

 

일각에서는 기무사 부지를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을 보면, 정부는 그동안 줄여왔던 SOC 예산을 올해보다 늘려 잡았다. 5조 8000억 원에서 50% 이상 늘어난 총 8조 7000억 원을 투입한다. 

 

사업 방식도 달라진다.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가 아닌 생활 SOC에 집중 투자된다. 체육센터나 도서관, 미세먼지 방지 숲 또는 공원 등 체육·​문화 시설 건립이 대표적이다. 앞서의 기무사 부지들이 도시개발지역이나 일반 주거지역과 가까이 있는 만큼, 정부의 이번 ‘생활 SOC사업’과 연계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기무사 부지에 문화예술 시설을 건립하거나 진행 중인 사례도 적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대표적이다. 1971년부터 서울 소격동에 자리를 잡았던 기무사가 2008년 11월 경기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빈 부지 2만 7303㎡에 미술관을 지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경복궁, 창덕궁과 가깝고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 광장, 남동쪽으로는 인사동 거리와 연결된다. 금호미술관, 아트선재센터, 학고재 갤러리 등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기무사 부지가 서울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로 다시 탄생한 셈이다. 용산구 서계동 기무사 수송대 부지 7860.5㎡도 2010년 ‘열린 문화공간’으로 개관했다. 차고와 정비고, 막사 등을 각각 열린극장, 예술가 연습실, 사무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붉은 벽돌의 기무사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운영 중이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의 경우, 기무사 부지를 5·18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확정됐다. 앞서 광주시와 국방부는 기무사 부지 3만 3000㎡를 절반은 매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무상 양도받는 ‘국·​공유지 양여 교환 협약’을 체결하고 부지 활용 방안을 고민해왔다.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 5·​18시설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광주시 기무사 토지 소유권 이전은(국방부→광주시) 모두 완료된 상황이다. 2020년 역사공원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서와 같은 기무사 부지 활용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전주시 신도시사업과 관계자는 “기무사 부지가 군사시설이라 현재 진행 중인 전주시 에코시티 사업에서 제외돼 있다. 이제 막 기무사가 해체된 만큼 논의되지 않았던 사안”이라면서도 “전주시 기무사 부지는 면적도 넓고 활용도도 높다. 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생활 SOC 투자 확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늘겠지만, 시설을 새로 세울 경우 부지 확보는 별개 문제다. 기무사 부지를 쓸 수 있다면 지자체 부담이 크게 줄고 그만큼 시민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현재 토지 소유권을 가진 국방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안보지원사가 창설됐지만 기무사 해체 작업은 사실상 초기 단계라 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며 “재산과 법리검토 등이 이뤄진 이후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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