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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형제의 베개싸움' 에이스 안성호 vs 시몬스 안정호

30년 독과점 침대시장 격변기, 정공법 택한 에이스 창업자 안유수 회장의 두 아들

2018.09.04(Tue) 17:14:02

[비즈한국] 국내 침대 시장 규모 1조 2000억 원. 침대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입지전적 인물이 있다. 안유수 에이스침대·시몬스 회장이다. 안 회장은 국내 침대 역사의 시작과 발전을 함께했다. 안 회장은 1963년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했고, 1977년 사명을 에이스침대로 바꾼다. 현재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바로 그 기업이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이사(50·왼쪽)와 안정호 시몬스 대표이사(47). 두 형제는 안유수 회장에서 가업을 물려받아 각각 침대 시장 1, 2위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안 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의 두 아들, 첫째 안성호 대표(50)​와 둘째 안정호 대표(47)​가 고스란히 가업을 이어받아 각각 에이스침대, 시몬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대는 과학이다’ 에이스침대와 ‘흔들림 없는 편안함’ 시몬스는 둘이 합쳐 국내 침대 시장 점유율 4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의 ‘빅2’다. 수많은 경쟁사의 등장으로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줄었지만, 제조와 판매 인프라를 갖춘 업계 1, 2위인 두 기업의 영향력은 수치로 보이는 것 이상이다.

최근 두 공룡이 버티고 선 침대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매트리스 렌털 사업이 고객에게 각광 받는 동시에, 유통 마진을 뺀 중저가 매트리스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폼매트리스, 모션베드 등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라돈 공포’가 더해지며, 업계가 술렁이기까지 한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 두 기업은 라돈 등의 유해물질 ‘안전’에 만전을 기하면서 기존 전략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에이스침대는 기존 자사 주력 상품인 스프링 침대에 집중하고, 시몬스는 고급화 전략을 지켜 품질로 승부할 계획이다. 아버지 안 회장에게 물려받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공법을 택한 두 형제는 시장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 ‘스프링 침대 외길 전략’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안유수 회장의 첫째아들로, 2002년 8월 에이스침대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현재까지 17년간 경영을 맡고 있다. 안 대표가 가진 에이스침대 지분은 74.56%다. 나머지 5%는 아버지 안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임에도 회사 지분 79.56%를 창업자 일가가 보유한 탓에 최근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거래소가 유통 주식수 부족을 이유로 에이스침대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관리종목 지정은 상장폐지로 접어드는 지름길이다. 에이스침대는 자사주 13만 주를 처분했지만 급격하게 많은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올해 초 20만 원대였던 주가는 4일 현재 12만 원대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이사. 사진=에이스침대 제공


에이스침대는 30년간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켜왔지만 마냥 웃지는 못하는 상황. 2015년을 제외하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2017년 기준 매출액은 206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0억 원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16년 357억 원에서 2017년 314억 원으로 33억 원 감소했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에 매출 1080억 원과 영업이익 201억 원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는 라돈 공포로 인한 반사효과로 해석한다. 불안한 고객들이 업계 최고를 찾았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침대 판매로 얻는 수익은 정체된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스침대가 따로 침대 판매량을 공개하진 않지만 침대 사업 부문 매출은 2015년 1757억 원, 2016년 1853억 원, 2017년 1863억 원으로 나타난다. 2016년에는 전년보다 매출이 100억 원 늘었지만 2017년에는 단 10억 원 증가에 그쳤다.

매트리스 렌털 사업의 성장세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코웨이는 2011년 매트리스 렌털 사업에 뛰어들어 2012년 240억 원 매출을 올렸다. 5년이 지난 2017년 매출 1649억 원을 기록했다. 청호나이스도 1만 3000개 계정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웅진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가의 매트리스를 월 2만~4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살균 작업 등 관리까지 해주기에 인기다.

중저가 매트리스 업체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삼분의일’은 생산과 판매를 도맡아 유통과정을 없애 가격을 낮췄다. 150만~200만 원의 성능을 내는 폼매트리스가 70만~90만 원에 팔린다.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미 인기다. 에이스침대의 주력 상품이 150만~200만 원의 스프링 침대인 점을 감안하면 웃어넘기긴 어렵다.

또 침대 위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가 오면서 움직이는 침대, 모션베드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부분 침대 업체는 모션베드 시장이 지난해 1000억 원에서 내년 2019년에 4900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그러나 에이스침대는 다르다. 내부적으로 폼매트리스나 모션베드 등 다양한 매트리스 수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 판단하고 오히려 스프링 침대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대 사업은 해외 진출을 통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부피가 큰 침대의 특성상 물류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주도권이 중요한 이유다. 형제 사이지만 경쟁사인 시몬스의 추격도 매서운 상황. 60여 년 기술력을 쌓아온 에이스침대는 언제까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 ‘잠 못 드는 사회 겨냥한 고급화 전략’ 시몬스 안정호 대표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안유수 회장의 둘째아들로, 1999년 시몬스 이사로 올라 2001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미국 기업인 시몬스는 1992년 한국 법인을 설립했고, 이듬해 안유수 회장에게 상표권을 공식 이전했다. 안 회장은 둘째아들 안정호 대표가 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자 시몬스에서 경영 수업을 시킨 뒤 대표 자리에 앉혔다.

시몬스는 2012년 사명을 시몬스침대에서 시몬스로 변경했다. 비상장사인 시몬스 지분 100%를 가진 안 대표는 형인 안성호 대표만큼이나 언론 노출을 꺼리다가 최근 전면에 나섰다. 1500억 원을 들여 10년에 걸쳐 완공한 최신식 공장 ‘팩토리움’을 지난 5월 언론에 처음 공개하며 직접 설명회를 이끌었다. 물론 공장 문을 활짝 연​ 이유는 ‘라돈 사태’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이사. 사진=시몬스 제공


안 대표는​ 침대를 향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알려졌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일주일에 사나흘은 생산라인을 살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팩토리움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며 “한국 시몬스가 추구하는 것이 장인정신이 담긴 세계 최고의 침대를 만드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생산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몬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4년 1271억 원, 2015년 1418억 원, 2016년 1541억 원, 2017년 1732억 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132억 원, 256억 원, 162억 원, 219억 원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광고와 개발비 지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시몬스의 꾸준한 성장은 전체 침대 시장의 더딘 성장과 비교했을 때 주목할 만하다. 2014년 1조 원이던 침대 시장이 2018년 1조 2000억 원으로 4년 새 20% 성장하는 동안 시몬스는 36% 성장했다.

에이스침대와 달리 초기부터 고급화 전략을 이어온 시몬스가 때를 맞은 것일까. 시몬스의 주력 상품은 300만~500만 원대의 고가 침대지만 질 좋은 수면을 원하는 고객에게 인기다.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51만 5324명으로 3년 새 13% 증가했다. 잠 못 드는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더 좋은 침대’로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이스침대와 마찬가지로 스프링 침대를 주로 판매하는 ​시몬스는 모션베드 제품에도 욕심을 내는 듯하다. 스프링을 개별적으로 분산해 매트리스 움직임 조절에 따른 스프링 손상을 없앴다. 이는 양산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타사의 기술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따라가면서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속내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려면 스프링 매트리스는 경쟁력이 없다. 결국 폼매트리스로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형과 마찬가지로 결국 매트리스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경쟁 회사는 따로 없다. 사훈이 ‘기본에 충실하자’다”며 “무리하게 외형을 확대하거나 과도하게 이익을 낼 생각이 없다. 20년간 침대를 만들어보니 ​이제 ​​조금 ​​침대에 대해 ​알 것 같다. 명품 침대를 만드는 길은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매트리스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데, 매트리스는 1, 2년 만에 바꾸는 소모품이 아니다 보니 적어도 3~5년은 시장을 지켜봐야 판가름 난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워낙 굳건해 지금 판도가 완전히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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