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광학의 굴욕' 니콘·캐논 때늦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가세

니콘 DSLR 고집 꺾고 'Z 시리즈' 출시…3파전 넘어 소니 독주 가능성까지

2018.09.03(Mon) 16:50:29

[비즈한국] 니콘이 최근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쓴 미러리스(mirrorless) 디지털카메라 ‘Z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 시리즈는 필름과 같은 풀프레임 센서를 가졌고, 미러(거울, mirror)를 빼서 기존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보다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캐논도 곧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을 계획이다.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 전쟁이 DSLR에서 미러리스로 옮겨가는 것이다.

 

니콘과 캐논, 이 두 회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문가 카메라 시장을 사로잡았고 DSLR 카메라의 붐을 이끌어 오긴 했지만, 최근에는 그 힘이 예전 같지 않다. 사실 몇몇 전문가용 카메라를 빼고는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처럼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 작고 사진 잘 나오는 ‘미러리스’ 향하는 흐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똑딱이’ 컴팩트 카메라가 쥐고 있던 캐주얼 시장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빼앗겼고, 디지털카메라의 주류는 미러리스로 넘어갔다. 이른바 ‘작품 사진’을 찍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여전히 캐논과 니콘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영향력이 과연 예전과 같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이야기하면서 소니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 전쟁의 시작은 소니에 있다. 소니는 벌써 2013년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3세대 제품군과 전문가용 제품까지 나왔다. 그리고 소니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돌아보면 소니의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이미지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었고, 미놀타를 인수해 새로운 렌즈와 광학계를 갖춘 뒤에도 캐논과 니콘의 경쟁에 어깨를 내밀기는 어려웠다. 소니의 반전은 바로 미러리스 카메라에 있었다.

 

2010년 발표된 NEX 시리즈는 디지털카메라의 표준처럼 쓰였던 APS-C 센서를 쓰고도 기존 디지털카메라보다 훨씬 작고 가벼웠다. 초기에는 좋은 렌즈가 없어서 ‘역시 미러리스로는 화질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소니는 보란 듯이 미러리스 카메라를 안착시켰다.

 

니콘이 최근 발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Z7. 사진=니콘 제공

 

이 미러리스 카메라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려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상황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과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결과물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차이를 보이려면 DSLR 카메라에 쓰이는 APS-C 정도로 센서가 커져야 했다.

 

하지만 무거운 DSLR 카메라는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들에게 미러리스는 딱 맞는 제품이었다. 콤팩트 카메라와 비슷한 크기에 DSLR 같은 사진을 내어주는 카메라였으니까 말이다.

 

소니는 한 발 더 나아가 APS-C가 아닌 35mm 풀프레임 센서를 미러리스에 접목했다. 바로 A7이다. 칼 자이스의 렌즈뿐 아니라 소니의 플래그십 렌즈인 G시리즈에 마스터를 붙인 고급 렌즈까지 나오면서 화질도 사로잡았다.

 

이 E마운트 광학계는 아예 5000만 화소 이상의 센서 해상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렌즈들의 실력도 좋다. 우락부락한 디자인과 오랜 캐논, 니콘에 대한 익숙함을 빼고는 소니의 ‘A7’과 ‘A9’ 시리즈는 전문가용 카메라 대열에 끼지 못할 이유가 없다.

 

# 반도체가 이끄는 카메라 전쟁

 

소니의 경쟁력은 사실 카메라의 폼팩터가 전부는 아니다. 소니의 가장 큰 무기는 카메라를 반도체로 해석해냈다는 점이다. 기본이 되는 A7 시리즈에 고감도 센서를 접목한 ‘A7S’, 그리고 4200만 화소 고해상도 센서를 붙인 ‘A7R’, 그리고 보디 성능을 끌어올린 ‘A9’까지 더하면서 영상이나 스튜디오, 스포츠 등 전문가용 카메라 영역을 서서히 넘보고 있다. 물론 아직 전문가들이 선뜻 옮겨가는 단계는 아니지만 소니의 자리를 다져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미러리스의 출발 역시 카메라에 대한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필름 기반 광학계와 렌즈 중심의 카메라 구조를 바꾼 데에서 시작된다. 애초 미러리스는 렌즈와 센서가 너무 가깝다 보니 주변부 화질이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광학적 한계들이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소니는 반도체를 손봐서 그 한계를 뚫었다. 빛이 덜 들어오면 감도를 높이면 될 일이었다. 바로 반도체 기술에서 답을 찾아낸 것이다.

 

소니의 앞선 이미지센서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은 광학 기술을 가진 니콘과 캐논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사진=소니 제공

 

소니는 카메라 센서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다. 애초부터 소니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직접 뛰어든 이유도 이 센서를 이용한 기기를 만드는 데에 있었다. 지금도 소니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센서를 거의 독점하고 있고, 디지털카메라 제조사들도 소니의 센서를 이용해 카메라를 만들고 있다.

 

지금도 이면조사 센서를 비롯해 센서에 직접 메모리를 붙이는 등 센서를 개선해 화질과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이어지고 있다. 엄청나게 높은 감도의 사진을 노이즈 없이 그려내기도 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초점을 정확히 잡아내는 등 기존 카메라에서는 안 될 것 같던 기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A7나 ‘A6000’ 시리즈의 진화도 기계적인 변화보다 반도체 기술을 통한 진화가 두드러진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빛의 예술’이다. 렌즈가 빛을 더 정교하게 잘 모아주는 것이 그동안 카메라 기술이었다면 거꾸로 센서가 빛을 더 잘 받아들여주는 방법의 해석이 카메라의 형태를 바꾸는 듯하다.

 

늦었지만 니콘과 캐논의 맞대응은 반길 일이다. 그동안 두 회사는 미러리스에 인색했다. 좋은 렌즈가 별로 없었고, 심지어 니콘은 센서 크기를 1인치로 묶었다. 오랜 전통의 렌즈군을 앞세운 DSLR 카메라 시장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결과물만 같다면 굳이 더 무겁고 큰 기기를 고집할 이유는 크지 않다.

 

미러리스의 흐름은 단순한 형태의 변화가 아니다. 필름 중심의 카메라가 비로소 디지털 중심으로 생각을 바꾼 결과물이다. 다음 차례는 35mm의 틀에 갇힌 센서가 아닐까.​ 

최호섭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홍춘욱 경제팩트] 인플레 잡으려다 디플레에 잡힐라
· 빈부격차 사상최악, 낮은 소득세 손보는 게 '즉효'지만…
· [단독] CJ프레시웨이, 청주프레시원에 35억 소송 제기
· 강력해진 미러리스, 딜레마에 빠진 '풀프레임 DSLR'
· 가을 스마트폰 대전 열쇳말 ‘카메라’ 뜯어보기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