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휴가철 관광지의 비싼 물가는 관광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관광지의 물가가 왜 비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러온 사람들을 등쳐먹기 위한 상술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그것도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부정하진 못한다. 그러나 이유를 하나 더 찾자면 매출이 휴가철에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시기의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연 매출이 그 시기에 몰리므로 그 한철 장사로 1년을 버텨야 한다. 만약 비수기에 다른 부업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성수기의 장사가 수입의 대부분이라면 수요가 계절에 관계 없이 일정한 지역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만 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실질적인 영업일수가 줄어들면 비용 때문에라도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게 점주의 입장에서 볼 때, 재료비 같은 변동비는 매출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인건비, 임대료는 매출과 관계 없이 언제나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1년 365일 매일 일정한 수요가 발생한다면 예상 매출과 가격 책정도 쉽다. 그렇지만 수요는 이렇게 늘 똑같이 발생하지 않는다.
소비는 곧 심리이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우 추운 날씨와 장마 기간에는 매출이 감소한다. 날씨 때문에 가게를 찾아가는 것이 어렵고 사람들이 서둘러 일찍 집에 들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장마가 2주 정도 지속된다면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2주간 장사를 망치는 셈이다. 문은 열고 있지만 매출은 별로 올리지 못하므로 가게를 열어도 연 것이 아니다. 영업일수 하루를 날리는 것이다.
올여름은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장마는 역대 두 번째로 짧았지만 40℃에 가까운 폭염으로 사람들은 어딘가를 찾아갈 의욕을 잃어버렸고 소비하고자 하는 의욕도 꺾여버렸다. 실제로 많은 편의점주들이 여름 매출의 효자 종목인 맥주 등이 이번 여름엔 오히려 더위 때문에 덜 팔렸다고 할 정도였다. 가게를 열었어도 더위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이 별로 없어 실질적인 영업일수가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날에는 일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날씨가 매출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날씨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실질적인 영업일수가 감소하는 경우 개별 점포의 대응은 결국 고정비용을 줄이거나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봄, 가을 같은 쾌적한 날씨가 매일 이어진다면 매출도 고루 분포되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한 수준의 날씨 변화는 오히려 소비를 촉진한다. 평소엔 먹지 않더라도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찾고 겨울에 따뜻한 것을 더 많이 찾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폭이 너무 커서 혹서와 혹한이 되는 경우 결국 잠재 매출의 손실로 이어진다. 이 또한 사업주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결국 이 손실의 위험을 줄이려면 장사를 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소득을 거두려고 하게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기후 변화는 물가의 기본이 되는 식재료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개별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점포의 매출 하락과 실질 영업일의 감소를 가져옴으로써 가격에 압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기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다.
올 여름이 더웠던 만큼 이번 겨울 추위도 보통이 아닐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후로 인해 지속적인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면, 결국 상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리라고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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